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차라리 간판을 바꿔라! (황미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6 23:12
조회
245

황미선/ 인권연대 운영위원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사교육비가 엄청 늘어 상반기에 그 액수가 15조를 돌파했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사람들이 물가가 너무 올라서 살기 힘들어하고 가계 내의 소비를 줄이며 생활하는데, 가계당 상반기 교육비 지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여 무려 9.1%나 늘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때 분명 사교육비를 줄이는 정책을 부르짖었었다. 그래서 돈 없이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즉 공교육을 강화시켜 누구나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사교육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교육의 현실을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떠들썩했던 영어 몰입교육도 그렇거니와 0교시와 밤 10시 이후의 심화보충학습 실시에 관한 정책, 학교 성적에 따른 우열반 편성과 고3학생들의 수능 이후 학원수강 학교 출석 인정이라든지 사설 모의고사와 관련한 지침 등이 포함된 4.15 학교 자율화 정책이 그것이다. 이 정권이 화려하게 주장한 이러한 정책들은 말 그대로 학교 자율화를 위한 정책이 아닌 범국가적 사교육 장려 정책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공교육을 운운하다니 사실 어불성설이다. 학교의 민주화나 공교육의 강화나 정상화를 포기한 이정권이 지난 6개월간 쌓은 업적(?)이 바로 수치로 나타난 상반기 사교육비 증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080910web01.jpg참교육학부모회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4·15 공교육 포기 정책 반대 연석회의’가 주최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 열린 ‘국제중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게다가 지난 7월말에 처음 실시된 서울시 교육감의 주민직선제의 결과 또한 사교육을 장려하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되었다. 17개 구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었어도 사교육의 왕국인 강남, 서초, 송파구의 단결된(?) 지지를 받은 공교육감은 당선되자마자 서울시내 국제중학교 설립과 고교 선택제를 추진하여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국제중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설명에서 이명박 정권이 취했던 유사한 수법이 발견된다. 국제중학교는 수업은 영어로 실시하겠다고 하는데 입학 할 때 학생을 영어시험으로 선발하지 않으니 영어 교육에 대한 사교육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올 10월에 치러질 전국단위 성취도 평가는 공교육감이 야심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정책 중 하나이다. 말로는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정책이라고 하지만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는 시험하나가 학업성취도를 높인다면 말이 되는가? 오로지 일련의 정책을 통한 사교육 시장 키우기 정책이고 이 정책에 모든 교육공무원을 동원시키고 행정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교원에 대한 인사권도 동원하여 징계나 고발을 운운하여 압력을 행사한다. 그러면서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한단다. 이 또한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이다.

강남 모 동네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 공교육감에 대하여 집값의 하락을 염려하여 유래 없는 투표참여율을 보여준 강남 유권자들의 단결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대조적으로 사교육비 감소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은 왜 하나의 힘을 모으지 못했을까하는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사교육비 확 줄이겠습니다.’, ‘아이들만 생각하겠습니다.’라는 선거 문구에서 진실성이 있었는가? 정말 공교육감이 주장한 선거문구대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믿었는가? 겉과 속이 다른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거짓으로 운운하지 말고 솔직하게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서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교육에 대한 사회적 혼란을 막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공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공교육에 투자할 자본도 없고 투자할 마음도 없다. 사교육을 통해서든 아니든 오로지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자들만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이것이 진정한 자유주의이고 이 정부와 공교육감의 교육적 소신이라고!’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