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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죽음도 기억하지 못하는 광주시교육청 -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0:16
조회
254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꿈을 가진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춤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그 아이는 춤으로 세상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기에 언론의 관심도 유별났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였기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소위 말하는 ‘특수목적고’에 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최고의 무용수가 되겠다는 꿈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삐거덕거리게 되었습니다.
그 삐거덕거림은 ‘선생’을 잘못 만난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담임교사는 첫 면담부터 노골적인 ‘촌지’를 요구했고 그렇게 가져다 바친 돈만 2년간 28회에 걸쳐 모두 48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교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특정 학원에 다닐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교사라기보다는 일종의 브로커였던 셈이지요. 물론 처음부터 이 아이가 교사에게 불만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가졌다 하더라도 별 수가 없었을 겁니다.
문제는 아이의 집안 사정이 갑자기 나빠져 학부모가 교사를 자주 만날 수 없었던 때부터 불거졌습니다. 아이가 마침 어떤 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학교에 한 번 오라는 교사의 호출을 받았지만 학부모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사정상 ‘봉투’를 준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 때부터 교사는 브로커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학부모에 대한 언어폭력은 기본이고, 상습적인 폭행과 잦은 반성문 강요가 반복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아이 또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요. 급기야 2009년 3월에는 반성문을 잘못 썼다는 이유로 목 부분을 맞아 3개월째 병원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장기간 입원으로 학교에서는 유급처리가 되었고, 아이는 결국 대학진학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의 꿈이 와르르 무너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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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광주드림


이런 일이 있고 나서야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참교육학부모회 등 광주지역에 있는 인권단체들이 사건의 부당함과 해당 교사의 처벌을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되었습니다. 청와대에 접수한 민원이 광주시교육청에 이관되어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의 태도는 상식 밖이었습니다.(어쩌면 상식일지도 모릅니다.) 1차 조사에서는 피해학생과 학부모는 만나지도 않은 채 해당 교사의 진술만을 토대로 ‘증거자료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차 조사에서는 담당 장학사가 피해학생의 심리상태가 심각함을 인정해놓고도 심리상담 프로그램 요청을 무시했습니다. 3차 조사에는 3자 대면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이 내린 결론은 광주시 교육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이유를 들어 ‘엄중경고’에 그쳤습니다. 한 아이의 꿈을 무너뜨린 반교육적인 교사에게 교육청은 ‘너 정말 조심해’라고 얘기한 것이지요.
조사 과정에서 보여준 교사의 태도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3자 대면을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요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오라 가라 하면 당신들 앞에서 확 죽어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억울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믿는 무엇인가가 있어서였을까요? 한 아이의 꿈을 ‘자살’이라는 협박으로 무마하려는 그 사람을 어찌 ‘교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이미 교육자의 자격을 잃은 사람에게 기껏 ‘경고’밖에 할 수 없는 교육청의 안이함은 딱 ‘그 나물에 그 밥’이 제격입니다.
광주는 교육열이 꽤 높은 곳입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3년간 수능시험 전국 1위라는 결과는 어느 정도 짐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 1위가 아닙니다. 2009년 현재까지 광주전남에서 자살한 아이들이 모두 13명에 이릅니다. 대부분 광주지역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성적도 1위지만 아이들의 자살도 부끄러운 1위인 셈이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청은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비위 사실이 명백한 교사는 감싸고, 정작 보살펴야할 아이는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꽃다운 아이들이 죽음으로 말하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뻔뻔하기만 합니다. 결국 또 성적으로 덮을 속셈인 게지요.
무용수의 꿈을 키우던 아이가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늘은 발로 찼다.…진짜 죽고 싶다. 정말 살기가 싫다. 엄마가 아픈데 이런 말 들으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이 책이 내 유언장이 될 수도….” 춤으로 승승장구하던 아이가 이제는 죽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5층 난간에 서기도 했다고 합니다. 13명의 죽음도 모자란 걸까요? 또 한 번의 죽음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또 어떤 변명을 해야 하는 걸까요? 교육청이, 아니 교육이 답답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