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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집단행동하는 검사들의 사표부터 받고,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1:43
조회
431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신뢰문제를 거론하고, 경찰은 수사권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사개추위는 공판중심주의를 앞세워 검찰 수사의 개혁을 요구하고, 여당은 공수처를 신설하겠다고 하고 법원은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은 검찰이 5면초가(五面楚歌)에 놓였다고 표현한다. 검찰은 이러한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이 많다고 투덜대던 검사들이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하여 평검사회의라는 근거도 없는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고,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도 연일 포화를 쏘아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제기되고 있는 사안을 하나씩 살펴보면 진정한 의미의 검찰개혁과는 일정한 거리에 있는 것들뿐이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전체 수사의 97%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과 규범(형사소송법)의 괴리를 규범화(형사소송법 개정)하자는 단순한 문제이다. 수사권 조정을 계기로 검찰의 전횡을 일부 막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은 그 요란한 논의와 검, 경간의 감정적 갈등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경찰에게 송치 전 단계에서의 수사의 개시와 진행에 대한 일부 자율적 권한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경찰이 직접 사건을 종결하는 것도 아니고,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것도 경찰이 지금의 논의에서 완승했을 때의 일이다.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사개추위의 개혁안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경찰과 검찰이 작성한 조서가 그대로 법정에서 인정됨으로써 형사사건의 경우 재판이서류위주로 형식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수십년째 거듭되고 있는 지적이다. 법정이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곳이기 위해서는 공판정 밖에서 작성된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함으로써 공판중심주의의 취지를 살리자는 것이 지금 논의의 핵심이다. 이미 대법원이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상황에서 공판중심주의는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는 사안이다. 검찰의 반발이 요란해서 그렇지 이 역시 직접 검찰개혁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공판중심주의의 도입으로 검찰의 무리한 자백위주의 수사관행이 고쳐진다면 이것 역시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스스로 코너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검찰의 반발이 거듭되어 쟁점화되고 있는 매 사안이 전부 이런 식이다. 대통령 공약을 이어 여당 등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공수처 도입이나 다른 사안들도 직접 검찰을 겨냥한 개혁안이기보다는 일의 진행에 따라 검찰의 변화가 부수적으로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이다.



검찰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워낙 많은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한쪽이라도 허물어지면 지금까지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불러왔지, 검찰개혁이란 차원에서 접근하면 지금까지의 논란은 사실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검찰은 기소독점과 기소편의, 그리고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와 직접 수사를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어 버렸다. 과거와 달리 법의 지배가 요구되는 시대적 상황에 편승해, 이전처럼 중정 - 안기부로 이어지는 비밀정보기관이나 고문을 앞세운 경찰, 보안사(기무사) 등을 통해 권력의 안보를 지키고, 권력 연장을 획책하는 시대가 마감되자, 그 커다란 권력의 공백은 검사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대체로 노태우 정권 무렵부터 검찰은 힘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 기관도 갖지 못한 권력을,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맘껏 쓰고 있다.


검사는 다른 공무원과 달리 시작부터 3급(부이사관)이다. 시작부터 높은 직급을 보장해주니 차관만 40명에 이를 정도로 고위직이 넘쳐 난다. 퇴직하면 변호사로 개업하여 전관예우와 함께 막대한 부를 보장받을 사람들이 현직에서도 차고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다. 정부 부처 간 회의에도 국장급 회의면 검사들은 과장이 나간다. 이른바 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란다. 대접만 좋은 것이 아니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가 가져다 준 권력은 가히 무소불위 자체이다. 일본의 검찰심사회처럼 기소독점의 폐해를 점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절대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어느 나라의 검찰도 갖지 못한 독점적 권력이다. 이 권력은 지난 대선자금 수사에서 보았듯이 삼성재벌 이건희 회장의 심부름으로 수백억원의 돈을 정치권에 뿌렸던 이학수 본부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배려해주고, 이건희 회장은 조사조차 하지 않는데서 그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겨우 1년이 지난 다음 이학수씨는 검사들 앞에서 경영권도 인권이라는 내용의 강연까지 하였다.


 그렇지만 검찰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냉혹하기만 하였다. 법의 지배가 정착되어 간다는 작금의 상황에서 민중들은 여전히 ‘무전유죄, 유전무죄’ 또는 ‘무권유죄, 유권무죄’라며 이른바 ‘법의 지배’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직 검사를 불법감금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여도, 검찰은 진정이라며 재정신청의 기회조차 봉쇄하고 무혐의 처리를 한다. 검찰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인권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방도는 어떤 것이든 꽉 막혀 있다. 연수원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동고동락을 함께한 법원의 판사들은 검사들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다. 긴급체포와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인지조차 구별않고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아들이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 구속영장기각으로 제동을 거는 단순한 일도 이상한 판사의 파격적 행동으로 언론에 소개되는 지경이 되었다.


 법원의 통제도 시들하지만, 법무부는 검찰을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법무부가 검사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법무부 교정국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요직은 검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방부도 문민화하겠다면서 검사들에 의해 온통 장악된 법무부의 문민화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검찰개혁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의 검찰을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통제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면 이제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 아참, 그 이전에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옷을 벗겠다는 검사들의 사직서부터 제대로 받아놓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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