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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차 수요대화모임(2011.08.24) 정리- 탁현민(성공회대 겸임교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1:03
조회
316
문화기획자 탁현민 교수의 “상상력에 권력을”

참여연대에서 상근활동가로 시민운동을 했고, YB 등이 소속된 다음기획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했으며, P당이란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다, 최근에는 이마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넘겨주었단다.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비롯해, 노무현 추모공연, 문재인 콘서트, 게다가 허경영 콘서트까지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끄집어내 하나의 문화기획물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MBC 앞에서 ‘삼보일퍽’이란 독특한 일인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가장 적당한 직함은 문화기획자다. 낡은 주제와 구태의연한 인물, 심지어 콘서트라는 형식과 도저히 맞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정치인들까지, 그를 만나면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좋은 문화상품이 된다. 그는 자신의 상상력이 운 좋게 흐름을 잘 탔다고 말한다. 과연 그뿐일까.

인권연대가 매월 네 번째 수요일 저녁에 여는 제87차 수요대화모임에 참석한 탁현민 교수는 먼저 무엇이 문화인지, 특히 대중문화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어떤 것이 문화가 되는지, 또 어떤 것은 대중문화가 되는지에 대한 깔끔한 개념 정리였다.

클래식 음악의 위대한 작곡자들의 작업은 빠짐없이 기록되고 보존되지만, 같은 시절의 음악적 생산물이라도 선술집에서 대중들이 모여 부르던 음악들은 대부분 잊혀졌다. 음악적으로 부족한 탓보다는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민중들에게도 문화적 생산과 유통은 있었지만, 기억되고 기록되지 않았다. 대중문화라 불릴만한 것들은 대중이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싹튼 다음의 일이었다. 대혁명 이후, 참정권이 확산되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또는 그럴 수 있는 길이 조금이라도 더 넓어졌고, 자신들의 문화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역량도 커졌다.

대표적인 흑인 음악, 재즈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열등한 존재, 아니 사람이 아닌 어떤 존재로까지 모욕당하고, 착취당했던 흑인들의 한맺힌 음악이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기존의 문화담론을 전복하고, 저항의 의미가 불온하게 담긴 새로운 음악적 흐름이 대중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즐기고, 내가 즐기는 문화로 인해 세상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생각들이 흘러 넘친 탓이다. 물론 재즈라는 장르가 지닌 선정적인 속성, 유흥의 기능이 유행이라는 시대 흐름과 짝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래서 탁교수는 대중문화의 주요 특성으로 선정성, 유행, 유흥, 저항 등 네 가지를 꼽았다.

대중문화가 이제는 자본의 힘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되었다. 불온한 저항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기획에 의한 단발적 문화상품만 반복되고 있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대중이라는 기본을 확인하지 못한 악순환이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도 대중의 주체적 역량을 확인하고, 다시 불지피는 것이다. 대중은 대중을 위한 문화를 가질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