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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바라만 봐도 괜찮을까?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24
조회
262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지난 6월 23일 서울에 유엔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 Office-Seoul)가 문을 열었다. 유엔인권사무소의 기원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3월 21일,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관련 조사를 위해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DPRK)를 구성하였고, 이후 1년간의 조사활동을 통해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유엔인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따라 유엔인권이사회는 2014년 3월, 결의안을 채택하며,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사항에 대한 후속조치의 조속한 이행과 현장사무소 설치를 요청하였다. 이후 유엔인권최고대표실과 한국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서울에 유엔인권사무소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현황 및 자료 수집, 관련 시민사회와의 참여와 협력 등 중장기적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언론을 통하여 유엔인권사무소의 개소에 대해 여러 가지 시각이 드러났다. 북한의 경우는 이 사무소 설치에 거세게 반발 하며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그리고 한국 내 일부 진보단체는 개소 즈음한 기자회견을 통해 “체제대결을 부추기고 남북관계를 파탄 내는 북한인권사무소는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무소 설치를 통해 한반도의 갈등과 긴장이 더욱 격화돼 보다 심각한 인권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보수 쪽 북한인권단체들은 “유엔(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개소를 환영하며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고 지지의 뜻을 밝히는 성명을 연달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일부 진보언론에서는 “이 (유엔인권)사무소가 상징성 외에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어떤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현실적으로 탈북자 인터뷰와 정리, 선전 외에는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23114219_0015.jpg유엔인권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유엔인권최고대표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기자회견 모습
사진 출처 - 민중의소리


여기서부터는 개인적 입장임을 전제로 이야기하면, 필자가 소속한 단체도 유엔인권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기에, 단체 내부에 유엔인권사무소 개소에 따른 입장(?)을 개인적으로 물었는데, 대부분 시큰둥하거나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었다. 그리고 국제연대활동을 하는 몇 분의 활동가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했더니 단체 내부입장과 비슷하거나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았다. 아마도 인권사무소가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의 신중한 입장이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예측도 해보지만, 솔직히 그간의 경험에 오는 여러 우려는 떨칠 수 없었다. 사실 종북프레임과 국가보안법이 맹위를 떨치는 한국 사회에서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그 진위가 곡해될 여지가 많으며, 실제로 처벌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과 분단, 그리고 수 십 년 동안 남과 북의 정치체제를 비방하고 적대시하는 것이 상호체제 존립 근거가 된 특수한 정치적인 상황들이 존재하고, 이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인권으로만 접근하기에는 어떤 진일보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인식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류(?)의 논리와 해석이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으며, 일리 있고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치는 게 최선일까? 그리고 내심 ‘이러한 입장은 결과적으로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북한인권에는 침묵하는’ 모습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하는 물음이 항상 존재했다. 한마디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북한 인권 문제를 섣불리 이야기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 관련 여러 인권 사안이 터졌을 때 진보단체와 활동가들은 그에 상응하는 의견을 밝히고 입장을 표명한 기억이 있는가?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연평도에 포탄을 쏘았을 때, 장성택이라는 고위 관료가 공정한 재판과정 없이 자의적 처벌을 받았을 때 등 이런 주요한 순간순간에 소위 진보단체들이 적절하고, 일반 국민의 상식 수준에서의 부합하는 의견을 밝혔는지는 의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종북프레임에 우리 스스로도 갇혀서 북한에 대한 여러 중요한 지점들에 대해 발언할 시점을 놓치고 또 이러한 모습에 역풍을 맞아 일반 국민들로부터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시민사회영역에서의 책임과 역할은 방관한 채 정치의 영역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경향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북한에 인권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여러 맥락을 잘 고려하여 현명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되 중요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언급하고 요구해야 한다. 전쟁과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최대한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다른 국가들(이집트나 미얀마, 중국 등)에게 했던 것만큼이라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사회의 주장이 균형감을 찾고 힘이 실릴 것이다. 유엔인권사무소에도 탈북자들이 무조건 3~6개월 동안 국정원이 운영하는 기관에 감금되어 다양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현실, 국가보안법에 의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 및 기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상황에 대해 적극 어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유엔인권사무소도 한쪽으로 치우쳐진 정보로 인해 균형 잡힌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이상 북한 인권을 상대적이고 특수하게 바라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글은 2015년 7월 15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