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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덕담, 대법원장의 종교자유 인권감수성!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1:37
조회
211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존경받아야 할 분들이 많아야 행복한 세상이 된다. 새해에는 ‘자유와 평화’가 넘쳐나고 자신의 위치에서 양심과 인권이 편안하게 펼쳐지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장도 특정 종교모임에서만 존경받지 않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소신과 원칙’이 강물처럼 흘러나가길 ‘애교’있게 권고해 본다. 세금을 꼬박 꼬박 내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이지만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살펴보면서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평소 다른 사람의 인권을 이해하고 공감이 부족한 내게 ‘인권감수성’이란 단어는 때론 도전적이고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인권 현실을 공부하다 보면 ‘한마디’로 압축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대법원장의 인권감수성을 도마 위에 올려 놓은 불손함을 저지른다고 해도 ‘애교’로 봐주실 것 같아 덕담을 드리고자 한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많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대통령을 모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법관에게 기도를 부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투정도 부려봤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내가 (조찬기도회장) 해보니까 그런 것(기독 대법관)이 없어서, 법원 측에 그런 투정을 했다는 것도 내가 선배니까…. 법원이 내 고향, 친정 아니예요? 그러니까 그런 취지로 내가 애교 있게, 즉흥 연설이니까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계셨던 대법원장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야당이나 시민, 종교단체까지 나서서 사회적 논란이 되었으나 현 대법원장은 아무런 의견이 없으시다. 침묵은 금이라서 아니면, 개인적이고 사적인 종교모임이었기 때문일까. 여기에서 대법원장의 인권감수성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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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인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4선·인천시 연수)이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종교 편향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이용훈 대법원장은 1월1일자 신년사에서 “새해에도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시각에 맞추어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며,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료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재판다운 재판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민이 감동하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따뜻한 격려와 엄중한 질책을 아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년사와 특정종교모임의 내용은 사뭇 다르다. 사적인 자리이고 대법원장 개인의 종교자유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신년을 맞이하는 평범한 시민이나 국민의 48%를 차지하는 무종교인 국민에게 신뢰받을 만한 ‘침묵’인지 의문이다.

당당한 대법원장의 ‘소신’을 펼쳐 보이길 기대하는 하는 이유가 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 2010년 7월2일 가인 김병로 선생을 기념하는 가인연수원 개관 치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출처 : 대법원 홈페이지) “가인 선생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초대 대법원장으로 9년여 동안 재직하시면서 법치주의의 근간이 되는 사법부 독립의 기틀을 마련하셨고, 대내외적으로 줄곧 사법부의 엄정한 독립을 천명하셨고, 법관들에게도 항상 다른 사람의 어떠한 간섭도 배격하고 법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선생께서는 만사에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도 몸을 삼간다는 뜻의 '계구신독(戒懼愼獨)'을 좌우명으로 삼고 평생 절제되고 검소한 삶을 사셨습니다. 공직에 계실 때에도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여 일을 처리하셨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법원장은 “선생께서는 사법부 구성원에게도 인격 수양과 청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법관으로서의 청렴한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는 사법부를 용감히 떠나라’고까지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우리 사법부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로부터 더 높은 수준의 청렴성 및 공정성에 관한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선생의 가르침은 사법부 구성원 모두에게 귀중한 경구이자 채찍질이 될 것입니다.”고 치사에게 언급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치사와 신년사에서 언급한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사법부가 되도록 국민의 엄중한 질책’을 받겠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황 의원의 ‘애교’에는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법부를 대표하는 이 대법원장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무종교인들의 기본 인권을 생각한다면 초대 대법원장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만의 자리에서 ‘애교로 한 덕담’을 한 어느 국회의원의 ‘말’에 대법원장은 침묵하고 있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이야기를 했지만 미처 못 듣고 있는지도 모르고, 새로 추천해야 할 대법관 자리가 여럿이라 고민할 상황이기도 하겠지만 ‘소신과 원칙’으로 대답해 주길 바라면서 ‘신년 덕담’을 해본다. 법관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대법원장의 ‘인권감수성의 잣대’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