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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교사로 살고 싶다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22:15
조회
271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오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이 있어서 가정과 가족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날이 있고 교사로서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스승의 날이 있다. 이는 ‘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나기까지 올바른 사고와 과정이 중요하고 그 가운데 교사가 역할을 한다라는 것이 전제 될 때 스승의 날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선생님에 대한 공포 때문에 아이가 8개월째 학교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인천의 모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예슬양(가명)은 담임교사였던 안 모 씨(29·여)에게 맞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아직까지도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예슬이의 담임을 맡았던 안 씨는 예슬이가 숙제를 안 해오고 물어보는 말에 대답도 안했다며 나무 막대기로 엉덩이 27대를 때렸다. 예슬이는 3주의 상해 치료를 받았다. 체벌이 사회 문제화 된 이후 안 씨는 교단을 떠났지만 예슬이는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과 체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학교 얘기만 꺼내도 질겁을 하고 있다. 지금 예슬이는 정신과 병원 두 군데에 다니고 있다. 한 곳에서는 전문의의 정신 상담을 받고 다른 곳에서는 놀이치료를 받고 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예슬이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해까지 시도했다는 경향신문(2009.5.11)의 기사는 교사인 나를 부끄럽고 초라하게 했다.

최근에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자본주의적 속성에 부응하는 교육정책들로 인해 구조조정이니 노동의 유연성이니 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과 ‘교사를 지식을 파는 장사꾼’으로 만들어가는 사회 일각의 풍토와 일부 교사의 잘못을 전체교사인 냥 확대하여 부풀리는 언론과, 교육을 “매개”로 돈벌이 하는 사교육 시장의 이해관계에 놀아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더욱 초라해지고 있다. 또한 교사에게 배우는 학생 자신들이 그런 고마움을 지니지 않는 데다 학부모들마저 ‘월급 받고 당연히 하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그런 생각을 지니게 된 데는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올바른 정신을 일깨우지 못하는 교사, 교사답지 못한, 교사로 대우할 수 없는 교사 등으로 교사 당사자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일반 직업인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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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한겨레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능력, 성실, 사랑일 것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지 않을까. 부끄럽게도 나는 사랑이 부족하다 그러기에, 잘못의 지적보다는 칭찬을, 건강한 아이보다는 마음이 아픈 아이를 좀 더 어루만져 주려고 하며, 미리부터 좋은 아이, 나쁜 아이로 구분해서 대하는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즐겁게 여기는 마음, 아이들을 볼 때마다 눈에 어리는 자상함, 아이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는 따뜻한 교사이고 싶다.

그래서 졸업생들에게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이셨지...” 보다는 “선생님은 우릴 진짜 아껴 주셨지” “언제든 찾아가 상담하고픈 선생님이셨어”라는 말을 듣는 교사이고 싶다.

“교단에 서 있는 그 시간 동안 나는 늘 죄를 지으며 살았다”는 존경하는 선배교사의 말처럼 나는 날마다 죄를 지으면서도 그 부끄러움을 잊고 지냈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은 나를 가장 부끄럽게 만드는 날이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불광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