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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법관과 종교지도자의 용퇴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4:34
조회
199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지만 사퇴압력을 받았던 한 대법관이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퇴진압력을 받는 한 종교지도자가 있다. 한 분은 신영철 대법관이고, 한 분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의 촛불 시위 재판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최초의 대법관이고, 국회에서 현직 대법관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 2009년 11월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자동폐기 됐다.’ 현재까지 그 분은 여전히 대법관이고 임기는 6년이다. 논란은 끝났고 소나기를 피했으니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이 국민을 위한 마지막봉사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지난 2009년 말 상습도박과 성매수 의혹을 제기당해 논란의 중심이 된 총무원장도 처음이다. 2012년 5월 일반 언론에 까지 거론되어온 각종 의혹에 대해 총무원장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문을 통해 각종 의혹을 공식 부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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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만났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어느 정도 잠잠해지나 싶던 용퇴논란이 최근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에 몇 몇 선원수좌들의 성명이었으나, 최근 9월초부터는 선원수좌회, 전국승가대학교직자연합회 등 일부 단체 명의로 ‘질서 있는 또는 아름다운 용퇴’를 촉구하고 있다. 불교계 인터넷 언론에 따르면 ‘조계종 선원수좌회(대표 무여)가 하안거 해제일인 1일 "총무원장은 진정한 개혁의 기틀을 조속히 마련하고 물러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선원수좌회는 지난 6월 종단의 개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선원수좌회는 8월 29일 직지사 만불전에서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승가공동체쇄신위 제반 주요의제의 지체 없는 실행 △은해사 ㄷ스님에 대한 조속한 처리 △총무원장은 개혁 기틀을 마련하고 물러날 것 △원로회의는 개혁과 쇄신의 증명역할을 할 것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가시적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요즘 신 대법관이나 총무원장 스님의 심기는 어떠할까.

임기를 마치고 떠날 것인가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 공직을 사퇴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상황은 2009년이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인다. 본인 스스로의 판단과 더불어 주변에 지지했던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추천이나 선거과정에서 기여했던 충성스러운 관계자들은 당연히 임기를 마치는 영광을 선택하리라 생각한다. 어떠한 풍랑에도 맞서야 하고, 현 지위는 권력재창출과 이익을 대변하는 생존권이라는 절실함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불교계 일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총무원장 스님이 각종 의혹에 아니라고 했는데 왜 믿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확인되지도 않는 소문과 ‘뒷담화’, 앙심과 분노에 덧칠하여 재생산되는 불교계의 잘못된 문화 탓이라고도 한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보통은 조계종 총무원 같은 행정기관을 모니터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하는 불교계 시민사회단체의 일부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이채롭다. 지난 5월 불교시민사회 한 관계자는 불교인터넷 언론 기고문에서 총무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는 혁명적 상황을 만들고, 조계종단을 혼란에 빠트린다고 주장하였다. 9월이 되어 사퇴압력을 받는 지금은 어떤 상황판단일까 궁금하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표현된 신영철 대법관의 소개는 이렇다. (중략) 법관으로 재직하며 종교 분쟁처럼 이해 집단의 대립이 극심한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였고,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였으며,(중략) 공공의 이익이 부당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하며, 생명과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취지의 판결을 다수 선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위키백과에 따르면 ‘2009년 5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 판결에서 배임죄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6대 5로 이건희 및 에버랜드 전 사장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런 판결을 임기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까. 신 대법관이 임기를 마저 채우려면 판결로 국민을 봉사하고 있다는 더 확실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종교적 형평성 논란을 빚어 임명된 김신 대법관의 대법원 홈페이지에는 소개는 이렇다.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기여하는 다수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또한 끊임없는 법리 연구와 온화한 재판 진행을 통해 선·후배, 동료 법관 뿐 아니라 법원 직원, 재야 법조로부터도 널리 신망을 받아 왔습니다. 앞으로 어떤 판결을 하는지 눈 밝은 분들의 협동지성이 절실하다. 또한 사퇴 촉구를 받는 대법관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대법관과 총무원장의 아름다운 용퇴

대법관, 개인의 인권과 임기는 소중한 것이다. 종교지도자인 총무원장의 인격과 잔여임기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고위 공직자나 종교지도자의 도덕성은 개인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운동경기에서 심판의 오심도 경기에 일부라고 한다. 그러나 대법관과 총무원장은 운동경기도 아니고, 분쟁을 조정하고, 양심과 정신세계를 이끄는 우리사회 몇 안 되는 책임자이다. 이미 불교계 최대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같은 봉축법회에서 총무원장 본인의 의혹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른 것도 큰 책임이 따른다. 총무원장직을 지금 내려놓는다고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현직 총무원장이 바로 사퇴할 경우, 조계종은 1년 남은 원장선거를 조금 일찍 치르게 되는 것이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직을 유지하려는 종교지도자보다 조계종 행정직 최고 지위를 버리는 모습이 더 나은 모습일 수 있다. 임기를 마친 총무원장이 명예스러운 것이 아니라 도덕적 책임을 지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 주는 게 지도자의 또 다른 모습이다. 지도자 개인이 용퇴를 하려면 지지 세력의 간절한 청을 뿌리치는 용기도 필요하다. 또한, 대통령선거 등 사회의 중요한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은 본인들의 몫이다. ‘질서 있는 아름다운 용퇴’ 대법관과 총무원장의 깊은 마음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