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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의 서글픈 일상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6:32
조회
89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2월 8일 아침 필자는 동예루살렘 소재 ‘수파트 난민 캠프’를 방문했다. 이 캠프는 예루살렘 구도시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7번 버스로 10분 정도 거리이며, 한 군데의 이스라엘 검문소를 지나서 이 버스 종점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10 여명 쯤 되는 10대 소년들이 갑자기 나를 둘러쌌다. 그 중 덩치 큰 아이가 나에게 “너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서 ‘태권도’ 하는 폼으로 내 얼굴 가까이에 발길질을 했다. 순간 나는 겁에 질렸다.

버스에서 함께 내린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이 소년들에게 호통을 쳤고, 아이들은 흩어졌다. 조금 지나자 이 난민 캠프에서 일하는 ‘아말’이 마중 나왔고, 나는 그와 함께 난민 캠프로 들어갔다.

 
성급했던 나의 첫인상

필자가 난민 캠프 운동장에서 서성거리는데, 갑자기 축구공이 날아와 얼굴에 맞았다. 눈물이 왈칵 나왔다. 이곳의 어린이들은 정말 다른 팔레스타인 지역의 어린이들과 달리 무척 예의 없고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유모차의 아기를 돌보고 있는 어린이가 다가왔다. 조금 전에 나에게 축구공을 날린 그 아이다. 내가 “네 동생이냐고 묻자.” “아니다. 이 아기는 부모도 형제도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캠프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거나, 부모가 있다하더라도 이스라엘 감옥에 있거나, 생활능력이 전혀 없는 마약 중독자이거나 매춘부들이다.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 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 캠프로 몰아넣는다. 어린이들은 거리에서 어른들 사이에서 오가는 마약 중개를 하기도 하고, 일부 어린이들도 마약을 하지만 이를 제지하는 사람들이 없다.

잠시 후 필자는 아이들에게 팔레스타인 전통 과자를 나누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선뜻 받지를 않고 뒷걸음질을 했다. 무안해서 아말에게 왜 그러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너무 수줍어해서 그렇단다. 버스 정류장에서 나에게 발길질 한 것도 내가 한국이나 중국에서 온 것으로 생각하고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서 ‘태권도’나 ‘쿵후’ 등을 선보인 것이라고 했다.

한 아이가 수줍은 표정으로 나에게 두 개의 초콜릿을 내밀었다. 나는 사양하다가 도리가 아니다 싶어 받아들었다. 순간 이 지역 아이들이 매우 예의 없고 거칠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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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인 홍미정 교수와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소년
사진 출처 - 홍미정 교수




육지에 떠 있는 섬, 혹은 거대한 감옥

이 캠프에는 1만 8천 명 정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절반의 주민은 예루살렘 영주권(하늘색 시민증)을, 나머지 절반 주민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시민권(초록색 시민증)을 소유하고 있다. 1990년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의 결과물인 오슬로 협정은 이 지역을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대 예루살렘 영역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난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밀집한 이 난민 캠프를 분리장벽으로 둘러싸서 다른 동예루살렘 영역으로부터 고립시켰다.

현재 이 지역은 행정적으로는 동예루살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이 만들어낸 고립된 섬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도 팔레스타인 정부도 이 지역 주민들을 경제적으로 행정적으로 관리하거나 지원하지 않는다.

이 난민 캠프에는 유엔이 지원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의료 지원 센터가 각각 하나씩 있을 뿐이다. 이 의료 지원센터도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진료를 한다. 이스라엘 정부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도 난민 캠프 주민들의 교육과 복지 등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수파트 난민 캠프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대 예루살렘 영역이라고 이름붙인 곳에 포함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 곳곳을 이중 삼중의 분리장벽으로 고립시킴으로써 마을 단위의 거대한 감옥을 만들고 있다. 현재 서안 인근 대 예루살렘 지역은 분리 고립장벽 공사가 곳곳에서 한 창 진행 중이다. 이 분리장벽 건설과정에서 개인 주택들에 대한 출입이 금지되고, 부셔지고, 가족들이 분리장벽을 경계로 이산가족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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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장벽 공사 현장 모습
사진 출처 - 홍미정 교수




생존 위해 일해야 하는 일상의 모순

라말라 인근 불도저 소리가 요란한 분리장벽 공사 현장을 지나다가 “공사장 인부들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다. 자동차를 운전하던 ‘아이샤’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다.”고 답했다. 자신들의 고향을 부수고 강탈하는 그 일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다름 아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었다.

필자가 묵고 있는 동예루살렘 소재 호텔에 돌아와서 서안에서 거주하면서 이스라엘의 임시 노동 허가권을 얻어 월 5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이 호텔에서 일하는 몇몇 직원들과 이스라엘 분리 장벽을 비롯한 일상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을 찍고 인터뷰 내용을 노트에 쓰자 이들은 얼굴색이 변하면서 “너 그것 왜 쓰냐?”고 물었다. “이것은 신문에 나갈 내용이다.”라고 답하자, 그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이것 신문에 나가면, 동예루살렘 호텔에서 일하기 곤란하다. 서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면서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구하고는, 총총히 자리를 떴다.

일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하루하루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야할 일상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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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파트 난민 캠프 운동장의 놀이터
사진 출처 - 홍미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