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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스크’ 공무원 난동과 실명보도(임아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2-02 11:58
조회
996

임아연/ 인권연대 운영위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 달라는 카페 주인의 요구에 난동을 피운 고객이 당진시 간부공무원으로 알려지면서 크게 이슈가 됐다. 전국적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당진시는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직위를 해제했고, 행정안전부의 감찰이 시작됐다.


 이른바 ‘턱스크’ 논란을 처음으로 보도한 <YTN>을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이 이 사안을 다루며 해당 공무원의 신원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당진시대>는 편집국 논의 끝에 실명으로 보도했다. 지역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부서장급 간부공무원은 지역사회에서 그만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가 나간 뒤 공무원노조에서 신문사를 찾아와 이번 사안에 대해 항의했다. 실과명까지만 나가도 될 텐데 굳이 이름을 거론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당진시대의 실명보도 때문에(?) 가족들까지 고통 받고 있다고 호소하며 실명보도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이번 사태 뿐만 아니라 그동안 당진시대에서 여러 지역 현안에 대해 보도하면서 공무원들의 이름이 기사에 들어가 불편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사진 출처 - freepik


 익명으로 보도할 것인지, 실명으로 보도할 것인지는 각 언론사에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공익제보자나 취재원의 신분이 드러나 불이익이 예상될 때를 제외하고는 익명보도는 최소화돼야 한다. 뉴스에 대한 신뢰를 좌우하기 때문에 취재원과 정보 출처를 뉴스에서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에서 익명보도가 많은 건 사실이다. 지난해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신문과 방송>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KBS 9시 뉴스와 영국 BBC 10시 뉴스를 비교한 결과 KBS의 익명처리 비중은 28%였던 반면, BBC는 6%에 불과했다고 한다. 익명 인터뷰는 미성년자 또는 범죄 관련 보도에서 인용되는 일반시민과 범죄관계자만 해당됐고, 특히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 등 유력자는 모두 실명으로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와 명예와 권력을 좇으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짊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면서 공무원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사회적 책임을 모르고 있고, 연말연시만 되면 승진을 두고 인사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자신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관심이 없어보였다.


 신문사를 찾아온 공무원노조가 “지자체 간부공무원(5급 사무관)이라고 해봐야 정부 부처에서는 주무관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공무원의 책임을 이야기 하는 기자에게 “일개 직장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을 넘어 좌절감을 느꼈다. 특정한 상황과 말 한마디로 일반화할 수는 없으므로 이 또한 모든 공무원의 생각이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이번 ‘턱스크’ 논란도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 책임에 대해 간과하고 있던 공무원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 사태와 공무원의 난동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넘어 이번 사태가 내포하는 여러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익명보도와 실명보도를 두고 언론이 추구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원칙과 가치에 대해서도 말이다.


임아연 위원은 현재 당진시대 편집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