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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의 호흡으로, 걷는 시간의 흐름으로(이상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2-14 16:07
조회
74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29일 정부는 총 24조 1,000억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사업 23개를 발표했다.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예비’로 ‘타당성’을 조사하는 절차를 건너뛰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들었지만 정작 선정된 SOC 위주의 전국 사업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런 사업을 왜 굳이?’ 하며 고개가 더 갸우뚱해지는 사업들도 많았다.
 대전광역시는 전임 시장 때부터 추진해 오던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이 예타면제사업에 선정되었는데 다른 지역의 사업들보다는 그나마 나아 보인다.


 대전의 도시철도 기본계획은 1996년에 승인이 났지만 2007년 1호선 개통 이후 2호선은 고가자기부상열차와 트램 방식이라는 갈등 속에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트램 방식 건설로 일단락된 것이다.
 사실 트램 방식도 일부 정치권과 시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지만 고가자기부상열차 방식은 사업비가 트램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이 들고 도시 미관과 환경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점과 오랫동안 끌어온 지역 갈등을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 트램 방식은 그나마 차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1호선 지하철만으로는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2호선, 3호선을 추가했던 다른 광역도시들이 추가한 노선만큼 운영비 오히려 적자 폭이 늘어났다. 이런 점에서 건설비가 저렴한 트램 방식은 향후 대전시의 부담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이 트램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불만과 걱정을 하는 이들의 가장 큰 이유는 트램의 노선이 기존 도로를 점유하는 방식에서 오는 자가용 운전자들의 불편인 것 같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대전 트램의 예타면제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에서 기대효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취업 유발효과 9천661명, 생산유발 효과 1조5천463억 원을 거둘 것이란 경제적 전망과 트램과 연계한 교통체계 개편을 통해 2016년 37%였던 공공교통 분담률을 2030년 50%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는 트램 건설이 유발하는 취업과 생산증대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십만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던 것처럼 손에 와 닿지도 않고 현실감도 없다. 하지만 공공교통 분담률을 50%까지 올린다는 계획은 눈에 확 띌 만큼 획기적이고 타당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전의 공공교통 분담률은 서울을 포함한 7대 특·광역시 중에서 최하위권이고 상대적으로 승용차 분담률은 광주, 울산과 함께 선두권을 이루고 있다.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은 대전의 교통이 좋은데 자가 운전하기가 편리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는 대전시의 교통정책이 60%에 이르는 승용차 편리 위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전 트램
사진 출처 - 대전광역시


 실제로 구도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의 주차장은 수백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이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무료이다 보니 5분 거리에 지하철 정거장이 있고 다수의 버스 노선이 지나다녀도 평생교육원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가용을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넓은 주차장이 언제나 꽉 차서 관리인들도 꽤 고생하는 눈치다.
 신도심이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이 대전시청 맞은편에 있는 대전교육청도 주차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들어갈 때 경비실에서 용무를 물어보지만 적당히 둘러대면 그만이다.
 대전시청은 유료이긴 하지만 1시간 30분까지는 무료이기 때문에 간단한 업무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 다수가 자가용으로 온다. 대전시청도 대전교육청도 바로 코앞에 지하철 정거장이 있고 버스노선도 적지 않은데 말이다.

 앞서 열거한 기관 이외에도 대전시의 많은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주차장은 무료다. 주차비를 받아도 대전시청처럼 거의 무료에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대전시의 도로나 교통정책은 공공기관의 주차장 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자가용 운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았다. 자가용 이용이 편한데 누가 불편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는가 말이다.


 트램 건설 방식을 비판하는 언론에서는 대전 일부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버스전용차로 때문에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예로 든다. 하지만 전용차로를 없애는 것이 그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도로는 예외 없이 도로가 새로 생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큼의 교통 수요가 새롭게 생기거나 넘쳐나는 것을 반복해 왔다.
 대중교통을 빠르고 편하게 이용하고 자가용 운전도 편리하게 하는 방법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을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제는 자가용 운전의 불편함이어야 할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대전을 둘러서 건설되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2025년 완공될 것이다.
 기존의 1호선 지하철과 함께 2호선 트램은 대전시가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개편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트램이 도시의 차선 하나를 점유하니 당연히 자가용 운전자들은 불편할 것이다. 대신 어디서나 대중교통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목적지까지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공교통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시민들의 자가용 운전에 따른 불만은 곧 사그라질 것이다. 아예 공공교통 분담률 목표를 2030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70% 정도 상향 조정하면 어떨까 싶다. 그게 가능하다면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까지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 <걷는 남자, 하정우>는 영화배우 하정우 씨의 남다른 걷기 예찬을 보여주어 인상 깊었다. 하루 평균 3만 보 이상을 걷는다는 하정우 씨와 그의 걷기 동료들은 약속장소를 정할 때 ‘차로 몇 시간 거리’ 이렇게 설명하지 않고 걸어서 몇 분, 혹은 걷기 몇 보 정도면 도착한다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시간 많은 영화배우니까 가능한 일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하정우 씨는 실제로 약속장소나 미팅에 걸어서 가기 위해 새벽에 집에서 출발하기도 한단다.


 2030년 어느 날 고향 친구가 대전을 방문한다면 약속장소를 이렇게 설명해 주고 싶다.
 “대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대전 사거리역에서 2호선 트램을 갈아타고 세 정거장만 와서 내려, 그리고 10분 정도만 걸어오면 돼. 대전은 차가 별로 없어서 걷는 동안 도시 공기도 엄청 상쾌하게 느껴질 거야.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