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오바마가 구상하는 팔레스타인 국가안과 보편적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 (홍미정 건국대 중동 연구소 연구교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8:08
조회
156
홍미정/ 건국대학교 중동 연구소 연구교수

요즈음 팔레스타인인들은 오는 9월에 유엔 총회로부터 1967년 6월 경계 내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승인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우선 팔레스타인인들은 2011년 7월 15일에 유엔 사무총장에게 호소문을 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중동 평화를 위한 4자 위원회(UN, 미국, 유럽 연합, 러시아:2003년 로드맵 협상 때 구성됨)는 2011년 7월 11일 워싱턴에서 새로운 중동 평화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수뇌 회담을 개최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 새로운 평화안이 2011년 5월 19일 버락 오바마의 워싱턴 연설에 토대를 둔 것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유엔차원에서 국가 건설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워싱턴 연설에서 오바마는 “팔레스타인인들이 9월에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받으려는 행위는 이스라엘 국가의 합법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창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동시에 “우리는 이스라엘의 안보에 헌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소외시키려는 국제 사회의 토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바바의 연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통해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중단시키고, 팔레스타인인들과 그 영토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통제 아래에 묶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연설에서 오바마는 두 국가 해결안(Two-State Solution), 즉 유대 국가로서의 특별한 정체성을 갖는 이스라엘과 비무장 팔레스타인 국가 계획안을 제시하였다. 이 해결안은 튀니지와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지역에서 진행되는 민주화 요구가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로 인하여 잠재적인 혁명 세력인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 군사 점령상태가 영구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인종 차별주의적인 점령 정책을 실행시키는 이스라엘도 권위주의적인 아랍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동 전역에서 진행되는 민주화 열풍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40110520093614(7).JPG
지난 5월 19일 워싱턴 연설에서의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
사진 출처 - AP연합


유대 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을 강조하는 오바마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역을 구체화시키면서, “생존 가능하고, 비무장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1967년 경계에 토대를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 측이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오바마의 워싱턴 연설은 조지 W. 부시가 중재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직접 협상의 결과물인 2003년 로드맵(Road Map)에 토대를 둔 것이다. 로드맵은 2003년 조지 W. 부시가 중재하여 당시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과 팔레스타인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가 서명했으며, 현재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에서 성취된 최종 협정이다. 로드맵 전문은 “양 측이 협의한 해결안은 독립적이고, 민주적이며, 생존 가능한 팔레스타인 국가의 출현으로 이끌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로드맵 협상에는 중동 평화를 위한 4자 위원회(UN, 미국, 유럽 연합, 러시아)가 참관하였다. 4자 위원회는 미국의 계획을 추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존 가능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제안했던 2003년 로드맵은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 정치 단체 해체를 요구함으로써 내전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이것이 로드맵의 최우선 목표였다. 오바마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연설들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라는 주제는 거의 매번 강조된 반면,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이스라엘 군대와 점령민들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잔혹한 테러 행위는 언급된 적이 거의 없다. 하마스의 테러 행위와 이스라엘의 테러 행위는 그 규모나 빈도수에서 비교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의 시각은 절대적으로 이스라엘 편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워싱턴 연설에서도 오바마는 파타와 하마스의 통합이 이스라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현재 직면한 난제라고 지적하면서, 이스라엘과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하며, 중동 평화를 위한 4자 위원회와 아랍 국가들은 이 난국을 벗어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3일 카이로에서 파타와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의 13개 파벌 사이에서 통합 협정이 이루어졌고, 파타와 하마스는 1년 이내에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임시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오바마와 이스라엘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주장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통합 정부 구성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2003년 로드맵과 2011년 오바마의 연설에서 구상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유대 국가로서 정체성을 갖는 이스라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잠재적인 혁명 세력인 팔레스타인인들을 손쉽게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런 구상으로 출현한 팔레스타인 국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대안은 이스라엘 군사 점령지와 이스라엘 국가 영역을 한 국가로 완전히 통합하면서,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들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하는 한 국가 안(One State Solution)이다. 이 해결안은 혈통이나 종교 같은 배타적인 정체성을 넘어서서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인종차별주의에 토대를 둔 유대 국가의 특성을 버리고 현대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할 것이다.

이 대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노력을 경주해야한다. 20세기 초 국제 연맹(the League of Nations)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민족 고향(Jewish National Home) 건설을 내세우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윤곽을 세웠고, 유엔(UN)은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 국가 영역과 아랍 국가 영역으로 분할(UN Resolution 181)하면서 이 문제를 격화시켰으며, 현재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내세우는 미국은 극단적으로 이스라엘 편향이다. 계속되는 유혈 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혈통과 종교를 넘어서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에 토대를 두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하도록 노력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