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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의 역사 새로(?) 알기 (이재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00:39
조회
234

이재상/ 인권연대 운영위원



   보수진영의 인사들이 이르면 10월부터 서울시내 고교생들을 상대로 ‘현대사 새로 알기’ 특강을 한다고 한다. 20일 쯤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나온다고 하는데 특강의 주요 내용은 ‘대한민국의 자유주의 노선’, ‘선진 서구 문명과의 교류’, ‘시장경제 원칙 고수’ 등 크게 세 가지가 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 특강에는 북한민주화 포럼 이동복 대표, 나라정책연구원 김광동 원장, 서울대 이영훈 교수 등 보수진영의 인사 30여명이 강사로 나설 것이라 하고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언론기사를 보면 이들은 이 강연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사로 나서게 될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자신의 강의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 지금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중심으로 강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강을 주도하는 전국학교운영위원회 총연합회 송인정 회장은 ‘기존 교과서가 대한민국 건국과정과 성장과정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폄훼하고 있으니 이제 ‘건국’ 60주년을 맞이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주눅 든 역사가 아니라 짧은 기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현대사가 있다는 걸 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들의 문제의식을 담아 좌편향 사교과서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이른바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다. 교과서포럼의 대표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실사구시 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역사교과서가 나와야 한다는 일념 하에’ 대안교과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교과서에선 일제의 위안부 강제동원 얘기도 빠져있고, 일제에 의한 수탈 주장도 잘못되었으며 일제하에서 근대적 경제성장의 기반이 닦여졌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고등학생들에게 ‘새로’ 알려줘야 할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앞서 나온 일본의 우익단체가 만든 후소사 역사교과서에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이미 담겨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런 현대사 새로 알기 노력이 민간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편향된 이념을 담은 역사교과서의 채택을 막겠다고 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념논쟁이 일고 있는 역사교과서를 수정하겠다며 로드맵까지 밝히고 나섰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금성출판사판)도 이미 4년 전 국사편찬위원회와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국사편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수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불편한 과거사를 들춰내는 것보다 보다 긍정적인 면을 우리역사에서 찾겠다는 노력이라면 지금 진행되는 현대사 새로 알기 특강에 시비를 걸 생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과거역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회피하면서 역사와 과거의 기억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080917web04.jpg지난 8월 15일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뒤 전광판에 적힌 ‘위대한 국민, 기적의 역사’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이런 역사 새로 알리기 작업은 여러 방면에서 추진됐었다. 4.3 추모행사에 대통령이 불참했고 5.18 기념행사에도 대통령의 참석여부가 논란이었다. 나아가 올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로 바꾸자는 입법안까지 제출되는 등 현대사에 대한 인식의 충돌은 여러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역사해석의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실용노선과 결합하면서 단순히 역사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로도 부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일 관계이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일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이지 못하고 실용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를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건 어찌 보면 자유지만, 그렇다고 과거로부터 잉태되어온 오늘의 현실까지 바꿀 수는 없다. 더구나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지고 현실정치를 풀어가려 한다면 이는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을 지 걱정이다.



이재상 위원은 현재 CBS방송국 PD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