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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인권현장 이런 저런 이야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8 11:51
조회
210

인권연대 편집부


 진수희 의원, 몰라서였을까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 너무도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눈을 씻고 귀를 씻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한 충격과 공포는 지금도 우리를 몸서리치게 한다.


 사건 이후 갖가지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법안을 제출했던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팔찌 착용도 그 중 하나이다. 우리는 전자팔찌 착용이 이중처벌의 위험 등 문제가 많지만, 심정적으로는 다만 ‘실효성’이라도 있으면, 팔찌를 채우더라도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어린 딸들이 희생되지 않아도 된다면, 팔찌 채우는 일에 동의할 의향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실효성도 없는 일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답답한 것은 만인의 지탄을 성범죄자에게 팔찌를 채우자는 단순한 주장에 비해 우리는 너무 많은 설명을 해야 하고, 또한 어쩌면 앞서의 충격과 분노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는 주장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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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지난 2월 2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상습 성폭력범 처벌을 위한 전자팔찌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 세계일보


 사건이 나자 지난해 전자팔찌의 쟁점화에 기여했던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순발력 하나만은 칭찬할만 했다. 진 의원은 사건이 알려진 바로 다음날 국회의사당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활개치는 성폭력범, 갇혀 있는 전자팔찌법!” 그가 대표발의한 전자팔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끔찍한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웅변이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인권연대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피해자의 인권은 아랑곳 않고 성폭행범 같은 가해자의 인권만 신경쓴다”면서 “유럽이나 갔다 와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해라”고 일갈했다.


 부지런히 견문을 넓히는 것은 좋지만, 성폭력범의 인권만을 살뜰히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너무 과도했다.


 진수희 의원이 발의한 법률에 의하면 전자팔찌 착용 대상은 실형선고를 받은 성범죄이다. 그가 발의한 법률이 그래도 통과되었더라도 집행유예로 석방된 그 범죄자는 팔찌 착용대상이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정말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자기가 만든 법률의 조항조차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그저 껀수가 되니까 덤벼든 것일까. 적어도 이 사건에 관한 한 법만 통과됐으면 용산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에게 팔찌를 채울 수 있었고, 그랬다면 아이가 끔찍한 죽음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진의원의 성범죄 예방을 위한 진심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바라건대, 어린아이의 죽음조차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천박한 정치인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권위, ‘비전선포’를 넘어 ‘쓸모’를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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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가 지난 13일 비전선포식을 갖고 3년간 역량을 집중할 ‘인권증진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국가인권위’를 새로운 ’비전‘으로 밝혔다.


 인권위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헌법과 국제 인권규범에 부합하는 인권의 원칙과 기준을 실현하며 △인권이 존중되는 문화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을 3대 사명으로 제시했다.


 이는 2기 인권위가 사업의 방향과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인권지킴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되새기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비전’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서 ‘쓸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권력 감시’에서 실효성에 관한 한 변변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장 서울구치소의 여성 재소자 성폭력 사건만 해도, 법무부의 자체 조사에서도 문제가 된 피해자 말고 최소한 11명의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인권위의 조사결과로 새롭게 확인된 사실은 전혀 없었다.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는 않는 ‘독립기관’이라는 독특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조사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가해기관의 자체 발표를 뒤집은 것은 지난 4년 동안 거의 없었다.(사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전혀 없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조사와 권고밖에 할 수 없는 법적 권한을 핑계삼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조사역량강화를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하는가이다. 법적 권한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진실만 움켜쥐고 있으면 아무런 권한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


 인권위는 지금도 민간의 노력으로 설립이 가능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민간은 아무런 법적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인권위를 만들어냈다. 열정과 의지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법무부의 자체 조사는 강제력을 동원한 ‘수사’가 아니라, 부처 내의 진상 ‘조사’였을 뿐이다. 인권위가 가진 권한보다도 훨씬 적은 권한으로도 11명의 추가 피해자가 밝혀졌다. 인권위가 법무부의 자기성찰에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모습은 너무 딱해 보인다.


 인권위가 기댈 것은 오로지 진실의 힘뿐이다. 진실의 힘은 치열한 자기 절제와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조사역량 강화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쓸모 있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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