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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흥행 성공, 가자지구 철수 ‘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6:42
조회
286

허창영/ 인권연대 간사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일부 점령촌에서 유태인을 철수시켰다. 이를 두고 평화를 위해 온갖 반대를 무릅쓴 ‘샤론총리의 도박’이니, ‘팔레스타인 해방’이니 하는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샤론의 검은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섣부른 판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역사, 영토 확장의 역사


 사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갈등은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과 궤를 같이 한다. 19세기 말부터 이주를 시작한 유태인들은 이스라엘 건국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지역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47년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의 6.6%를 차지하고 있던 유태인들에게 56.4%를 할애하는 UN분할안으로 영유권의 반전이 이루어졌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의 87.5%를 소유하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분할안’에 의해 강제로 땅을 포기당해야만 했다.


 이후에도 소위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의 영토는 더욱 확장되고 팔레스타인의 영토는 더욱 축소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집트를 선제공격하는 제3차 중동전쟁, 이른바 ‘6일 전쟁’을 통해 가자지구, 서안지구, 골란고원, 시나이반도를 점령하고 동예루살렘까지 합병하면서 47년 ‘분할안’의 3.5배에 해당하는 지역을 점령한다. 같은 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42호 결의를 통해 점령지에서의 철수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의를 ‘일부 지역에서의 철수’로 왜곡하면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을 제외한 일부지역만을 반환했다. 결국 이스라엘이 지금껏 팔레스타인 지역의 80%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분쟁의 씨앗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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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이스라엘의 역사는 영토 확장의 역사, 출처: Hdip

새로운 영토 확장 방법 ‘유태인 점령촌’

 ‘6일 전쟁’을 통해 새로운 땅을 획득한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유태인을 이주시켜 마을을 만드는 점령촌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세계 각지의 유태인들을 점령촌으로 이주시켜 왔다.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태인을 비롯해 유럽, 미국, 아프리카, 심지어 유태인이라고 주장하기만 해도 이주를 받아주기도 했다.


 이러한 점령촌은 동예루살렘에서 시작되어 이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확대된다. 샤론정권이 가자지구 25개 점령촌과 서안지구 북부 4개 점령촌에서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에 건설된 점령촌의 숫자는 분류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200여개에 이르고, 점령민 수는 43만 명에 이른다.


 점령촌 정책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점령촌 건설을 위한 토지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재산에 대한 강압적 몰수이다. 이스라엘은 ‘6일 전쟁’ 당시 피난을 떠난 사람들의 땅을 무상몰수한 것은 물론이고 이후 점령촌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기준과 보상 없이 땅을 강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점령촌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대 주둔의 명분을 낳고 있다. 이스라엘은 점령민 보호를 명분으로 점령촌 주변에 이스라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군대의 주둔으로 주변의 팔레스타인 마을은 완전한 이스라엘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다.


 점령촌들을 연결하는 관통도로도 문제다. 관통도로는 점령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들의 이동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이 도로들은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분할 고립시키고, 육지에 떠 있는 섬으로 만들었다. 아울러 도로에 촘촘하게 배치된 이스라엘 검문소는 팔레스타인 전체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도시와 마을에 갇히게 됐고, 간수(검문하는 이스라엘 군인)의 허락 없이는 시장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전쟁을 치루지 않고도 팔레스타인 전체를 점령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 되었고, 이는 수자원이 풍부한 서안지구에 점령촌이 집중적으로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도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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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팔레스타인 문제의 핵심인 유대인 점령촌,
출처: The Grassroots Palestinian Anti-Apartheid Wall Campaign

점령촌 정책의 핵심은 서안과 동예루살렘

 이스라엘의 점령촌 정책은 이처럼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를 포함한 일부 점령촌에서 철수하는 ‘용감한 결정’을 내린 것은 샤론의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있었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120여만명이 살고 있는 지구상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수자원이 풍부치 않아 땅으로서의 이용가치도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지역은 ‘하마스’라는 이스라엘 무장저항단체의 활동이 왕성하고 지지도가 높은 곳이어서 이스라엘로서는 관리하기가 매우 껄끄러운 곳이었다. 더구나 이 가자지구에 살고 있었던 유태인은 고작 8,000여명인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가는 군대 주둔비, 도로건설비, 지원비 등 소위 ‘보안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이스라엘 정부는 척박한 가자지구를 버리고 동예루살렘과 서안 지구를 영구 점령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따라서 전체 점령촌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이스라엘의 이번 가자지구 철수는 오히려 정치적 기만전술일 뿐이다. 최근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 추가로 대규모 점령촌을 건설한다는 ‘E1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고립장벽 건설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서안지구 영구점령 음모를 적나라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언론과 매스미디어를 이용해 갖가지 ‘쇼’를 연출하며 몇몇 쓸모없는 지역에서 후퇴하는 것으로 이미 그에 충분한 보상을 얻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 필요한 것은 모든 유태인 점령촌에서의 완전한 철수다. 이스라엘이 서안과 동예루살렘에 대한 욕심을 표기할 때 팔레스타인과 ‘평화적 공존’에 대한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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