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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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실패의 악순환 (한겨레 06.11.16)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6:35
조회
264

우리 사회에서 교도소는 교정시설이라고 불린다. 죄를 진 사람에게 죗값만 치르게 하는 이른바 응보형 구금은 이미 옛 것이다. 죗값을 치른 다음에는 어차피 사회로 돌아가야 하는 만큼,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편이 훨씬 낫다. 그게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든다. 누구나 인정하는 현대 교정이념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념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출소자가 3년 안에 다시 교도소에 갇히는 비율은 24.3%나 된다.


스무명이 넘는 사람을 해친 유아무개씨. 그는 전과 14범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절도죄로 소년원에 들어간 다음부터 15년 동안 교도소 들고나기를 반복했지만, 그에게 사회적응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절도범은 강도범과 강간범을 거쳐 마침내 연쇄 살인범으로 바뀌어갔다. 교정의 실패는 희대의 연쇄 살인범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교도소에서 교정교화도 안되고 출소 이후의 안전장치도 없다 보니,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갇히고, 나와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또 갇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변호사들이나 미래의 변호사인 판·검사들 처지에서는 고객이 줄지 않는 것이 혹시 반가운 일인지도 모르지만, 평범한 시민들, 특히 어르신, 여성, 어린이, 청소년 등 범죄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이런 악순환은 유씨의 경우에서처럼 자칫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만약 유씨에게도 교정프로그램이 작동했다면, 그가 잠깐씩 사회에 나왔을 때 갱생보호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어쩌면 참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교도소에서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자격증도 딸 수 있다. 그러나 자격증 취득은 가석방 심사에만 도움이 될 뿐,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누구도 출소자를 고용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가는 공단을 만들어 출소자를 채용하기라도 해야 한다. 관급공사 하청만 받아도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 뉴타운 공사에 노숙인들을 참여시킨 서울시의 사례를 모범 삼아도 좋다. 출소해도 먹고 살 게 없으면 범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일자리를 마련해주면 적어도 편의점에서 라면 몇 개 훔치다가 다시 교도소에 갇히는 악순환은 막을 수 있다.


범죄자의 재사회화는 모두를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어쩌면 잡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일 게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무관심하기 짝이 없다. 법무부 교정국은 교정정책을 생산하고, 교정을 개혁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정책기획부서의 면모보다는 기껏해야 사고 수습에만 급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도관은 1만4천명이나 되지만, 본부 인력은 고작 65명이다. 교정에 관심을 두는 연구자도 눈을 씻고 찾아야 할 정도로 적다. 관련 연구는 부진하고, 간혹 연구 성과가 나와도 실무에 반영되기 어렵다. 그나마 이게 전부다. 힘이 센 검찰도 잡아들이는 일에만 관심을 두지, 그 다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교도소가 범죄학습의 장이 되는 악순환을 부끄럽게 여기는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한국노총을 점거했던 구속노동자들이 열흘 동안 단식투쟁을 했다. 토요휴무일에도 운동과 접견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였다. 종일 침침한 방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에게 하루 30분의 운동은 햇살을 맞을 유일한 시간이다. 교정교화를 통한 재사회화는 고사하고 우리에게도 햇살을 조금 나눠달라고 단식투쟁까지 벌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교정현실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