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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교의 성과급 단상 (황미선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4 10:28
조회
228

황미선/ 인권연대 운영위원


 

서울에 소재한 각 학교에서는 교과부에서 하달한 공문에 의해 성과급 지급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여 며칠 전에 그 결과를 교사 개인에게 틍보하였다.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유는 근무성적, 업무실적 등이 우수한 사람에게 성과상여금을 지급함으로써 교사들의 사기를 고양하고, 교사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과급 지급이 교과부가 도모하고자한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결과나 과정이 민주적이지도 않으며 공문의 절차대로 시행하되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과연 성과급이 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제도로 이는 교육이라는 행위에 대하여 기본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한다. 송파구 소재 P초등학교의 사례를 빌어 학교 현장에서 이 제도가 어떤 식으로 시행이 되는 지 말하고자 한다.

P초등학교는 공립학교이고 공립학교 소속 교사들은 5년마다 학교를 옮겨 근무하는데 P교는 이에 따라 내게 전근무교가 되었다. 그러나 성과급은 지난해 성과에 대한 것이 되므로 그 대상은 전년도에 근무한 교사들이고 성과급 지급을 위한 절차는 부득이하게 전에 근무한 학교에서 절차를 밟아 진행한다. 그 절차를 살펴보면 전체 교사회의를 개최하여 성과급 지급에 대한 연수를 실시하고 심사위원회를 그 자리에서 구성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전체 교사회의는 개최되지도 않았고 공문에서 제시한 절차는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2차 회의까지 진행되어 모든 원칙이 결정된 후 메일로만 그 결과가 고지되었다. 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고 요구에 의해 전체회의를 소집하였고 그 자리에서 사전에 어떠한 관련 연수도 진행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도 다수의 부장들과 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1~2명의 교사들로 구성한 후 부장들에게 유리하도록 지급 원칙을 정해버렸다. 지급원칙 또한 가관이었다. 기존에 없던 교장이 줄 수 있는 점수를 10% 부여하였고 일반교사와 부장교사와의 점수 차를 두어서 부장교사에 대한 점수의 치우침을 심화시켰다. 다른 항목에서 주는 점수차가 작은데 부장교사들에게 이 두 가지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부장들은 최고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원칙결정 의견 수렴과정에서도 일반 교사들은 배제되어 성과급 지급절차는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게 진행되어 버렸다. 이 책임은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해야하는 교장과 교감, 그리고 심사기준을 만든 심의위원들일 것이다. 그러나 절차를 어겨가며 진행한 것에 대하여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없이 그 잘못을 저지른 심사위원들을 그대로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모습을 보고 사전에 관련 대책회의를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교사들 또한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되어 학교의 억압적이고 비민주적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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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10일 2011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였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P초등학교의 성과급 지급사례와 같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학교사회를 얼마나 무기력하고 비민주적이며 억압적 학교문화를 만들어 내는지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교장은 부장에게 자신의 뜻을 받들도록 요구하고 부장들은 교장의 요구를 충실하게 수행하며 대신 성과급에서처럼 그 대가를 받는 구조! 교사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통제하는 문화가 지배적인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에게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을 기대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특히 올해부터는 성과급을 ‘개인 성과급’과 ‘학교 성과급’으로 이원화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문제가 많다. 애초에 학교에 입학할 때 학구에 의해 자동 배정되도록 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초등의 경우 그저 눈에 보이는 방과 후 참여율과 돌봄 교실 이용율 등을 반영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고 중고교의 경우 학업성취도 평가점수 등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어 교육부가 학교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몰아가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의견에 대하여 단순히 배정을 하는데 어떤 기준을 따로 마련하자는 말이 나올까 염려되지만, 교육의 질은 단순하게 성과급 지급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의 질은 우수한 교사의 확보와 교육의 콘텐츠(내용), 그리고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환경과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수한 교사의 확보는 교육의 성과를 가늠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나마 원칙대로 진행되지도 않는 차등성과급의 지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사의 끊임없는 교육에 대한 고민을 통해 질 좋은 연수를 받아 그 내용이 학생들에게 피드백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이제라도 가치와 철학을 담은 교육의 특성을 알고 학교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여 정책을 이행하기를 바란다.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