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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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만 일삼는 사람들? (한겨레 06.09.15)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6:29
조회
246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이 연일 볼멘소리를 쏟아낸다. 주로 남을 탓하는 것인데 듣기 민망한 말도 자주 등장한다.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고충을 토로했다. ‘국민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잘못된 것은 비판하고 반대해야 하지만, 너무 사사건건 무조건 모두 다 반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론대로 된 게 어디 있냐며, “선두에서 반대하고 투쟁하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 여전히 또 일만 생기면 반대투쟁에 맨 앞장 서 가지고 투쟁한다”고 했다. 용산기지 반대하던 사람들이 평택으로 옮기려니까 거기 가서 또 반대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꼭 짚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를테면 여중생 사망사건이나 군산미군기지 문제에서 선두에 섰다가 지금은 평택에 가서 투쟁하는 문정현 신부가 가장 대표적인 사람일 게다. 그의 아우 문규현 신부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 자신이 ‘크게 한번 흔들렸다’고 했던 부안 방폐장 문제나 새만금 문제 등에서 그도 형 못지 않았다.


과연 문 신부 형제의 실천은 남다른 것이다. 지난 시기 문 신부 형제와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등지고 관변·어용으로 전락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골프 등 오로지 저 혼자만의 건강관리에만 골몰하는 것에 견주면 확실히 그렇다. 이제 노인이 되었는데도 삼보일배, 단식투쟁 등 초인적인 싸움도 마다지 않는다. 엊그제 진행된 평택 대추리 일대의 가옥 강제철거 때도 문정현 신부는 지붕 위에서 농성을 했다. 그들의 투쟁이 사익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고,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라고 굳이 강변하고 싶지 않다. 다만 대통령의 푸념처럼 과연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아 했는지는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


국가정책의 수행은 그 영향이 미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여론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정책 수행으로 말미암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를 본 국민도 살뜰히 챙기는 노력도 꼭 필요하다.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여 국민의 선택을 돕는 것도 정부의 책무다. 반대가 있으면 그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대하는 사람도 배려한 새로운 대안을 고민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문제만 해도 그렇다. 평생을 살았던 땅과 집을 몇 푼의 돈으로 강제수용을 당하는 평택 대추리, 도두리의 주민들이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동네에 납골당은 물론 복지시설만 들어와도 펼침막을 붙이고 격렬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땅과 집을 빼앗기는 사람들의 저항은 너무도 상식적이다. 끝까지 내몰린 주민들의 삶에 동참하려는 늙은 신부의 참여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신부가 이웃을 위해 자기 한 몸을 내던지는 것은 그저 존경의 대상이 될 뿐이다.


꼭 맞는 정답인지 모르지만,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주장처럼 미군에게 내줄 땅을 반으로 줄이거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중재안처럼 골프장이나 위락시설의 면적을 줄이면서 농민들의 공동체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는 방법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논의와 대화조차 거부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정부는 평택미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대화와 타협, 진지한 설득과 대안의 제시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책무는 팽개치고 남 탓만 하는 대통령의 생각과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참여정부 내내 거리투쟁과 극심한 갈등이 반복될 것이다. 대통령의 불행이고, 국민의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