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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8 11:30
조회
1296

서정민갑/ 전대협세대


 일어섰다 우리 청년 학생들 / 민족의 해방을 위해 / 뭉치었다 우리 어깨를 걸고 / 전대협의 깃발 아래 / 강철같은 우리의 대오 총칼로 짓밟는 너 / 조금만 더 쳐다오 시퍼렇게 날이 설때까지 / 아아 전대협이여 우리의 자랑이여 / 나가자 투쟁이다 승리의 그 한길로 /


 <전대협 진군가>의 노랫말이다. ‘구국의 강철대오 전, 대, 협!’이라는 아지와 함께 모두 일어나서 부르곤 했던 이 노래는 가사 한줄 한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가끔 혼자서 불러봐도 여전히 가슴이 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노래를 부르던 순간들은 가장 순수하고 가슴 뜨거웠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학우들을 묻어야 했던 91년 봄, 이 노래를 부를때마다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떠나간 벗들을 그리워했던가. 그리고 비가 철철 쏟아지는 부산대에서 전대협 출범식을 사수하며 불렀던 이 노래는 또한 얼마나 큰 다짐이었던가. 수많은 벗들과 라이터 불을 깜빡이며 함께 불렀던 노래의 감동은 아마 살아있는 내내 결코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그렇게 <전대협 진군가>와 전대협은 애국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조직과 내가 일치되는 기쁨을 맛보게 한 나의 첫 경험이었다. 비록 전대협과 함께 한 시간은 단 2년뿐이었지만 그 2년은 이후 지금까지의 삶을 결정지어버린 2년이기도 했다. 그 후 전대협보다는 한총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시간이 더욱 길었지만 아직은 낭만이 남아있던 학생운동의 마지막 절정기의 추억은 전대협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나를 설레이게 한다. <전대협 진군가> 한 자락쯤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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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제는 <전대협 진군가>를 부를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대학시절 만큼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 노래와 함께 기억되는 이들의 면면 때문이다. 전대협 의장이라는 경력을 달고, 학생운동의 지도자라는 이력을 달고 기성 정치권에 가 있는 이들 때문이다. 백만학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학생운동의 지도자로서 화려하게 활동했던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민주’와 ‘개혁’을 말하며, 386의 대표자를 자임하며 기성 정치권으로 화려하게 입성해서 금뱃지를 달았다. 그리고 이제 40대 기수로서 차차세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몇 년동안 무엇을 했는가? 벼랑끝까지 몰린 서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평생 땅만 알고 살아가던 농민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당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절규하며 죽어갈 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미국에게 할말은 하겠다던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하고,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며 우리의 시장을 활짝활짝 열어줄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어깨를 걸고 강철같이 싸우자했던 그들은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 한나라당과 이념적으로 차이가 없어서 연정을 하겠다는 당에서 이제 그들은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가?


 총학생회장에 의장까지 하시던 분들의 높은 뜻을 잘 알아채지 못해서일까? 이제는 4.19, 5.18, 6월 항쟁을 팔아 정치권에 들어갔던 사람들과 그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런 꼴을 보겠다고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며 청춘을 불사르고 그들을 의장님이라고, 회장님이라고 높여 불렀단 말인가. 바라건데 의원도 되지 못하고 결혼도 하지 못한 채 망월동 구묘역에 쓸쓸히 묻혀 있는 열사들, 그리고 당시 백만학도 중의 하나로서 함께 불렀던 <전대협 진군가>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이들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 새롭게 갱신하지 못하는 진보는 민주개혁세력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보수일뿐이다. 보수와 진보는 갈길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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