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오만과 뻔뻔(위대영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4 09:55
조회
222

위대영/ 인권연대 운영위원


 
주민등록법 제37조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10조제2항을 위반한 자나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자

국민의 정부 시절 2002년 장상 당시 국무총리 내정자, 장대환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참여 정부 때에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인권위원장이 자신 또는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소속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자녀 징병검사), 현인택 통일부장관(자녀 교육), 이만의 환경부장관(자녀 교육), 김준규 검찰총장(자녀 교육), 오세빈 선관위원 후보자(부동산),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부동산) 등 현 정부 국무위원과 일부 장관급 공직자,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이 있다.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장남의 고교 배정과 관련해 위장전입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위키백과, 위장전입 사례 중)

MB정부의 2010. 8. 8. 개각에 장관 등의 후보로 내정된 자들 중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는 위장전입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고, 심지어 위장전입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MB정부의 입장은 인사청문회 강행과 돌파로 정리된 듯하다. 범법행위를 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자를 정부의 최고위직에 임명하겠다는 MB도 그렇고, 스스로 범법행위를 했다고 시인하면서도 최고위직에 임명되겠다고 버티는 후보자도 그렇고, 참으로 뻔뻔하다.

능력이 있으면 범법자도 장관이 되고, 국세청장이 되고, 경찰청장도 된다. 하긴 MB는 전과가 14가지나 되지만 대통령이 되었으니 위장전입 정도는 범죄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에게 틈만 나면 준법을 강조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모순적인 행태다. 표리부동하다. 조용히 나머지 임기가 지나가기를 바랐지만 그 뻔뻔함에는 속이 메스껍다.

20100809.01400101000002.03L.jpg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8일 오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 신임 개각인사를 단행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MB정부의 8.8 개각은 도대체 어떤 심리에서 이루어진 걸까 궁금하다. 밥상 위의 먹거리에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물을 올려놓았고, 22조원이 넘는 혈세를 땅 파는 데만 사용하고, 자신의 고향 인맥들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음에도 방치하고, 생존을 외치는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실업자는 늘어만 가고, 국가와 가계 공히 부채만 늘어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승리하고, 보궐선거에서도 승리하고, 이 정도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할만해 보인다.

그런데 그 자신감이 지나친 감이 있다. 8.8 개각이 MB정부의 오만으로 읽히는 것은 내가 뭐를 해도 국민은 나를 지지할 거라는 생각이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민을 세금 내는 봉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 과연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외교, 안보, 국방에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그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은커녕 여전히 중용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사마귀가 달려오는 수레 앞에 두 팔을 들고 수레를 멈춰 세우려 한다. 사마귀는 수레에 깔려 들어간 후에나 자신이 무슨 짓을 했던 것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서 철저하게 오만한 태도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추려 하는 MB정부의 태도가 수레 앞의 사마귀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사마귀는 자신이 깔린 뒤에 무슨 짓을 했던 것인지 깨달을 수 있을지 몰라도 오만함에 더해 뻔뻔함으로 무장한 MB정부를 보면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후에도 과연 자신이 무슨 짓을 했던 것인지 깨달을 수는 있을까 싶다.

위대영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