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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닌 우리 눈으로 이슬람 바라봐야" (오마이뉴스 2006.01.0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8:02
조회
352

[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과격파 테러리스트의 온상. 이해할 수 없는 전근대적 풍습을 고집하는 곳. 각종 TV와 신문에서 그려지는 '이슬람'에 대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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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문화연구소 이희수 소장 ⓒ2006 김대홍


그런데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를 이슬람 지역에서 공급받고 있다. 게다가 중동 건설 특수에서 경제발전의 큰 계기를 얻었고 지금도 우리의 주요 수출기지다. 특히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과격한 행동을 벌이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우리가 이슬람 사람들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왜 이슬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할까.

이슬람문화연구소 이희수(43·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소장은 오래전부터 이슬람 문화를 우리나라에 소개해 왔다. 2001년 <이슬람>이란 책을 통해 이슬람교의 실상을 소개했고 지난해엔 인권연대와 함께 '이슬람 세계의 이해' 강좌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1월 9일부터는 '이슬람 세계의 이해2' 강좌를 통해 우리나라 교과서에 실린 이슬람 왜곡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과서에 실린 이슬람에 대한 몰이해는 심각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중동지역 22개 국가가 사용하는 용어인 '아랍만' 대신 이란만 사용하고 있는 '페르시아만'을 고집하는 지도, 우상숭배를 꺼리는 그들의 문화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마호메트 사진 게재 등 문제점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 소장은 "이슬람권은 경제면에서 여전히 우리의 우방인데 이슬람권을 까닭없이 미워하는 이유는 '미국의 눈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눈으로 이슬람권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이슬람 대중화에 목숨 걸었다"

- 우선 이 소장이 이끌고 있는 이슬람문화연구소 소개를 해달라
"90년대 이후 이슬람문화를 전공한 박사급들이 20여 명 정도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실업자다. 나는 다행히 교수가 됐다. 청춘을 바쳐 힘들게 공부한 사람들이 한 달 50만 원 이하의 돈을 받고 강사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들었다. 연구소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어 만든 사설 연구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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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수 교수 등 이슬람 전문가들이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전 펴낸 책 <이슬람>(사진은 개정판)ⓒ2006 청아출판사


- 이슬람문화연구소가 <이슬람>이란 책을 펴낸 적이 있는데 반응은 어땠나.
"사실 그 책을 기획했을 때는 초판이 다 팔리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출판사쪽도 시큰둥했다. '이슬람'이란 단어를 꺼려 '중동'으로 바꾸자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가 고집해서 '이슬람'으로 밀고 나갔다. 2001년 9월 8일 책이 나왔는데 3일 뒤 9·11 테러가 터졌다. 석 달 만에 10만부가 넘게 나갔다. 지금까지 20만부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다."

- 강연활동이 무척 활발하다고 들었는데.
"1년 평균 100회 정도 강연을 다닌다. 이슬람 대중화를 위해서 목숨 걸고 한다."

- 이른바 1970~80년대 '중동 특수'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된 곳인데 그런 사실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그다지 와 닿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다. 이슬람권 문제만 놓고 보면 제3세계보다 못하다. 총체적 무지다. 해방 이후 50여 년 동안 먹고살기 위해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한 게 그 이유다. 이슬람을 우리 시각으로 보기보다 미국 시각으로 보면서 균형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사건과 사고만을 통해 이슬람을 봤다. 그래서 실제 3%에 불과한 급진세력이 이슬람의 전부인양 알게 됐다."

- 이슬람 문화권이 우리나라에게 어떤 존재인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90%를 이슬람권에 의존하고 있다. 절대적이다. 이슬람권은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건설 플랜트 1위 지역으로 큰 공사는 거의 우리나라가 독식했다. 또한 이슬람권에선 90년대 이후 한국산 전자, 자동차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다. 특히 한국산 전자제품은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른다. 한국 제품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열풍이 아니라 거의 광풍이다."

이슬람 왜곡 '독도=다케시마'와 다를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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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수 교수는 1월 9일부터 시작한 '이슬람 세계의 이해 2' 강좌를 통해 우리 교과서에 나타난 이슬람 왜곡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2006 김대홍


- 1월 9일부터 인권연대 교육센터에서 열리는 '이슬람 세계의 이해Ⅱ' 강좌에서 우리 교과서에 나타난 이슬람 왜곡 사례를 설명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어떤 왜곡 사례가 있나
"중1 사회 교과서에서부터 종교를 가르치는데, 이 때 잘못 배우면 평생 간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꼽으면 먼저 '알라신'을 들 수 있다. 이슬람교는 기독교와 똑같이 성경을 믿는다. 알라신은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을 아랍어로 표기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교과서에선 알라신이 또 다른 신인 것처럼 가르친다.

그리고 이슬람교는 우상숭배를 금지하기 때문에 예언자 얼굴을 그림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교과서엔 마호메트 사진이 실려 있다. 그 사람들이 죽기보다 싫어하는 행동이다. '페르시아만'이란 표기도 잘못 됐다. 이란은 그 명칭을 사용하지만 나머지 22개국에선 '아랍만'이라고 사용한다. 우리가 페르시아만을 고집하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주장하는 일본과 다를 바 없다."

- 그렇게 심각한 사실을 아랍 외교관들이 알고 있나.
"다행히 아직 모르고 있다. 2001년에 그와 같은 논문을 작성했지만 아직 전달하지 않았다. 고구려사 왜곡, 독도 문제 등이 잇달아 터지는 상황에서 자칫 쟁점이 흐려질까봐 발표하지 않았다."

- 그런 왜곡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나
"1995년 사회교과서 편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알게 됐다. 내가 알고 있는 이슬람과 교과서속 이슬람이 너무 달라 충격받았다. 고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후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1995년 중반 이슬람 문화를 사회에 알리기 시작할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다. 우선 교회 중심으로 이슬람교가 일신교이고 기독교와 다르지 않다고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이슬람교가 우리가 잃어버린 엄격한 도덕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론도 생겼다.

무엇보다 2002년 월드컵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월드컵 이후 터키 여행객이 많이 늘면서 이슬람 문화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 터키는 전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도지만 대단히 자유롭다. 문화와 스포츠를 즐기고 개방돼 있다.

과거 TV에서 보던 이슬람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사람들이 깨닫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수가 늘면서 국내에도 10만 가까운 이슬람 노동자가 들어왔는데 그들이 테러를 한 번도 저지르지 않았다. 나쁜 사람들이 아니란 것을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 연구기관이나 관련 학과는 늘었나.
"전혀 늘지 않았다. 그러나 필요성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특히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전문가가 없어서 모두가 우왕좌왕하지 않았나. 모든 방송국들이 < CNN > 통역만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운명을 단지 동시 통역사들의 입에 맡기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꼈을 거다."

- 국교수립 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슬람권을 방문한 게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고 들었다.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보면 지나치게 홀대한 것 아닌가.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한 게 두 번째였다. 터키는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1만5000명이 파병돼 수천 명이 전사했다. 그런 나라에 48년 동안 대통령이 가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안한 것은 말도 안 된다."

계속 홀대하면 이슬람권 사람들도 돌아설 것

- 이슬람권 사람들이 서운해 할 만도 한데.
"이슬람권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해 '성실과 근면'이란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 과거 중동 건설붐이 일어날 때 100만 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근무했다. 중동지역 사람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이나 늦은 저녁에는 일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3교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일했다.

그 결과 사막에 거대한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공장이 생겼다. 사막지역 사람들이 보기엔 아마 기적처럼 느껴졌을 거다. 그때 생긴 호감이 한국상품 구매로 이어졌다. 그러나 계속 홀대하면 그들도 변한다. 이란이 대표적이다. 중동지역에서 우리나라의 건설 플랜트 1위 지역이면서 2위의 원유 공급 국가가 이란이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을 쫓아 그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그들 입장에선 좋아하는 사람에게 비수를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 이슬람이 유럽이나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교세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지부진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슬람교는 유대교와 기독교 이후에 만들어졌다. 상대적으로 신생 종교이기 때문에 훨씬 역동성 있고 생명력이 있다. 그리고 쉽다. 또한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은 대부분 과거 유럽의 식민지였다. 자신들을 지배했던 나라의 종교에 대한 반감도 이슬람교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브라질과 함께 전 세계에서 이슬람교 교세가 가장 약한 나라다. 이유는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우파적인 기독교가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타 종교에 적대적이었고 특히 이슬람에 대해선 완전히 장벽을 쳐놓았다."

-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지는게 필요한가.
"이슬람지역 전문가를 키워야 된다. 중동지역에서 사건이 터지면 < AP통신 >등 미국의 유명한 뉴스를 공급받는데 그들은 대부분 유대재벌이다. 유대재벌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미국의 국익을 대변한다. 중동지역 상주 기자 한 명 없이 일이 생기면 파리나 런던 특파원을 보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이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잠깐 간다고 무슨 말을 하겠나. 그리고 기업이 연구기관 육성에 나서야 한다. 돈 벌 생각만 하고 전문 연구기관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미국에선 조그만 대학에 가도 중동관련 학과는 다 있다."

- 이후 계획을 말해 달라.
"우선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교육을 할 생각이다. 그들이 미국 중심 사고와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책, 세미나, 강연 등 대중을 상대로 한 활동을 열심히 할 것이다. 또한 교과서의 왜곡 사례를 고쳐주고 참고가 될만한 교과서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이슬람권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이슬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펴낼 계획이다."


이희수 교수는 누구?


이희수 교수는 국립 이스탄불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터키,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년 동안 이슬람 문화를 연구했다.

이슬람학 분야 전문가로서 9·11 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했다. 2001년 최고 화제작중 하나였던 <이슬람>과 <어린이 이슬람> 그리고 2002년 <끝나지 않은 전쟁>의 저자이면서 <문명의 대화>의 번역자, >전쟁과 평화>의 공동저자,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마호메트 평전> <인류문명의 박물관 이스탄불>의 감수자이기도 하다.

현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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