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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되풀이되지 않도록... (홍승권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6:15
조회
188

홍승권/ 인권연대 운영위원



1년 가까이 장례도 치르지 못하던 억울한 원혼들의, 시커멓게 그을리고 뒤틀린 육신을 마침내 땅속에 안장시키는 장례가 지난 주말에 있었습니다. 이미 떠난 지 오랜 그 몸을 비로소 땅에 뉘었으니, 비록 뒤늦은 일이지만, 원혼들과 유족들을 위해서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장례식 날, 서울역에서부터 용산 남일당 앞까지 무장한 경찰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어 과연 이 장례가 소위 정부와의 합의 아래 치러지는 것인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저들이 이건희 단독 사면이나 세종시 원안 수정 강행 등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합의’니 ‘타결’ 뉴스로 여론을 어르려고 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분들이며 상주의 처지를 생각할 때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희 사면의 예에서 보듯이 가진 자들에게는 한없이 ‘프렌들리’한 이명박 정부는 정말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끝끝내 가혹하군요. 저들이 진정 국민을 섬기며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무리인지, 또 다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찰의 진압 교본에도 없는 상식 이하의 ‘대국민 전투’로 국민을 살상하고서도 아직까지 경찰 간부 중에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이가 없는 채로, 또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인 철거민들이 거꾸로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그리고 이런 식의 재개발로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제도를 보완하지 않는 한, 이번 장례로 용산참사(백기완 선생께서는 참사가 아니라 ‘학살’이라고 하셨지요!)가 일단락되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유족들은 오랜, 길에서의 생활을 접고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집안 살림을 돌보아야 하겠지만, 우리에겐 원혼들의 피맺힌 바람을 기필코 이루어내야 할 책무가 새삼 지워진 셈입니다.

돌이켜보면, 남일당 그 자리에 나와 내 형제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억울한 상황과 죽음을 내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 함께한 사람은 그야말로 소수였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한 천주교 사제들과 송경동 시인을 필두로 한 문화예술인들, 그리고 이름 없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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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355일 만에 열린 ‘용산참사 장례식’을 마친 유족과 시민 3000여명이
지난 1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서 노제를 열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율법사가 ‘내 이웃’이 누구냐고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제사장이나 레위인은 다들 강도를 만난 이를 못 본 척 피해 가는데, 사회로부터 따돌림 당하던 한 사마리아 사람이 곤경에 처한 그 사람을 기꺼운 마음으로 돌보아 주었고 곧 이러한 사람이 이웃이라고 예수는 가르쳐 줍니다. 이웃 사랑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모르는 체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체하는 것이라고, 이렇게 분명하게 성경에 나와 있건만, 한국 사회에서 이천만 명이나 된다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도대체 예수님 말씀을 어디에다 감춰놓고 교회를 다니는 걸까요?

하기사 그 예수님을 따른다는 교회에서도 웃어른인 장로라는 자가 전과 14범의 몸으로 파렴치한 거짓을 일삼으며 거뜬히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또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나서는 입으로는 법치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서민을 위한다고 강조하면서 하는 일마다 그와 정반대이니, 새삼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요즘 이 정권이 하는 짓을 보면,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래 이처럼 우리 말과 글이 본디의 뜻과 완전히 다른 뜻으로 쓰인 예가 또 언제 있었을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용산참사의 원인을 되짚어보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국민들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에서부터, 왠만한 정치인이나 언론 할 것 없이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되뇌는 현실을 보면 우리 모두 경제발전과 돈 되는 것에 환장한 속물이고 그런 연유로 오늘날과 같은 비극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라도 돈이 주인행세 하는 지금의 세상 이치나 논리를 무시해 버리고 좀더 자유롭게 살 여지는 없는 걸까요?

2010년 올해는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 등 굵직한 현안들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이 소중한 선거를 통해, 국정 운영에 대해 개념도 없고 거짓말투성이에 몰상식한 저들에게서 권력을 되돌려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이 정권이 오로지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사는 동네에선 5년 전부터 지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은평시민신문’이라는 인터넷판 지역신문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동안 이 신문을 통해 구청과 구의회가 얼마나 전근대적이고 형편없이 돌아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귀한 지역신문이 드디어 지난 연말부터 종이 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해, 앞으로는 더욱 많은 지역 구민들에게 구의 소식들을 좀더 상세히 잘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작은 일들이 우리의 일상과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얼마쯤 낙관하는 전망을 펴 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힘을 내 열심히 살아 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승권 위원은 현재 삼인출판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