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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취재와 함정수사(서보학)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12-18 16:45
조회
446

서보학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지난해 9월 개인 사무실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목사로부터 명품백을 받는 장면이 몰래 촬영되어 유튜브 언론에서 공개된 이후 그 파장이 날로 확산하고 있다. 처음에 기성 언론들은 취재윤리를 위반한 함정취재라는 명목으로 애써 사건을 보도하지 않고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기를 바랐으나 유감스럽게도(?) 이 사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70% 가까이가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부패의혹에 대해 특검이 도입되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번 명품백 사건은 그런 바람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급기야 요 며칠 새 보수신문인 조ㆍ중ㆍ동은 내년 총선에서의 참패를 예감한 탓인지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를 사실상 내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문하고 나섰다. 아마도 보수신문들은 국가서열 2위가 서열 1위를 함부로 내칠 수 없다는 내부 사정을 잘 모르고 그런 요구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의 침묵에 대한 세간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보수언론의 당혹감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 부인이 사사로이 명품백을 수수한 것은 명백하게 부정청탁금지법(소위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도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비롯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원 판례는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을 매우 광범위하고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통일운동을 하는 해당 목사가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을 하고자 그 연결고리로 대통령 부인을 만나 명품백을 건넸다면 당연히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선물을 받고 즉시 돌려주거나 감독관청에 자진 신고하지 않은 이상 설사 대통령실의 ‘선물반환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더라도 범죄의 성립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또한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 자신의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하였을 때는 감사원, 수사기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세간에 공개된 이후에도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를 신고하였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것 또한 명백한 법 위반으로 추후 대통령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공직자의 공평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부정청탁금지법이 제정된 것인데 공직자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과 그 가족이 버젓이 법을 위반한다면 과연 대통령의 영이 설 것인지 또한 공직기강은 바로 설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공안검사 시절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되었던 이시원 검사를 다른 직책도 아닌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한 윤 대통령이니 처음부터 법을 준수할 생각이란 없었다고 추정하더라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명품백을 수수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것이 취재윤리에 반하는 함정취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필자는 언론인이나 언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함정취재의 법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함정취재를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빗대는 기사가 많았고 ‘독수독과원칙’(毒樹毒果原則: 독나무에서 열린 열매도 독이 들어 먹을 수 없다는 뜻)이 거론되기도 하여, 이번 사건의 함정취재가 과연 잘못된 것인지를 함정수사의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범죄의 함정을 파서 시민이 빠져들기를 기다렸다가 체포하는 수사행위를 의미한다. 국가가 시민을 상대로 수사를 하는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 및 수사의 신의칙상 시민을 속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수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함정수사를 통해 획득한 증거는 불법증거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모든 종류의 함정수사가 다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마약범죄ㆍ성매매범죄ㆍ조직범죄ㆍ인신매매범죄ㆍ보이스피싱범죄ㆍ디지털 성범죄ㆍ부패범죄 등 사건의 성격에 따라서는 범인을 체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정수사의 기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법원은 함정수사의 유형을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으로 나누어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허용되는 적법한 수사로, 반면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금지되는 위법한 수사로 본다. 여기서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이미 범죄의사를 가진 자에게 범죄의 기회만을 제공하는 경우를 말하고, 범의유발형은 본래 범죄의사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ㆍ계략ㆍ적극적인 유혹 등의 방법을 써서 범의를 유발시켜 범죄하도록 하는 경우를 말한다. 범죄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범죄를 범하도록 꼬드겨 함정에 빠뜨리는 것은 금지되지만 이미 범죄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에 나갈 기회만 제공하는 경우는 적법한 수사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청소년성보호법은 2021년 9월부터 아동ㆍ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찰관의 신분위장 수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공익적인 필요성이 큰 경우 일정한 방식의 함정수사 기법을 적법한 수사방식으로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함정수사의 법리에 비추어 판단하면 이미 범죄의사를 가진 자에게 범죄에 나갈 기회를 제공하여 범행장면을 포착하는 ‘기회제공형’ 함정취재는 허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번 사건에서 해당 목사가 사전에 명품백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고 김건희가 이 사진을 본 뒤 만날 의사를 전해와서 면담이 성사되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기회제공형’ 함정취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의 정상적인 취재방식으로는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대통령 부인의 금품수수 장면을 이러한 방식의 함정취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포착할 수 있겠는가? 최고 권력자가 구중궁궐 안에서 벌이는 부패행위를 포착하기 위한 부득이한 취재방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적법한 함정수사에서 획득한 증거를 독이 든 열매라고 할 수 없듯이 허용되는 함정취재를 통해 획득한 파일을 보도에 사용하는 것 역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출처: 서울의 소리


대통령 부인이 사적인 만남을 기회로 고가의 금품을 수수하는 것은 일반인의 도덕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심지어 김건희는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법안이 발의된 지 6일 만에 사무실에서 버젓이 명품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역겨운 권력자의 오만한 행태이다. 평소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배우자의 부패에 대해서는 입 닫고 있는 대통령의 모르쇠도 역겹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민들과 법치주의를 우습게 보지 않으면 취할 수 없는 행태이다. 그리고 권력의 부패를 감시ㆍ비판해야 할 언론이 함정취재를 핑계로 보도를 외면하는 것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본분을 잃어버린 비겁한 행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짠맛을 잃은 소금을 과연 어디에 쓸 수 있을까. 대통령 부인의 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조사나 수사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감사원ㆍ국민권익위ㆍ검찰ㆍ경찰 등 법집행기관의 눈치 보기 행태도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야당 대표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의혹을 뒤지기 위해 국민권익위ㆍ검찰ㆍ경찰이 총동원되어 수차례 압수ㆍ수색과 조사ㆍ수사에 나섰던 상황에 대비해 보면 윤석열 정부 사정기관의 불공정과 선택적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정적 탄압에 단식으로 투쟁하던 야당 대표를 잡범에 비유하며 조롱했던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대통령 부인 역시 잡범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 권력자들의 언행이 참으로 가볍고 가소롭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이에 반해 권력의 핍박을 개의치 않고 함정취재를 통해 권력 핵심부의 부패를 만천하에 드러낸 비주류 언론인의 기자정신과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나머지 모든 언론인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