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우리시대

‘우리시대’는 언론계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멘토가 되어, 작성한 칼럼에 대한 글쓰기 지도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평범함에 벌을 주는 사회(김지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8-31 13:28
조회
232

김지혜 / 회원칼럼니스트


8월9일 신림동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115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에 쏟아지던 밤이었다. 밤새 쏟아진 비와 빌라 앞 싱크홀은 이들을 급속도로 고립시켰고 끝내 구조되지 못했다.

8월8일 0시부터 8월9일 24시까지의 강수량은 515.5mm였다. 지난해 서울 전체에 내린 비(1,186.5mm)의 43.4%가 단 이틀 만에 내린 셈이다. 이례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인명피해도 심각하다. 8월19일 기준 14명이 사망했고, 2명이 실종됐다.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주택침수로 이어지면서 반지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들의 주거지를 잃게 했다.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던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가 이번 재난에서 반지하 침수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출처 - 시사저널


폭우에 침수된 반지하 가정집.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반지하 주택은 약 32만 가구에 이른다. 이 중 61%에 해당하는 약 20만 가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같은 건물이라도 지하층과 지상층의 월세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곳이 대다수다. 교통비, 식비, 직장이나 학교 등과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집을 구하는 이들에게 반지하는 마지막 선택지이자 기회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공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 설사 자본주의 경쟁에서 패배하여 지하로 내려간 것이라 표현하더라도 그렇다. 인간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은 승리와 패배로 가를 수 없는, 그저 평범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는 평범함에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유엔 해비타트에서는 사람들에게 적절한(adequate)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전하고(safe), 안심할 수 있고(secure), 살만하며(habitable), 지불가능(affordable)한 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지붕만 있다고 집이 아니다. 집은 더 나은 삶과 미래에 대한 기회를 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는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자연재해는 가장 먼저 빈자를 향할 것이고 그들에게 남기는 피해는 훨씬 클 것이다. 우리 공동체의 일원인 이웃들이 한순간에 유명을 달리한 어이없는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