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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남부독립국가 건설 가능성? 사우디와 UAE 경쟁(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10-08 18:09
조회
1273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예멘 내전 구도
 2015년 3월 이후 계속되는 예멘 내전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자금지원을 받는 ACLED 발표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2019년 6월 중순까지 민간인들과 전투원들을 합쳐 9만 1천 6백 명의 예멘인들이 사망했다. 유엔 관계자에 따르면 예멘의 인권 상황은 세계 최악이며, 3천만 명에 가까운 예멘 주민의 3분의 2인 2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과 북서부 예멘에 기반을 둔 후티의 5년에 가까운 분쟁이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2012년 2월 21일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는 단독후보로 출마한 대통령 선거에서 2년간의 과도기간 동안 예멘공화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으나, 임기 만료 후에도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하였다. 결국 2014년 9월,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했다. 2015년 1월 22일, 후티는 하디대통령을 사임시켜 가택 연금하고, 혁명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만들었다. 2월 하디는 아덴으로 탈출해 사임을 철회하고, 후티의 정권 탈취를 맹비난하였다. 2015년 3월 25일 후티가 아덴을 공격하자, 하디는 보트를 타고 사우디로 탈출하였다. 이 때 사우디가 아랍연합군을 조직하여 하디정부를 복귀시키고, 사나와 주요 도시들로부터 후티 전사들을 축출하기 위하여 군사공격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예멘 내전을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합 대 후티의 구조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내전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하드라마우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아라비아반도의 알카에다와 예멘 ISIL도 서로 경쟁하면서, 영토 장악을 위하여 후티 혹은 하디 정부 세력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알카에다는 사우디와 예멘의 북부경계-중부내륙-남부해안가를 남북으로 잇는 상당한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19년 8월 남부예멘에서 사우디가 후원하는 하디정부와 UAE가 후원하는 남부과도위원회 사이에서 오래 계속된 긴장이 폭발하면서, 사우디와 UAE의 지역 동맹들 사이에서 전투가 발발했다는 것이다. UAE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군의 중요한 일원이기도하다. 전통적으로 매우 강력한 역내 동맹으로 알려진 사우디와 UAE 사이에서 진행되는, 아덴을 포함한 남부예멘 지배권 투쟁은, 역내 정치 변동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결국 중동 역내에서 사우디가 약화되고, UAE가 부상할 것인가?


□ 남부과도위원회/하디정부의 분쟁
 2019년 8월 15일 UAE가 지원하는 예멘의 남부과도위원회는 남부예멘의 독립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남부과도위원회의 목표는 분명해졌다. 그것은 1967-1990년까지 남부예멘지역에 존재했던 ‘예멘 인민민주공화국 영역(남예멘)’에 ‘독립 연방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남부독립 국가건설을 반대하는 하디정부와 남부과도위원회 사이의 투쟁이 격화되었다.
 이제 남부과도위원회의 주요한 적은, 주로 서북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이라기보다는, 2015년 후티에게 축출되어 아덴에 통치기반을 세우고, 사우디에 망명 중인 하디정부다.
 사우디와 UAE는 명목상으로는 사나와 서북부 지역에서 후티를 축출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하디정부를 복원시키기 위하여 2015년 결성된 아랍연합군의 동맹국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우디와 UAE는 남부 분리 독립 문제를 놓고 서로 대립하고 있다. 최근 하디정부는 아랍연합군에서 UAE를 배제시킬 것을 사우디에게 요구하였다.




 올해 8월 초부터 아덴에서 사우디가 지원하는 친 하디정부 세력들과 UAE가 지원하는 남부과도위원회세력들이 예멘 남부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 전투는 8월 1일 아덴 근처, 남부과도위원회 제1지원 여단장 무니르 알 야피에 대한 미사일 암살 테러 공격으로 촉발되었다. 남부과도위원회에 소속된 UAE 지원군과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하디정부에 충성하는 세력 간에 나흘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후티운동에 맞서 협력하는 아랍연합 소속인 사우디와 UAE 사이에 균열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후티가 이 미사일 테러 공격을 자행했다고 즉시 밝혔으나, 남부과도위원회는 이 공격의 책임을 하디정부에게 돌렸다. 8월 6일 기자회견에서 남부과도위원회 부의장 하니 빈 브레이크는 ‘하디정부 및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이슬라흐 당이 협력하여 아덴의 지배권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이번 테러 공격을 자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제 남부과도위원회가 하디정부를 아덴에서 추방할 명분이 분명해졌다. 흥미로운 것은 후티가 스스로 테러 행위를 자행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빈 브레이크가 끝내 이 테러 공격에 대해 후티를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슬라흐 당은 1990년 사우디의 자금지원을 받아 창설된 정치 단체로 하시드부족 연맹 및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되어 있다. 하시드부족 연맹은 과거 살레 대통령 통치 시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부족으로, 북부지역에 기반을 두었다. 빈 브레이크가 하디정부와 이슬라흐 당을 연계해서 책임을 물은 이유는 하디 정부의 부통령이자 정부군 지휘관인 알리 모신 알 아흐마르 장군이 하시드 부족연맹 출신으로 이슬라흐 당의 창설 멤버이며, 북부지역에 위치한 마레브와 알 자우프 소재 이슬라흐 당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하디 정부군은 알 아흐마르 가문이 속한 북부 하시드 부족연맹과 이슬람주의자 세력인 이슬라흐 당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이러한 하디정부군의 특성 때문에 남부주민들은 하디대통령이 남부지역 아비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북부지역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로 간주한다.
 반면에 남부지역 이익을 대변한다는 과도국가위원회 지도부에서는 남부지역 라히즈와 알 달레 출신들이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실 남부의 분리추구 의식은 1986년, 1994년의 주요한 두 번의 예멘내전에서 창출되고, 전임 통치자인 살레의 통치기간 동안에 실행된 남부 차별 정책으로 인해서 강화되어 남부지역에 뿌리깊이 존재한다. 남부분리주의자 군벌을 주도하는 세력은 주로 무장한 살라피, 사회주의자 및 예멘 인민민주공화국 재건을 추구하는 세력들이다. 또 지방에서 활동하는 과도국가위원회 연대 세력은 지역기반으로 지방 출신 전사들을 집결시키고, 각 지방에서 하디정부군과의 전투하고 있다.


□ 남부과도위원회의 전투력 증강
 2019년 8월 10일 하디정부의 내무부장관 아흐마드 마이사리는 “UAE는 남부과도위원회가 하디정부의 수도인 아덴을 장악하도록 도왔다. UAE는 남부과도위원회에게 400대 이상의 장갑차와 쿠데타 민병대를 지원했으며, 수천 명의 용병들을 고용하여 아덴 전투에 참가시켰다.”고 주장하면서 UAE를 비난했다. 이 전투에서 40명이 사망하고, 260명이 부상당했다.
 2019년 8월 1일, 무니르 알 야피에 대한 암살 테러공격 직후, 남부과도위원회 세력들은 아덴과 아덴 주변 지역들 라히즈, 아비얀, 타이즈 등의 통제권을 장악하였다. 8월 9일~10일 라히즈 소재 하디정부군들, 즉 제4 지구 사령부와 헌병사령부가 남부과도위원회에 합류하였고 내무부 산하 부대들, 즉 라히즈 경찰청과 아덴, 라히즈, 아비얀의 특수부대도 남부과도위원회의 편에 섰다. 이로써 남부과도위원회가 아덴 주변 지역 하디정부군들을 흡수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하디정부군에 맞서는 전투를 주도하는 남부과도위원회의 핵심부대인 보안벨트군은 야피 부족연맹으로부터 병사 대부분을 충원하며 아덴, 아비얀, 라히즈, 달레에 배치된다. 이외에 주요 지역에 기반을 둔 사브와니 정예부대와 하드라미 정예부대가 남부과도위원회 연계 세력들로 활동한다. 사브와니 정예부대는 아덴 동쪽 385㎞에 위치하고, 석유가 풍부하게 매장된 사브와 출신의 병사들로, 하드라미 정예부대는 하드라마우트 출신의 병사들로 구성된 지방군대다. 보안벨트, 사브와니 정예부대와 하드라미 정예부대는 남부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남부과도위원회의 중추세력들이며, 부족과 지역을 기반으로 전사들을 집결시키고, 각기 해당지역에서 전투에 참가한다. 따라서 이들 부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하나의 지휘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8월 말경에 남부과도위원회가 사브와 지역 장악을 시도하면서, 하디정부군과 사브와니 정예부대 사이에 일진일퇴의 격전이 발발하였다.
 사실 보안벨트, 사브와니 정예부대, 하드라미 정예부대 등은 2016년 후티 반군의 활동을 막아내기 위한 아랍연합군의 일부로 UAE의 후원을 받아 남부에서 창설되었다. 그러나 2017년 5월 하디정부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남부과도위원회가 창설되면서 이 부대들은 남부과도위원회의 주력군이 되었고, 하디정부에 대항하는 독립 투쟁 전선에서 활약하게 되었다.


□ 남부과도위원회의 독립국가 건설 가능성
 남부가 통합된 예멘공화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려는 움직임은 남부가 분리 독립을 요구하면서 촉발된 1994년 내전 이후 계속 되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2007년 남부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파벌들과 인물들이 이끄는 느슨한 연합으로 준군사조직인 남부운동이 출현하였다. 남부운동은 예멘공화국으로부터 ‘남부 탈퇴’와, 예멘공화국 창립 이전의 독립국가인 ‘예멘 인민민주공화국’으로의 복귀를 요구했다. 2017년 남부운동은 전임 아덴주지사 아이다루스 알 주바이디가 이끄는 남부과도위원회를 설립하였다. UAE와 동맹을 맺은 남부의 정치인들, 부족지도자들, 군부인물들로 구성된 남부과도위원회는 남부운동의 강력한 분리 독립 움직임을 계승하였다.
 2019년 8월 15일, 남부과도위원회는 “오늘날 남부주민들의 승리로 인해 새로운 국면의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1994년 내전이후, 북부가 남부를 점령하여 25년간 통치하는 동안 남부 주민들의 투쟁은 엄청나고, 희생으로 가득 찼다. 이제 남부 독립 연방 국가를 회복시키려는 남부 주민들의 목표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다.”는 정치 선언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UAE가 지원하는 남부과도위원회에 맞서 하디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의 대응은 매우 미온적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9월 21일 사우디 정부는 리야드에서 망명중인 하디정부의 고문인 무타히르 아드난에게 사우디를 떠나도록 요구하였다. 그 이유는 ‘무타히르 아드난이 아랍연합을 비난하면서, 아랍연합이 남부과도위원회 세력들의 아덴 점령을 지원한 UAE를 응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우디는 예멘 문제로 UAE와의 불화가 심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사우디와 UAE는 중동 역내에서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한편임에도 불구하고, 예멘 내전에서 양국의 이해관계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외견상 사우디나 UAE 양 측은 북부지역을 장악한 후티에 맞서 가능한 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남부지역에서는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은 예멘 전쟁을 끝내기 위하여 후티와 대화를 시도하는 반면, 남부 예멘에서 사우디와 UAE 사이에 놓인 불화에 적극 개입하여 해결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예멘에서 사우디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남부예멘에서는 사우디가 UAE에게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에게는 사우디보다는 UAE가 예멘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동 역내정책을 조정하는데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서 남부 예멘에서는 사우디가 후원하는 하디정부가 더욱 약화되고, UAE가 후원하는 남부과도위원회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남부독립국가 건설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