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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주민 150만 명, 정부가 생각하는 그들의 인권현실은?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4:29
조회
212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최근언론보도를 통해서 대한민국내의 전체 이주민의 숫자가 150만 명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단일민족의 신화에 가려 그동안 그 존재가 미비했던 이주민들도 이제는 그 수치나 역할을 보더라도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고 정부에서도 앞 다투어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수없이 많은 정책과 조치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The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이하 위원회)에 한국정부가 비준 가입한 인종차별철폐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f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이하 협약)의 이행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는 한국정부가 비준한 국제협약 중 하나인 인종차별철폐협약상의 가입국의무사항으로 2006부터 2010년까지의 대한민국 내 이주노동자, 이주아동, 결혼이민자를 포함한 전체 이주민과 귀화인, 난민들의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담고, 이에 대한 정부의 입법적, 행정적, 사법적 조치들을 나열하고 있다.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이다보니 기본적으로 그 내용은 정부의 정책과 입법조치들‘만’ 담겨있고, 그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후하다. 거칠게 내용을 정리하면 오늘날 한국사회 이주민들은 법과 제도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으며, 또한 한국 정부는 이주민들이 한국 내에서 차별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다. 아 증말 김C의 발 같은...

특히 정부는 “합법”이주민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차별”이 존재하고 있지 않으며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인종”을 기반으로 하는 범죄가 “역사”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하며 만약 “인종”을 기반으로 하는 범죄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현행법상으로 처벌이 다 가능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헌법상으로 동일한 권리가 부여되기에 “인종차별”에 대한 정의도, 그에 대한 법률도, 법률에 따른 처벌규정도 불필요하며, “인종”을 기반으로 하는 법률적 상이한 “대우”도 “범죄”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아 놔..증말..그러면서도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정부정책과 조치는 보고서 2/3을 할애하여 구구절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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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7월, 성공회대 후세인 연구교수의 인종차별피해이후 결성된
‘성,인종차별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장면. 출처: 사회투자지원재단 희망인프라 홈페이지


정부의 보고서만 놓고 보면 보고서의 2/3를 차지하는 정부의 정책과 조치는 도대체 왜 그렇게 불필요하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앞에서는 차별이 없다고 하면서 뒷부분은 현실적 차별을 막기 위한 조치를 자랑처럼 나열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뿐더러 조잡하기 그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성상의 문제가 아닌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한국 내에서 심각하게 야기되고 있는 “인종”을 기반으로 하는 차별들에서는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으며,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정부가 한국사회의 문화적 편견을 야기하고 있는 ‘단일민족과 순혈’을 그 근간에 놓고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들 정도이다.

정부보고서 보기

http://minbyun.org/?mid=un2&document_srl=580321&listStyle=&cpage=

올해 8월 21~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이 정부보고서를 가지고 위원회에서 회의를 열어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심의(Review)를 받고 그 결과로 최종권고(Concluding Observation)를 받는다. 위원회에서 보고서만 놓고 보면 한국 내 이주민의 인권상황은 나쁘지 않고, 상당한 수준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오해를 할 것이다. 또한 그 이유가 정부가 역할을 잘 했기 때문이라고 여길 것이다. 이러한 어이없는 결과를 막고 유엔차원에서 한국의 이주민을 비롯한 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대상자(난민, 귀화자, 화교 등)들의 정확한 인권현실을 알리기 위해 한국내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자체의 반박보고서를 준비 중에 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재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지만 최소한의 상식과 현실에 기반으로 하여 이주민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한다면 정부보고서의 내용과는 다른 유엔차원에서의 권고를 받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며 다행히 그리 된다면 그 공을 형편없는 보고서를 작성한 정부의 당국자들에게 고스란히 넘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