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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춘천 - 서울 고속도로가 열리면 누구에게 좋은 거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6:24
조회
176

유정배/ 사단법인 강원살림 상임이사



춘천 - 서울 민자 고속도로가 뚫리고 난 뒤 기대와 절망이 교차되고 있는 때에 그 녀석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사업수완이 뛰어났던 그는 그동안 나이트클럽, 골프연습장, 결혼식장, 바다이야기 게임장등을 운영하면서 돈을 꽤 모았고, 그래서 제법 숱한 아우들을 거느리며 동네에서 행세하는 유지가 되어있다.

“나, 요즘 골프장 때문에 먹고 살잖아 !”

나는 그가 경춘가도 어디쯤에다 18홀 짜리 골프장을 열었다는 이야기로 듣고 겉으로는 반색하면서도 속으로는 ‘어휴!, 또 나랑은 엉뚱한 길로 가는 구나’며 투덜대고 있는데, 그 녀석은 엉뚱하게 “야, 00리 골프장 반대 주민들, 우리가 풀고 길 열어 줬어”면서 한방 먹이며 내 생각의 꼬리를 자르고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식당에는 그의 아우들이 어깨에 힘 잔뜩 주고 꾸역꾸역 콩국수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는 영화 ‘똥파리’의 상운처럼 속으로는 여린 가슴을 지닌 양아치라기보다 세상 물정에 밝고 그래서 동네 역관계도 적절히 탈 줄 아는 ‘합리적’인 초기 자본가에 가깝다. 그런 그도 춘천에서는 제법 주먹깨나 휘두르고 행세한다지만 한낱 외지자본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춘천 - 서울 고속도로가 열리면 누구에게 좋지?”라는 내 궁금증을 민자 고속도로를 따라 밀려들어 오는 돈방석에 올라타고 있는 중학교 동창 놈이 풀어 준 셈 이다. 하긴 앞으로 민자 고속도로 주변 춘천시 지역에만 골프장이 16개가 들어설 계획이라고 하니 이제 춘천시민 누구나 멋진 그린에서 골프를 치게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늘 대학시절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인 강촌이 꽤 오래전부터 강변마다 들어선 펜션으로 흉측해졌지만 민자 고속도로 개통으로 땅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 기업형 대규모 펜션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지역신문이 장황한 기대감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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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춘천간 민자고속도로 개통식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리고 아예 “춘천 서울 고속도 개통... 부동산 시장 들썩”이라는 제목을 1면에 달고, 춘천 땅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값이 올라가려면 어찌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친절한 조언까지 부쳐놓았다. 민자 고속도로 개통 덕에 바야흐로 춘천 시민들이 개발 시기 강남부자들처럼 거액을 횡재 할 날이 눈앞에 다가온 모양이다. 또 골프장, 리조트에 널린 일자리 탓에 지역경제가 쾅쾅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그것뿐인가?

분명히 수도권과 불과 38분 거리일 뿐인 춘천에 매력을 느낀 각종 기업들이 쇄도 할 것이므로 춘천시민들의 숙원인 인구 50만 돌파도 현실이 될 것이다. 수도권의 이웃인 춘천시민들은 ‘용역’으로 취직하고, 부동산 수수료 챙기며 골프장, 리조트에서 ‘고객님’의 만족을 위해 서비스하면서 대한민국 최첨단 자본주의가 주는 안락함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동해안 가는 가장 빠른 길 ‘서울 춘천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이제 ‘개나리 꽃피는 마을’ 춘천은 수도권의 ‘이웃’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