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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오름길에는 __________ 있다(석미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4-27 13:38
조회
658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옥수동 오름길에는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가 있다. 지하철 3호선 옥수역 4번 출구로 나와 오름길을 따라오면 옥정초등학교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다 보면 왼편 5층짜리 건물 옥상에 미얀마 국기가 보인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그곳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다.


 건물 명패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Embassy of The 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 office of The Military, Naval and Air Attache 미얀마 대사관 국방 및 해군, 공군 무관부’


 미얀마 대사관은 이곳으로부터 2km 정도 떨어진 한남동에 있다. 왜 대사관과 무관부가 따로 떨어져 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의문이 해소됐다. 이곳이 쿠데타 세력인 군에서 파견한 이들이 근무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미얀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얀나잉툰이 얼마 전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 따르면, 이 무관부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유학생이나 노동자를 감시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독재정권 시기 안기부나 기무사가 행했던 사찰업무 아니던가. 세상에나! 미얀마 쿠데타 세력의 한국 본거지와도 같은 이곳은 미얀마 군부의 폭력적 상황과 민주주의를 위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질수록 점차 주목받는 곳이 되었다.


 시민 700여 명 이상이 희생된 미얀마 상황 속에 지난 4월 24일 아세안(ASEAN) 중재로 반쿠데타 진영과 군부가 대화를 하겠다는 깜짝 합의문이 나왔다. 군부가 여전히 폭력을 행사하고 시민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어 합의가 성실히 이행될지 여부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미얀마에 대한 지지와 연대는 꾸준히 이어가야할 것이다.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을 향한 한국 시민들의 연대는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불교, 기독교, 원불교, 가톨릭 등 교계에서는 미얀마의 평화를 기원하는 종교행사가 열리고, 언론사는 캠페인과 기획기사를 통해 응원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모금활동, 미얀마 민주주의 지원 사진전도 열렸다. 11개 영화제가 미얀마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것은 물론 ‘Everything will be OK’라는 곡을 노래한 한국의 힙합 가수는 음원 수익금을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타국의 폭력적 상황에 대해 이렇게 각계각층의 지지와 연대가 두루 이뤄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우리도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평화연대에 동참하고 있다. 옥수동 오름길 끝에 있는 한베평화재단은 4월부터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어쩌다 한 동네에 같이 있다는 인연으로 이것만큼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얀마 무관부 앞 말고도 주한미얀마대사관, 미국대사관, 청와대 앞 등 곳곳에서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인 시위에는 한베평화재단 회원과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동구 시민, 목사, 학생, 교수, 애니메이션 창작자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로 소식을 보고 동참한 시민 등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어느 때는 우리와 무관하게 자신이 만든 피켓을 가지고 1인 시위를 하러 온 시민을 만나기도 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한국 시민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사진 출처 - 필자


 동네 사람들은 몰랐다. 이곳이 미얀마 무관부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응원의 손짓을 보내며 지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 “미얀마 사람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리곤 “남의 나라 일에 우리가 간섭해서야 되겠느냐”, “이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느냐”는 질문도 따라온다. 어느 날은 누군가 무관부 건물에 던진 달걀 한 알로 경찰과 정보과 형사가 들이닥쳐 시끌시끌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시민들의 반응은 지지와 격려가 대부분이었다.


 옥수동 오름길에는 한베평화재단이 있다. 평화의 연대에 동참하고자 하는 분들은 언제든 그 길을 오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