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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아닌 같은 사람입니다." (이재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1:46
조회
317

이재영/ 청년 칼럼니스트



“장애는 나의 일부이다. 나는 그것과 화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원한, 편견, 증오와 같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타인의 장애와도 화해했다.”

위의 말처럼 진저 허튼은 장애를 이렇게 정의했다. 장애는 직접 겪은 사람이 아니면 그 아픔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장애’에 대한 우리의 실존적 이해와 노력이 중요하다.

대학 새내기 시절 만난 석준이는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였다. 나는 석준이와 2년을 함께 했고, 그 시간 동안 나의 ‘장애’에 대한 관점은 바뀌었다.

석준이 집에 놀러갔을 때였다. 어머니가 나를 조용히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석준이는 자기가 장애를 가진지 모른단다. 그러니 절대로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를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석준이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겪어온 그의 고민을 깊이 알 수 있었다. 나와 석준이는 더욱 가까운 친구사이가 되었고,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disability human rights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사진출처-Autism Aspergers Advocacy Australia


우리의 전공이었던 사회복지학과에서 장애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는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일반적 배려와 존중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일부 친구들은 석준이를 굉장히 기분 나쁜 태도로 대했다. 차이가 아닌 차별적인 시선과 언행으로 석준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한 친구가 수업 중에 석준이에게 “이 장애인 새끼야.”라고 했다. 그 언행은 사회복지를 배우는 학생이라는 사실조차 부끄럽게 만들었다. 석준이는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에는 그만큼 차이가 있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다는 사실이 장애에 대한 우리의 성숙한 인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만약 그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우리는 존중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타인에 대한 존중은 부족해 보인다. 다름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머리로는 차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에 상처받은 장애인은 더 깊이 움츠러들고 더 위축된다.

장애인은 그저 ‘장애’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러한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천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일반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역할극을 통해서 자신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일반인에게 모욕의 말이나 상처를 주는 말을 듣고, 그 아픔을 겪어봄으로써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장애를 실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아졌고, 제도적 지원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우리의 인식과 마음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사라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그것은 어쩌면 진정으로 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더 마음으로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애인이 겪는 일상적 폭력을 체감하는 노력이 개인적으로 먼저 이뤄질 때 비로소 마음에서의 그 차별이 없어질 것이다. 일상에서 얼마든지 누군가를 위해서 보듬을 수 있고, 대화를 통해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 수 있다. 장애에 대한 진정한 화해는 그 사람의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길에서부터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석준은 가명입니다.

이재영씨는 월드비전에서 세계시민강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