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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 법치주의 파괴하는 ‘테러방지법’의 분신술(分身術)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1:26
조회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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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석/ 아주대교수, 헌법학


 국가정보원(국정원)은 두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테러방지법’(테러법) 제정에 실패했다. 물론 국정원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았다. 2001년 국정원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정부입법 형식으로 추진한 것에 대한 실패를 거울삼아 2003년에는 ‘의원입법’ 형식을 빌려 주연을 국회의원에게 양보하고 국정원은 감독만을 맡았던 것이다.


마침내 불굴의 국정원은 과거 서슬 퍼렇던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


획부 시절의 명성에 걸맞게 ‘사실상’ 테러법 제정에 성공했다. 지난 3월 15일자로 대통령 훈령 제47호 「국가대테러활동지침」(테러지침)을 개정해, 4월 1일 테러관련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테러정보통합센터(테러센터)를 설치하고, 국정원 대테러단장이 테러센터장 자리를 거머쥐었던 것이다. 아울러 정보와 테러 업무의 전문성을 내세워 상위기관인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마저 국정원장의 몫으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가비밀로 취급되는 훈령을 활용한 것을 보면 국정원의 비밀 기술은 녹슬지 않았다.
녹슬지 않은 국정원의 비밀기술

 더 나아가 국정원은 테러법 제정을 통하여 양지에서 권력의 둥지를 트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대통령 훈령인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국가사이버안전전략회의에서 국정원장이 의장을 차지했다. 이어 테러지침 시행일인 3월 15일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테러법안을 제출했고, 열린우리당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3월 26일 정부의 여권법 개정 방침 역시 테러법 제정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즉 전쟁·테러 등이 발생한 위험국가를 여행하지 못하게 하거나 머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여권 효력을 정지시키는 수단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테러정국 분위기를 띄우고 각종 ‘분신술’을 동원해 테러법의 진지를 구축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냉전시대의 정보활동 대신에 국제범죄·테러리즘·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정원을 정점으로 한 테러대책기구를 설립하는 내용의 테러법은 여러 모로 문제가 많다. 그래서 2001년부터 시민단체들과 학자들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가기관까지도 반대했던 것이다.

‘테러법’은 인권침해법

 먼저 법안이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는 테러가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국정원 테러정보종합센터 홈페이지에는 1993년 이래 테러 발생 건수가 나와 있는데, 평균 4~5백 건이던 것이 2003년 809건, 2004년 988건으로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그런데 그 아래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2004년 건수의 59%인 581건은 이라크에서 일어난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일방적으로 침공한 것이든 미국과 이라크가 전쟁 중인 것이든, 거기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는 것만 보더라도 테러의 정체는 모호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국정원이 여러 국가기관의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비밀정보기관으로서의 성격상 국정원은 그 조직과 활동의 투명성에 한계가 있으며 그에 따라 책임성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정원의 지위 격상은 민주적 헌법원리를 거스르는 것이 될 터이다.

 그리고 각종 정보통신 기술이 상당 정도 개방화된 현실에서 비밀첩보활동에 익숙한 비밀정보기관이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지, 더욱이 국정원 주도 아래 중앙집중적으로 테러업무를 총괄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기왕의 테러 대책 관련 부서와 형사법제 그리고 테러 자금에 대한 국제협력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오늘날 상황에 맞는 것이며, 정보수집기관과 수사기관이 서로 견제케 하여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것이 헌법의 권력분립원리를 구현하는 것이다. 또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경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과잉비대해진 정치적 권력기관을 구조조정 해야 하며,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아도 대테러활동을 기획·조정·총괄하는 체제를 새로이 만드는 일은 업무의 중복과 예산의 낭비만 초래할 것이다.

 더구나 인권과 관련 있는 사항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는 불확실할지라도 적어도 국가기관의 조직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 훈령으로 규율한 것은 중대한 헌법위반이다. 서울올림픽을 내세워 북한과 국제테러 대비를 명목으로 1982년 제정된 테러지침은 그 태생부터가 군사쿠테타로 집권한 정권의 반법치주의적 작품이었다. 훈령에 근거를 둔 국가기구 조직은 민주헌법이 요청하는 법치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테러지침은 그것을 국가비밀로 지정하여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회피하였음은 물론 행정규칙의 형식을 취해 국회와 사법부의 통제를 배제함으로써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에 버금가는 인권침해 법률로 테러법을 지목하는 까닭이다.

테러의 악순환을 끊어라!

 지난 3월 29일자 조선일보는 ‘미국유학 시절 성조기와 록을 사랑했던 아랍 청년법학도가 자폭테러 이슬람 전사가 된 사연을 담은 타임지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 원인인즉슨,  9·11테러 이후 비자 신청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이유로 미국 재입국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로부터 국정원은 마녀사냥-빨갱이사냥의 계보를 잇는 저인망식 테러리스트 사냥이 오히려 테러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라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정원은 헌법이 천명한 평화주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장시키고 민주주의원칙에 충실한 국가운영만이 테러를 예방하는 근본대책이자 지름길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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