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뭔가 불안하다(조광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12-12 09:19
조회
185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국가의 통치가 오리무중 속이다. 목적이 없다. 목적이 없으니 방향이 잡힐 리 없고, 방향이 없이는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국가가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니 국민이 삶의 의미를 잃고 암중모색으로 알게 모르게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무능한데다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조차 없어 보이는 대통령 때문이다.


출처: pixbay


대통령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추구하는 바가 다른 사람을 두려워한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야당 대표를 아예 만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인 걸로 여겨진다. 남을 두려워하는 자는 덕성을 구비한 진정한 인격을 갖출 수 없다. 인격은 스스로 독자적으로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남들과의 상호 인정을 통해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두려워하는 자가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게 문제다. 물론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자가 거머쥔 게 문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서도 그 뜻을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자가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게 문제다.


자신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알지 못하니 국민의 생각은 물론이고 국민의 민생조차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이 워낙 출중한 능력을 발휘했기에 국민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이 뛰어나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탁월한 수사 능력을 발휘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부패한 악인이라고 여기는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과 한 사람의 대법원장을 감옥에 가두어 징치한 것이 오로지 자기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신은 누가 뭐래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임금 ‘王’ 자를 새기고 나온 데서 이미 여실히 드러났다. 일과의 해프닝이 아니었다. 그때 그는 보통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대통령 위의 왕, 국민 위에 전제적으로 군림하는 왕이 되겠다고 이미 마음을 굳힌 것이다. 그때 조금이라도 지성의 능력이 있는 국민이라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해했다.


출처: pixbay


그런 그가 어떻게든 대통령에 선출되고 말았으니 국가에 대재앙이 닥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부분 권력을 향한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과 그에 따른 불상사가 일어난 사건마다 대대적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압수 수색이 이루어진다. 그 대상은 자신을 무소불위, 무오류의 ‘왕’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잘못을 파고들어 들추어내고 비판하는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 수색이었다. 이러한 압수 수색이 제왕의 권력을 발휘하는 것임은 이른바 선택적 수사와 기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왕’인 그의 가족과 친위 조직인 검찰의 갖가지 범죄 의혹은 수사와 기소에서 아예 제외된다.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을 설정한 법치는 왕정에 따른 전제정치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으니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민생을 챙겨야 하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민생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통한 인권의 보장과 신장이다. 국가를 부강케 하고 민생을 잘 돌본다고 할지라도, 그 대가로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통치자는 인간의 공동체적인 삶을 향한 본성을 크게 위반하는 것이고 어떻게든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법치라는 허울을 내세워 왕정을 짐짓 흉내 내면서 국회를 무시하고 정당을 무시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대다수 국민의 의견을 아랑곳하지 않는 데다 자유주의 이념의 공염불 놀음을 하면서 전쟁의 위기를 북돋우면서 민생마저 내팽개치다시피 하니, 매주 토요일마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윤석열은 하야하라’라는 구호에 이어 기어코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구호가 겹겹이 쌓여 우렁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전직 법무 장관들이 “검찰 쿠데타” 또는 “대호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운위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형태의 쿠데타를 일으키지 말란 법이 없다. 분명 꿈도 꿀 수 없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를 ‘터무니없이’ 선출한 국민이 크게 반성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수구 언론-재벌-검찰의 결합에 따른 지배계층의 카르텔에 휘둘려 합법을 가장한 또 한 번의 새로운 쿠데타적 음모에 따른 국가적인 불행을 당할 수도 있다.


이미 두 명의 특수부 출신 검사를 탄핵했다. 이제 여세를 몰아 이른바 다수 야당이 결의를 다지고 있는바 ‘쌍-특검법’을 여지없이 관철 · 수립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추정되면서 대대적인 정치사회 투쟁이 예고되어 있다. 12월 19일로 일정이 잡힌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징계 불복 항소심이 1심의 판결처럼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혼란과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이미 요동을 치고 있다. 그 진앙은 단연 대통령 윤석열의 제왕적 독선이다. 특히 민주 야당은 이와 전격적으로 대립하는 민주시민 운동 세력과 일치단결하여 효율적인 정치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1770년대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는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프랑스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 궁핍에 시달렸다. 당시 2%에 불과한 사제와 귀족 계급이 40%의 국토를 소유하고 있었고, 98%의 평민들만이 세금을 냈다. 재정 고갈 상태에서 갈수록 평민에 대한 세금 징수율은 높아졌고 공수표와 다름없는 국채를 계속해서 발행해 물가가 치솟아 국민의 민생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1789년 민중에 의한 혁명이 일어났다. 바스티유 감옥이 열리고, 시위가 확산하여 파리의 시민 혁명은 지방 곳곳으로 번져 농민반란이 일어나 가세했다. 인권선언을 위시한 새로운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의회가 말하자면 불법적으로 따로 구성되었고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전제군주에서 사실상 입헌군주로 추락할 수밖에 없게 된 루이 16세는 국민의회를 중심으로 한, 구체제를 청산하고 오늘날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되는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온갖 구체제 세력과 혁명 세력 간의 알력과 투쟁 끝에 왕권이 바닥으로 추락하여 급기야 1792년 제1 프랑스 공화국이 선포되고, 루이 16세는 처가에 해당하는 오스트리아로 도주를 감행하다 발각 체포되어 1793년 1월 단두대에 의해 처형되었다. 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는 같은 해 역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