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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교회'가 아니다" 제도화된 불법, 종교교육 [현대판 종교재판에 멍드는 사학⑦]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국장 (오마이뉴스 0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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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작성일
2017-06-30 11:06
조회
445
<오마이뉴스>는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35개 종교·인권단체의 연대체인 '강남대 이찬수 교수 부당 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공동으로 강남대 이찬수 교수의 재임용 거부와 관련된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종교적 배타성'과 족벌 사학의 문제를 심층 취재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1998년 대법원 판례[96 다 37268호(학위수여이행)]는 '학생들이 신앙을 갖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 아래, 채플을 이수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고 규정한 대학 학칙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정작 교육현장에선 판결의 '단서'는 실종되고, '가능하다'라는 결정만 살아남아 있다. 학내 종교자유 침해로 인한 학생들의 상담은 넘쳐나고, 눈 밝은 몇몇 학생들은 교육부에 '종교자유침해 학칙변경 및 시정명령 청구'를 하고, 필요하면 헌법소원까지 나설 예정이다.

강남대 이찬수 교수의 부당 해직 사태는 대학교원조차 종교자유침해의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교육적 효과'라는 명분으로 점철된 강제적 종교 교육이 이젠 낡은 유령이 되어 수많은 사람의 양심과 인권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교육을 잡아먹는 제도화된 불법, '종교교육' 

종교 사학이 한국 근대교육에 미친 긍정적인 역할과 그동안의 헌신적인 노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사학의 건학 이념 또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교육에 기여한 사학들의 헌신은 사학 자율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낸 역사적 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의 훌륭한 업적과 전통이 현재나 미래의 불합리하며 심지어 인권침해적인 관행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많은 종교 사학은 강제화된 종교교육과 종교의식을 구태의연한 관행과 건학 이념, 또는 '교육'을 명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 자유 침해에 대한 다양한 상담 사례는 종교 사학의 전통이라는 게 이미 껍데기일 경우가 많고, 교육을 가장한 일방적인 선교나 포교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 내 종교자유 침해는 여러 형태로 이뤄지나 대체로 몇 가지 형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행위 강요다. △예배 강요 △헌금 강요 △성경 구입 및 휴대 강요 △교회 보내기 △개종 강요 △입학 서약 강요 △특정 음식 금지 등의 사례가 있다. 두 번째 유형은 강요에 '순응'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차별행위다. △동아리 설립이나 학생회장 입후보 등에서의 차별 △일상생활에서의 차별 △왕따 △실기시험에서의 불합리한 차별 등이 있다.

일상적인 차별과 더불어 각종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도 만연해 있다. 종교수업 거부나 예배 거부의 경우 징계, 제적 등의 처분, 종교과목 평가시험 및 성적 반영, 실기시험에서의 불이익 부과 등이 서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마지막 유형은 다른 종교에 대한 비방, 종교성이 짙은 각종 행사 진행, 교내 선교(포교)활동 허용, 같은 재단 대학 진학 유도 등의 방법을 동원해 종교가 다른 학생들에게 배타적인 처우를 하는 경우다.

구체적인 상담사례들은 종교와 교육이라는 숭고한 이념들이 잘못 결합하면 얼마만큼 무서운 '괴물'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떤 학교에서는 매일 수업시간 시작 5분 전, 담임교사의 지도 하에 학급에서 순번제로 강제로 기도를 시키거나, 지각하거나 실수를 저지른 학생에게 강제로 108배를 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종교의식 강요는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종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보다는 '종교혐오'의 씨앗을 뿌리게 마련이다.

서울의 모 여고에서는 특정 색깔의 신주머니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데, 종교적 의미에서 그 색깔이 부정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임은 물론, 색깔 하나에도 편견을 심어주는 어처구니없는 사례이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너가 그 종교를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교사의 말을 듣고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믿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음악 시간에 실기평가에 반영하는 노래를 특정종교 의식에서 사용하는 노래로 하게 하거나, 수학시간에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종교 경구를 쓰게 하는 사례도 있다.

종교교육시간에 일부 학생들이 교재를 지참하지 않았다 하여 학급 전체 학생을 단체로 운동장을 돌게 하거나, 반야심경을 강제로 외우게 하여 예민한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침해 사례는 전체 학년이 매주 특정요일 실시하는 전 학년 종교의식이다. 일부 학교는 월 1회 전교생이 모여 추가로 의식을 행하기도 한다.

종교사학 내에서의 이러한 종교자유 침해는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인권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일방적인 틀로만 종교교육을 운영하려 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종교사학들은 '사학의 특수성' 즉, 학교 설립 초기 재단이 많은 재산을 출연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으나, 변화된 사실을 왜곡하는 기만에 불과하다. 현재 대부분의 사학은 운영기금의 대부분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기 때문이다.

사학뿐만 아니라 공립학교도 절대 예외가 아니다. 교육기본법 제6조는 '특정한 종교를 위한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준법을 가르쳐야 할 학교 현장에는 위법과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모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시간에 감사기도를 시키고 찬송가를 트는 담임에게 학부모가 항의를 하였으나 시정되지 않아, 교장에게까지 문제를 제기하여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듣고 중단할 수 있었다.

재량활동시간에 교사가 나서서 교회봉사활동을 주선하거나 유도하여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쯤 되면 정상적인 종교 교육조차 외면당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게 하는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 장벽에 무릎 꿇은 교육청의 의지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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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강의석 군이 45일간 단식을 하며, 학교에서 종교교육의 선택권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자정 노력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는다. 급기야는 글쓴이가 일하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나 '학교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 등의 시민단체가 구성돼, 서율시교육청을 상대로 개선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강의석 군은 이러한 단체들과 함께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과 대광학원을 상대로 학교 내 종교 강요 및 예배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현실 개선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정보공개청구나 청원 등에 떠밀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24일 서울 중·고교에 '종교 관련 장학지도 계획 지침'을 발송하였다. '지침'은 종교 교육과 관련한 15가지 유의사항을 예시했는데,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 특정 종교 교육 금지 △특별활동 때 특정 종파 교육 금지 △수행평가 과제로 특정 종교 활동 제시 금지, △학급 전체 참여를 전제로 한 종교활동 경진대회 금지 △학생회 임원 출마자격 제한 같은 종교로 인한 차별의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특정 종교에 기반을 둔 신앙 교육보다는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한 교양 교과로서의 교과교육 실시"와 "학교별 종교 관련 상담창구 상설 운영 권장"을 일종의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월 중순, 서울 62개 종교계 사립고 교무부장 회의를 열어 '지침'을 설명했다. 교육청은 "종교 과목을 개설할 경우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해 복수 편성해야 한다"라는 1997년 교육부 고시와, 정규 교과가 아닌 종교 활동은 학생 의사를 고려한 자율적 참여 아래 이뤄지도록 장학지도를 할 것을 요청한 올해 교육부 지시 등에 바탕한 지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기총과 밀접히 연관된 일부 종교사학의 반발에 부딪히자 교육청의 '지침'은 순식간에 퇴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일 열린 서울 295개 고교의 교육과정 담당 부장 연수에서 교육청은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라는 이유로 유의사항을 8가지로 줄여 전달하였다. 그럼에도, 반발이 줄지 않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 5일 장학지도의 근거가 될 유의사항의 예시들을 제외한 교육부의 원칙적인 입장 두 가지만을 밝힌 공문을 재발송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말았다.

부당한 종교교육의 폐해를 직시하고, '교육'적 측면에서 용인될 수 있는 종교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보수 기독교 단체와 일부 종교 사학의 압력에 교육청이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사실, 교육청이 준비한 자료들도 거의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다. 종자연이 지난 4월 26일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와 지난 6월 1일 연수 자료를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 학생들이 그간 제기한 중요한 내용은 거의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육과정에서 특정 종교의식 활동을 교과 내용에 포함한 지도 금지, 수행평가로 특정종교 활동 제시 금지, 수업시간표에 예배 등 특정종교의 명칭이 들어있는 강제적인 종교교육 금지 등이 유의사항에는 제외됐다. 또한, 교육과정 외 종교 활동에서도 학생의 종교 관련 선택권 보장, 학급 내 순번제 종교 관련 의식 금지, 학급 전체 참여를 전제로 한 종교 활동 경진대회 금지, 종교로 인한 차별 금지, 의식 행사 불참자에 대한 개별지도 및 특별 면학지도 등 학생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부분도 유의사항에서 제외됐다.

지적한 바와 같이, 15가지 유의사항을 8가지로 줄여 제시했음에도 일부 종교계의 반발에 서울시교육청은 '실무자의 착오'라는 이유로 다시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애초에 서울시교육청은 '지침'과 관련하여 특별장학지도 및 특별감사까지 단계별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적용될 경우, 사학의 종교 강요 등 인권침해 사항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결국 의지부족으로 좌초되고 말았다. 이 또한 한국 종교 교육의 씁쓸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인권 보호할 '종교교육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이제 학생 및 학부모, 교육청, 종교 사학, 교육관련 단체들이 모여 구체적인 지침과 예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확하며 객관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맹목적인 신념이나 개인의 가치관, 집단의 조직 이기주의만으로 현실의 고통 받는 학생들을 재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기초로 '종교 교육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기총이나 일부 보수 언론의 주장처럼 종교 교육의 선택권과 자율 참여 문제를 사학법 재개정 논의와 연계시켜서도 안 된다. 학생들이나 교원의 인권보장을 위한 논의가 '종교탄압'이니 '종교 교육 불법화' 등의 왜곡된 논의로 흐를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피해를 받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해당 학교 책임자인 교장에게 정식으로 시정을 요청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될 경우 법적 대응까지 진행할 수 있다. 해당 교육청을 상대로 하는 '시정명령청구'를 통해 감독교육관청에서 바로잡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래도 개선이 안 된다면, 민사소송이나 헌법 소원 등 다양한 공익 소송을 통해 판례를 만들어가는 것도 미래를 위한 소중한 실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현대 사회의 기초적인 작동원리이며 지향이다. 교육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시민,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었을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종교 교육도 교육의 한 부분일 뿐이다. 더는 '순교'를 일상적으로 입에 달고 사는 일부 종교계 지도자들이나 사학들의 배타성과 독선에 참교육의 실천을 방해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상식이 필요하다. 학교는 교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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