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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 방송계에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바람, 노동자의 힘이 필요합니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5:12
조회
304

여준민/ 인권연대 회원


선비 같은 노조위원장


 수많은 편견의 조각들을 언제야 날려 보낼 수 있는 걸까?interview6-kim07.jpg


 이번 달 만날 사람이 방송사 노조위원장이란 말을 듣고, 또다시 머릿속에 거침없고 말 잘하며 약간의 배짱 같은 것도 있을 법한 모양새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웬걸? 큰 키에 비쩍 마른 몸을 한 그는 걸음걸이도 조용조용, 말씨도 조용조용, 신경질 나는 신자유주의와 언론의 상황들을 이야기할 때도 좀처럼 흥분하는 기색없이 평상심을 유지하며 조용조용 이야기를 풀어갔다. 주변에선 그이를 ‘선비’라고 한다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예수의 말씀 실천하는 방송인


 김종욱 피디. 독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지만 학문에 관심가질 기회를 전혀 주지 않던 80년대 초 대학을 다녔으니, 공부에 뜻이 생길 일은 만무하고,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9년 반 만에 졸업했다.


 “현장에 가지 않는 이상 취업을 해야 하는데 대기업은 가기 싫고, 뭐 먹고 사나 고민하다가 당시 언론 바람이 불어 저도 언론고시라는 것을 준비했죠. 방송기자보다는 신문기자가 낫겠다 싶어 한겨레를 겨냥해 공부했는데, 하하, 한겨레가 그 해에만 신입기자를 뽑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 기질이나 스타일로 봐서는 방송 PD가 낫겠다 싶었죠.”


 92년 입사 당시 기독교 방송사라 가짜 교인증명서를 제출해야만 했지만(지금은 사라진 규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고단한 이들의 한숨 받아주던 시사자키 


interview5-kim07.jpg


 그는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CBS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오늘과 내일’의 담당 프로듀서였다. 많은 이들이 노동, 인권, 통일을 주요 내용으로 매일매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현상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을 통쾌하게 꼬집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피어린 절규와 단내 나는 한숨을 전달하는 프로로 기억하고 있는.


일전에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라디오에서 이 방송이 나오기에 소리를 크게 해달라고 했더니, 택시기사 아저씨가 “이 프로그램 정말 좋지 않아요? 전 매일매일 들어요. 아주 시원해요.”라고 이야기 하시길래, “저도 그래요.”라는 짧은 답변을 하며 혼자 쓰윽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사회문제에 고민하는 사람들 중 시사자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이고, 그늘진 곳을 파헤치는 우직함과 깊이 있는 내용으로 많은 이의 신뢰와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그 좋은 프로그램 제작을 잠시 쉬고, 왜 노조위원장의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자본의 이름에 대항하는 노동자의 힘 필요



 

 “올 해부터 노조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되었지만, 지금 CBS는 몇 해 전 파업 때 비하면 평화시기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방송계에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요. CBS는 그걸 고민하지 못했는데 노조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고 무거워진다.


 “신문시장에 이어 방송시장 또한 신자유주의 여파로 경쟁체제가 가속화되면서 자본에 잠식당하고 있어요. 방송기술이 그걸 뒷받침 해주면서 엄청난 속도로 언론구조가 재개편되고 있는 거죠.”


 등 떠밀려 위원장에 출마했다고 하지만, 그의 고민은 ‘자본’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인간적인 구조와 시스템에 ‘노동자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에 머물렀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던 그였지만 ‘하루하루 프로그램에 얽매여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란 고민이 지속되면서, 결국 방송노동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위기의식이 그를 노조위원장의 위치에 서게 한 것이다.



정부+언론+자본이 주도하는 기술발전의 허상에서 깨어나야interview4-kim07.jpg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이의 말에 동의할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툭 불거져 나오는 방송 관련 용어와 개념들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 만큼 빠른 속도로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무엇을 위해서인지, 어디를 향해서 가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휩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이 쳐들어온다는 것은 사회 기본 틀을 흔들고 병들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을 덧붙였다.


“방송계에도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거죠. 언론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데, 오히려 진대제 장관을 필두로 한 정통부가 앞장서고 있어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뉴미디어 기술 개발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만, 본질은 KT, SK, 삼성 등 거대 자본이 방송 산업에 뛰어들게 하는 토대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는 많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과연 인간의 삶이 얼마나 더 풍요롭고 행복해졌는지 스스로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걸어 다니면서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고속버스에서도 TV를 시청할 수 있으며, 100여개가 넘는 방송 채널이 있지만, 무엇 하나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이 있는가. 그저 지친 몸을 기대고 앉아 리모콘 하나 달랑 들고 채널 돌리기에 바쁘고, 인간의 정신을 ‘멍~’한 상태로 만들며, 잠시의 고요함과 쉼도 허락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연유로 그는 19세기 초 산업혁명 시기에 급증하는 실업과 생활고의 원인을 기계 때문이라고 생각한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순 러다이트 운동의 사례에 주목하자고 제안한다.


 “기술발전에 사람이 놀아나는 일에 더 이상 동참하지 말고, 뉴미디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것들이 있어야 내 삶이 자유롭고 행복해집니까?”


 그의 모든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자유주의 광풍에 저항하자


 처참한 방송현실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애매한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대다가 “금연이 유행인데, 담배 안끊으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에서 난 그가 외모와 풍기는 분위기에서만 선비가 아니었구나를 확신할 수 있었다.


 “유일한 취미가 술, 담배예요. 근데 하루는 딸아이가 공익광고를 보고 나서, 아빠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나봐, 하는 거예요. 가족의 행복을 위해 금연하라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고민 좀 하다가 아이를 설득했죠. TV가 가끔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한단다.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되는 거야. 라고요.”


 요즘 그는 6월 항쟁과도 같은 것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한단다. 그만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신자유주의 광풍에 고민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이의 굳은 신념과 실천의 길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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