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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노 땡큐 동막골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6:32
조회
301

 서정민갑/ 리얼리스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인기가 자뭇 뜨겁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누구도 이 영화가 이처럼 큰 인기를 얻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웰컴 투 동막골>은 벌써 <쉬리>의 관객수를 넘어 630만 관객을 돌파하고 있다. 이 놀라운 관객몰이는 추석 연휴로 계속 이어질 것이어서 이제는 한국 영화흥행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친구>의 818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덕분에 한국 영화 위기론까지 거론되던 올해 초의 한국 영화시장은 이제 한 고비를 넘긴 듯 하다. 아마 <친절한 금자씨>와 <박수칠 때 떠나라>가 함께 고군분투한 덕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 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영화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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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은 6.25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동막골이라는 상상속의 공간에 사는 사람들과 남한, 북한, 미국 군인들의 만남을 통해 전쟁의 무용함과 비극성을 말하고 있는 영화이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을 정면으로 다루었던 여느 영화들과는 달리 상상의 공간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전쟁이 야기한 긴장과 증오가 화해로 풀려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창고에 쌓아둔 옥수수가 수류탄 폭발과 함께 팝콘이 되어 날아오른다던가, 돌진하는 멧돼지를 사냥하는 장면 등은 감독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며 이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결국, 영화 초반 서로를 비난하며 총을 겨루던 남과 북의 군인들은 서서히 화해하고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하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일이고 또 이러한 설정이 가능해진 것은 남과 북의 공동체 의식이 그만큼 쌓인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과연 그렇게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런 영화가 나와서 대히트를 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비겁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흘러가도 역사를 규정하지 못하는 나라, 아무런 처벌도 하지 못하는 때가 되어서야 친일파들의 명단을 발표하는 나라, 우리는 그런 나라의 백성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전쟁 역시 무엇이었다고, 어떤 것이었다고 똑똑히 규정하기 보다는 두리 뭉실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정면에서 맞서고자 하기보다는 현실에서 도망가고자 할 때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결국 그것은 환상의 시공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막골을 통해서 한국 전쟁을 보는 것은 아직도 원인과 과정, 결과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역사를 덮어두고 현실을 도피하는 일이다. 우리는 동막골 사람들처럼 혹은 여일(강혜정 분)처럼 순진하지도 않았고, 그 순진함을 회복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여기저기서 과거사 진상 규명 작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무엇 하나 잘되지 않는 시대에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한 열광은 그래서 위험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성급한 화해가 아니라 더욱 냉철한 응시와 평가이다. 어째서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전쟁은 우리에게 어떠한 상처와 기억을 남겼는지,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 일이 끈질기게 계속되어야만 한다. 아직도 경산 코발트 광산의 학살자들을 채 발굴하지 못하고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2005년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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