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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공격: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와 서안/가자 분할통치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1:20
조회
319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최소한의 생존력을 확보하려는 하마스 선택

7월 8일부터 계속된 이스라엘의 가자공격으로 7월 22일까지 팔레스타인인들 603명이 사망하였고, 4천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이스라엘 군인도 27명 사망하였다.

특히 이스라엘의 지상공격 3일 째인 7월 19일(토) 미 국무장관 존 케리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 방위권을 재확인하고, 지상공격을 포함하는 가자공격을 지지하였다. 다음 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주민 99명을 학살하였고, 전투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인도 13명 사망하였다.

20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퇴로를 찾지 못한 하마스는 카타르를 통해서 미국에게 휴전 조건들을 전달하였다. 이 조건들은 “즉각적인 휴전, 군사와 안보 작전 중지, 가자 봉쇄 완전철폐, 국경 개방, 어업지역 12마일까지 확대, 완충지대 제거, 2014년 6월 12일 이후 수감된 이스라엘 감옥 수감자 전원석방”을 포함한다. 이것은 하마스와 가자주민들이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로 보인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조건들이 잘 실행되는지 미국이 감독해 달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략적인 정치행위자인 하마스는 현재 가자 위기가 미국의 도움이 있어야만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마스의 이러한 태도는 15일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정부가 제시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국제항구와 국제공항 건설을 포함하는 자신들의 휴전 전제조건 10개항과 10년간의 휴전 기간을 제시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 가자와 서안 상황: 일상화된 학살, 봉쇄, 억압

▶ 학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6월 12일 3명의 이스라엘 정착민 소년을 납치 살해했다는 분명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빌미로 가자주민을 학살하였다. 사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은 일상적인 일이다. 한 예로 2014년 5월 15일 이스라엘 군인이 두 명의 팔레스타인 소년들을 살해하고, 한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러나 주류 미디어는 이러한 비양심적인 팔레스타인 소년살해를 보도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공격할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그 빌미를 찾거나 기획한다. 다음 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공격과 살해가 일상적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2006년 이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사망자


기간


팔레스타인인()


이스라엘인()


2006


650(1/3 어린이)


27


2007


370


13


2008.01-2008.11


432


29


2008.12.27-2009.1.18(22)


1,400


13(5명은 자국 오폭)


2012.11.14-2012.22.21(8)


167


4


2014.7.8-22(15)


603


27


 

▶ 가자: 고립된 감옥, 생존을 위한 하마스의 저항

하늘만 뚫린 이 대형 감옥에는 중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6개의 출입구,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의 경계를 분리시키는 5백 미터 폭의 보안(완충)지대가 있다. 2007년 9월 23일,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를 ‘적지(enemy entity)’라고 선언하였다.

이곳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2014년 현재 1,816,379명으로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5,046/㎢)이며, 이들 대부분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현재 이스라엘 영토에서 추방당한 난민과 그 후손들이다. 전체 주민 중 70퍼센트는 국제연합 팔레스타인 난민 구제 사업국(UNRWA)에 등록된 난민들이며, 주민들 대부분은 국제기구들에 의존해서 생활한다. 빈곤, 실업, 연료, 전기, 식량 부족뿐만 아니라 수출입이 전면적으로 차단되면서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집단 체벌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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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필자


▶ 서안: 가자학살 규탄, 점령철폐 시위

서안의 팔레스타인인들도 인구 10만, 20만, 30만 등 대도시 단위로 갇혀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통행을 봉쇄하는 장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가르는 8m 콘크리트 분리장벽, 이스라엘인들만 이용할 수 있고 팔레스타인 도시를 관통하는 도로, 팔레스타인 도시입구를 지키는 이스라엘검문소 등이다. 게다가 도시 내에는 이스라엘과 안보협력을 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파타) 보안대와 경찰이 있고, 도시 안과 밖을 자유롭게 활보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을 통제하는 중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있다. 도시간의 통행은 반드시 이스라엘검문소를 통과해야한다.

2014년 7월 10일, 오후 10시 서안 북부도시 제닌 광장에서 250명 정도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가자학살규탄과 점령철폐 시위를 했다. 이 때 시위를 저지하려는 팔레스타인 보안대와 경찰들 그리고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대에게 돌을 던졌고, 보안대는 시위대에게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았다. 9명의 시위자들이 팔레스타인 보안대를 공격하고, 공공질서를 붕괴시켰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현재 이러한 가자학살 규탄과 점령철폐 시위가 툴카렘, 라말라, 헤브론 등 서안 도시 곳곳에서 연일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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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필자


 

■ 장기 지속적인 팔레스타인인 인종청소

이스라엘이 2014년 7월 8일부터 시작한 이스라엘의 가자주민 공격과 학살은 20세기 초 이스라엘국가 건설 준비과정에서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계속되는 장기 지속적인 팔레스타인 인종청소 정책의 일환이다.

유대민족기금(Jewish National Fund)의 운영자였던 요셉 와이츠(Joseph Weitz, 1890–1972)는 1941년 6월 22일 일기에 ‘아랍인 인종청소와 전쟁’을 의미하는 글을 다음과 같이 썼다. “아랍인들이 제거되고, 국경이 약간 확장된다면, 이스라엘 땅(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통치 영역)은 전혀 좁지 않다. 국경은 북쪽으로 리타니(레바논), 동쪽으로 골란고원(시리아)까지 확장될 것이고, 아랍인들은 시리아와 이라크로 이주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다른 대안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아랍인들과 함께 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인종청소와 전쟁계획에 따라, 이스라엘국가 건설과정에서 시온주의 무장단체는 팔레스타인 마을을 50%(531개 마을) 이상 파괴하고, 팔레스타인인을 대량학살하면서 72만 6천 명(약 75%)을 고향에서 축출하였다(당시 영국위임통치 정부의 탄압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축출된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부재지주의 소유지는 대부분 유대민족기금의 땅으로 처리되었다.

70여 년 전 요셉 와이츠의 인종청소와 전쟁계획은 팔레스타인 원주민 75% 이상을 축출시킨 1948년 전쟁과, 30%(43만 4천 명) 이상을 축출시킨 1967년 전쟁을 거쳐, 가자를 공격하는 2014년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 정책의 토대다.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은 전쟁을 통해서 아랍인을 학살하고, 축출하며 인종청소를 통해 건국되었고,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 2006년 하마스-파타 통합정부 해체 기획과 내전

2006년 1월 자치정부 총선에서 하마스는 전체 132석 중 76석을 확보한 최대 정당이었다. 필자가 이 선거에 국제 감시단원으로 참가했는데 이 선거는 매우 공정했다.

2006년 3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하마스 소속 이스마엘 하니야를 총리로 하는 하마스-파타 통합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미국,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하마스를 합법적인 팔레스타인인들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고 테러단체라는 이름을 붙였고, 통합정부에게 다양한 경제적인 제재를 부과하였다.

2006년 6월 하마스-파타 통합정부를 해체시키려는 시도로 이스라엘은 파타 소속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하마스를 약화시키려고 시도하면서 하마스 소속의원들을 체포하고, 가자를 공격하였다.

2007년경에 이스라엘과 국제적인 경제제재로 인해서 하마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는 정부직원들의 월급도 체불하였다. 결국 2007년 6월 10-15일 파타/하마스 사이에 내전이 발발하였다. 그 결과 하마스가 가자지역을, 파타가 서안을 통치하게 되었다.

이 내전은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를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기획으로부터 나왔고, 결국은 성공하였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를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을 위협하는 핵심적인 사안으로 간주한다.
■ 2014년 하마스-파타 통합정부와 하마스

▶ 경제난에 처한 하마스

2011년 아랍 역내의 급격한 정치변동과 함께, 시리아 내전에서 하마스가 시리아 반정부군편에 서면서, 전통적인 후원자이던 시리아, 헤즈볼라, 이란을 모두 잃었다.

게다가 2013년 7월 이집트에서는 압델 파타 알 시시가 군부쿠데타로 무슬림형제단을 축출시키면서, 이집트 무슬림형제단과 동맹관계였던 하마스에 대한 탄압정책으로 이집트와 가자를 연결하던 1,300개의 터널을 폐쇄하였다. 당시 이 터널들은 하마스의 주요한 세입의 원천이었다. 현재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협력하여 국경 검문소와 해상을 봉쇄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하마스 정부는 외부 후원금도 거의 잃고, 수출입이 전면 차단된 상태에서 극심한 경제난에 처하게 되었고, 4만 명이 넘는 하마스 정부직원들의 월급도 체불하는 등 가자통치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하마스는 파타와의 통합정부를 구성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 통합정부 조기해체와 하마스 재기

결국 2014년 4월 23일 서안을 통치하는 파타/가자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민주적인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를 창출하기 위한 일정표를 포함하는 파타-하마스 화해협정을 발표하였다. 이 일정표의 골자는 5주 이내에 통합정부를 구성하고, 6개월 이내에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를 동시에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 일정표에 따라, 6월 2일 라미 함달라 총리가 이끄는 새로운 임시통합정부가 구성되었고, 12월 초에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기로 계획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답으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하마스를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부르면서, 서안을 통치하는 자치정부 수반 압바스가 하마스와 화해협정을 추구함으로써 평화 노력을 파괴한다고 비난하였다. 그는 “하마스를 선택하든지 이스라엘을 선택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바스를 윽박질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7월 8일부터 이스라엘 가자 공격이 시작되었다. 결국 이스라엘의 기획에 따라,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는 조기에 무력화될 것이고, 이전 상태로 복귀하여 카타르-터키의 후원을 받는 하마스는 가자를, 사우디-이집트-요르단의 후원을 받는 파타는 서안을 통치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할 통치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결국 하마스는 이집트를 대체하면서 중재에 나선 카타르(역내 정치변동에서 무슬림형제단 지원)의 경제 원조를 받아 정부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재기에 성공할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 또한 이스라엘군 27명이나 살해한 ‘막강한 적, 하마스의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위한 주민학살기획은 되풀이되고, 서안/가자, 파타/하마스 분할 통치 전략은 계속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학살당하고, 탄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세계시민사회의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행되어야할 조치는 가자뿐만 아니라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를 철폐하고, 주민과 물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