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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위대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3 09:23
조회
284
요즘 제일의 화두는 역시 대선이다. IMF 사태가 발생한지 10년이 지났고, 87년 민주화 항쟁이 있은 지 20년이 지났다. 87년 대선은 노태우를, 92년 대선은 김영삼을, 97년 대선은 김대중을, 2002년 대선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2007년 대선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1997년 노동자의 피를 먹고 자란 우리 경제는 재벌 위주의 고도성장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며 파산 직전에 이르렀고, 이후 노동자들은 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거리로 내몰렸다. 재벌의 수익은 극대화 되었고, 중소기업의 수익은 반 토막 났다. 국민은 일생을 벌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고, 정상적인 노동을 통한 재산의 증식보다 부동산, 증권 투기를 이용한 재산증식에 온 관심이 뻗쳐 있다. 국가의 공교육은 붕괴되고,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나라 전체 부의 80%를 상위 20%가 전유하고 있고, 아랫목이 데워져야 윗목에 훈기가 돈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이 있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윗목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하고, 아랫목만 엉덩이를 데일만큼 뜨겁다. 20대 청년 실업은 유례를 찾기 어렵고, 그 결과 사고에 있어 진보적이어야 할 20대는 그 어느 세대, 그 어느 시기보다 보수화되었다. 그리고 2007년 대선은 경제를 살릴 적임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슬로건 하나로 정리되고 있다.

최근 삼성 문제가 그 정도를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눈을 뜨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심지어 삼성 그룹 차원에서 7조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정부, 언론사, 검찰 등 어느 기관도 삼성 비자금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고, 국민은 철저히 기만당했다. 누구에게? 삼성에게? 아니다. 우리 사회 상부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제 세력이 우리를 기만한 주체다.

장롱 속 고이고이 모셔두었던 금붙이를 꺼내 헌납하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팔 걷어 부친 국민들의 귀한 돈은 재벌의 회생을 위한 공적 자금으로 사용되었고, 공적 자금을 수혈 받은 재벌은 오로지 제 배 불리기에만 급급했다. 재벌의 떡고물을 주워 먹은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길 거부하고, 검찰은 재벌의 뒤를 봐주기에 여념이 없고,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노동하기는 죽기보다 싫은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071128web10.jpg사진 출처 - 연합뉴스



 어디까지가 정치의 문제이고, 어디까지가 경제의 문제인가?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이런 용어도 있었구나 싶은 말을 들었다. 바로 “선순환”. 악순환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 왔기에 낯설지 않지만 선순환이라는 용어는 30년을 넘게 살면서도 생소했다. ‘순환이 좋음 또는 좋은 현상이 끊임없이 되풀이됨’이라는 뜻의 선순환.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악순환에 너무도 익숙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재벌은 분식회계를 통해 수백억, 수천억, 수조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회사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세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작업에 사용하고, 비자금의 일부를 뇌물로 받은 검찰, 언론, 정부는 이들의 범죄와 비리가 확대재생산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재벌은 조금은 자신을 가지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다시 비자금을 만들고…….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 진학한 대학은 취업을 위해 거쳐 가야 하는 정거장 정도로 전락했고,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청년들은 비정규직이라도 외면하지 못하는 형편에 처해 있으며, 싼 임금의 젊은 노동자들이 넘쳐 나는 경제 구조 속에 30 ~ 50대 가장들은 언제, 어떻게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회사의 눈치를 보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평생을 모아도 월급만으로는 집 한 채 장만키 어려운 형편이 되다보니 전국은 부동산 투기장이 되어버렸고, 온 국민이 주식을 도박 수단으로 삼고 있다.

어느 고리부터 끊어 내고, 어느 고리부터 개혁해야 악순환의 구조가 선순환의 구조로 바뀔 수 있을까? 과연 지금처럼 ‘경제 살리기’라는 슬로건 하나만을 내건 대통령 후보들이 이런 선순환의 모멘텀을 만들어 낼 수는 있을까?

총체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 어떻게, 어디서부터 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쇠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 만큼만 강하다.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의 부패를 어느 시점에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곪아가는 상처 부위를 어디서부터 메스를 델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부패가 사라진 영역을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그러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치우침이 없는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대통령을 만능 해결사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란 꿈은 일찌감치 버리자. 그리고 지금부터 다시 살펴보자. 우리의 앞으로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으로 누가 적임자인지를.

위대영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