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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생명력을 잃게 하는 인사 (황미선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4 10:05
조회
262

황미선/ 인권연대 운영위원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사가 공정하고 원칙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그 조직이 시행하려는 모든 일에 대하여 조직원들의 신뢰가 쌓이고 원칙이 바로 서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 소속의 교사들 또한 매년 이맘때 전격적인 인사가 이루어진다. 중등도 그렇지만 초등의 경우, 현재 진행되는 인사제도에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 문제들이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저해하고 있고 인사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간의 각종 비리를 양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정기 전보와 비정기 전보라는 형태로 근무지를 옮긴다. 정기 전보는 근무하던 학교에서 만 5년을 근무하면 학교를 옮겨 근무지를 바꾸는 형태이고 비정기 전보는 교사의 개인적 사정에 따라 만 1년이 지나면 근무지를 옮기도록 신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와는 별도로 초빙, 전입요청, 전보유예라는 제도가 있어 교장의 판단과 희망하는 교사의 요청으로 이루어지는 인사 제도가 있다.

우선 초빙교사제도는 학교장이 각 학교에 필요한 유능한 우수교사를 확보하기 위하여 교사를 초빙하는 제도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된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도입 취지는 공교육 정상화와 학원자율화를 꾀하여 학교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었고 1996년 6월 교육공무원법에 의거하여 신설, 1996년 9월부터 초빙교장제와 함께 실시되기 시작한 제도이다. 두 번째로 전입요청제도는 정기 전보 대상자 중 해당 학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분야의 자격증 소지자 또는 지도·연수·연구 실적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교사나 체육특기자, 상담, 특수학급담당교사 등을 학교로 전입 요청하는 제도이다. 이 또한 전보 대상자의 30% 이내에서 요청이 가능하며, 30%를 초과하더라도 학교당 최소 2인까지는 가능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전보유예제도는 정기 전보 대상자 중 근무하던 학교에 더 근무하고 싶은 교사들이 전보를 미루는 제도로 객관적으로 유예를 인정할만한 사유가 있어야하고 학교장과의 논의를 통한 후 학교 인사자문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대상자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학교장이 이 제도들을 활용하여 교사 정원의 30%(자율학교는 50%까지 교사를 초빙할 수 있음)까지 확보할 수 있어, 일반 교사들의 수에 비하여 너무 높은 비율로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본인이 근무하는 강동·송파지역 학교의 경우 10년을 근무하면 거주지 밖으로 반드시 나가야하는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총 442명의 전보대상 교사 중 36%인 158명이 이 방법으로 강동·송파지역에 계속 근무하게 되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지역에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교사들이 결과적으로 근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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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시 교육청에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강연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는 서울지역 고등학교 교장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또한 학교장이 모집 교사수를 정하므로 전횡을 일삼을 우려가 있고,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근무하는 교사들을 학교의 중간 관리나 학교의 중요 직책을 맡겨 학교장의 정책이나 운영방침을 일선 교사들에게 주입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학교 운영과 관련해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든지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 등은 그 내용이 사장되거나 동료교사들로부터 오히려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열정적이고 능동적인 교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일에 대하여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려하기보다는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편하게 되고 책임을 회피하는 분위가 팽배하게 된다.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는 현 교육 방침에서 이런 식의 비민주적 학교운영은 많은 교사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교육에 대한 희망의 빛을 사라지게 만든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나 인사자문위원회가 학교장의 휘하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학교의 경우 이러한 제도는 도입 취지를 유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교사 개인적으로 원하는 학교로 전출가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심지어 원하는 학교로 전보되기 위해서 강남권은 400만원, 비강남권은 200만원이라는 공공연한 소문도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검증되지 않은 실력 없는 교사가 초빙되기도 하고 교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를 들어서 전입 요청을 하거나 실제와는 다른 업무를 보는 사례, 또 구체적이지 않은 불분명한 이유를 들어 요청을 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어 정기전보를 하는 수많은 교사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학교 내에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월 12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권한대행 김경회)에서 발표한 공립 중등교사에 대한 3월 정기전보 결과를 보면 2010년 인사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전입요청·유예·초빙교사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를 구체적 수치로 살펴보면 전입요청 교사는 전년도 422명에서 560명으로, 전보유예 교사는 794명에서 838명으로 늘었다. 특히 초빙교사는 93명에서 566명으로 크게 늘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전체 전보교사 가운데 전입요청·유예·초빙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도 34.0%(1,309명)에서 50.0%(1,964명)로 늘어났다고 하였다.

이제는 인사에 대한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줄서지 않고 정상적으로 인사 이동하는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인식되기까지 한다니 이 제도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진보 교육감시대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