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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스승의 날’을 보내며 ... (황미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4:32
조회
317
오늘은 제26회 스승의 날이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이고, 오늘은 학교재량일로 정해졌기 때문에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런 저런 과정이 있었다.

우리 학교는 작년에도 재량휴일로 쉬었다. 올해도 2월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에서 2007년 학사일정을 정할 때 작년과 동일하게 진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휴일이 됐다. 사실 3월 학운위 회의에서는 스승의 날을 25일(올해는 석가탄신일과 노는 토요일 사이의 근무일이 됨)과 바꾸는 것을 안건으로 상정했었으나, 7:5의 결과로 2월 회의에서 정한대로 결정됐다. 사실 어느 날을 쉬건 연간 7일의 재량 휴일은 보장되므로 상관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이 스승의 날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담감 때문이라면 곰곰이 생각해 볼 거리가 된다. 나는 학교 측과 학부모 측이 이런 풍토를 함께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소위 ‘부담’을 주었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개인적 이해관계로 교육에 대한 소신이나 신념 없이 스승의 날을 활용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이미 깊은 불신이 팽배해있는 것은 사실이다. 골이 너무 깊어 어떻게 메워 나갈지 막막하긴 하지만, 혼란스러울수록 원칙으로부터 접근하면 항상 답이 있었던 것 같다.

스승의 날 전날인 14일 교무회의 시간에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에게서 하나하나 봉투에 담긴 서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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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자율휴업일로
지정해 휴교한 서울 한 초등학교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리고 저녁에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스승의 날을 축하한다는 최첨단 동영상 카드를 전자우편으로 받았다. 20년 정도의 교직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보면 변하기는 많이 변했다. 스승의 날 대통령이나 교육감으로부터 축하를 다 받다니...

그러나 그 축하를 넙죽 받기에는 왠지 무엇인가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마치 목에 잘 넘어가지 않는 무언가를 삼키는 것처럼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공정택 교육감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념일의 참뜻을 훼손하기보다는 교육부조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스승 존경 풍토를 훼손하고 교권을 실추시키는 현상이 반복’돼서인가.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학교가 희망이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익힐 수 있는 곳은 학교밖에 없고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1위가 교사들의 헌신과 노력 때문이라는 글과 본고사와 3불 정책 고수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계층이동의 희망을 살린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인가. 교사로서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봤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고민해 보니, ‘선생님의 행복한 가르침이 제자들의 바르고 건강한 자람을 이끌고 그래야 희망참 미래를 맞이한다’라는 공정택 교육감의 말이나, ‘학교가 살아야 교육이 살고 교육이 살아야 미래가 있다’ ‘교육이 우리의 희망이다’라는 노 대통령의 말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진정성은 반드시 그에 대한 실천이 따라야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이 듣기 좋은 말들은 너무나도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책이나 현실적 상황들이 실천적이지 못하다.

 

진정성 빠진 공허한 교육찬가

그토록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교육재정은 형편없다. GDP 대비 공교육비 투자에 있어서 정부부담이 OECD 국가 평균 5.2%보다 0.6% 낮은 4.6% 수준으로 OECD 국가 상위 21개국 중 17위에 불과하다. 교육부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국제학업성취도는 영역마다 1~4위를 차지하여 상위권에 속하나 학급당 학생수나 교원1인당 학생수 등의 교육여건은 평균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학교교육비용 민간 부담률은 세계1위로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이 최고수준이고, 교원1인당 학생수는 30.2명(OECD 평균 16.5명), 학급당 학생수도 34.7명(OECD 평균 21.6명)으로 역시 평균이하다.

 

070516web03.jpg스승의 날을 맞은 지난 15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학생들이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노컷뉴스



 재정의 뒷받침과 교육여건의 선진화 없이 어떻게 공교육을 강화할 것이며, 빠르게 변화하는 사교육 시장으로부터 학교교육을 어떻게 교육의 중심에 둘 것인가!

또한 교원평가에 대한 여러 이견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실제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실체는 진정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원평가의 전주곡과도 같은 성과급이 어떻게 지급되었는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지침을 방학 중 학교로 보내고 이틀 뒤에 교사의 등수를 매기고, 이를 기준으로 성과급이 지급됐다. 말이 되는가. 학생들의 성적도 연간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를 거쳐 평가의 내용과 시기, 방법 등에 대해 적합여부를 판단하여 결정한 후 그것에 따라 교사가 평가하는데, 교육이라는 아주 종합적인 행위를 어떤 식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사실 교사의 가르침이 인간에 영향을 미쳐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에 대해서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알 수 없다. 다만 교육적인 소신과 견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단순하게 줄 서라고 하지 말고 교사의 질을 높여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방법을 진정으로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스승의 날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이 충돌하지만 교육이 중요하다는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아직 본적이 없다. 이런 저런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교육의 상황들이 아이들이나 교사들, 학부모들 모두를 행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으리라! 이렇게 서로 부담으로 다가오고 그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교육의 날’로 정해 보는 것은 어떤가. 우리가 그토록 희망이라고 이야기하는 교육에 대해 정말 희망적으로 돼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공교육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점검하고 되돌아보는 날로 하는 것은 어떤가! 그래서 조금이라도 말뿐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실천되는지 짚어보는 것은 어떤가!

오늘도 ‘스승의 날’이라며 오래 전 5학년 때 담임이었다던 다 큰 제자에게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그때는 몰랐었다’며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마음에 남는 무엇에 대해 고백하는 어른이 다 된 제자로 인해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 하루였다.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