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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인종차별 정책과 아랍계 소수자들(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12-03 18:05
조회
169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우파 시온주의 정치인들의 反아랍 경향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에서 우파 시온주의자들과 아랍계 소수자들의 관계는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대민족 국가법’ 제정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인종차별 정책으로 이스라엘 내에서 유대인/아랍인 분열이 더욱 강화된다면, 이스라엘 정치와 사회에 폭발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 분류에 따르면, 2018년 7월 이스라엘 전체 인구는 840만 명 정도다. 전체 인구의 74.2%(623만 명)는 유대인이며, 전체 인구의 21.4%(약 181만 명)를 차지하는 아랍계 소수자들은 무슬림 약 150만 명, 기독교인 16만 8천 명, 드루즈 13만 9천 명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4.4%는 ‘기타’로 분류된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은 단일한 종족, 종교, 문화 공동체라기보다는 여러 종족과 다양한 종교와 문화 집단으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사회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고위급 정치인들은 흔히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유포시킨다. 2019년 9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크네세트(의회)선거 유세에서 “만약 당신이 리쿠드 당에 투표하지 않는다면, 아랍인들이 우리 모두를 전멸시킬 것이다. 아랍들은 여성, 어린이, 남성 등 우리 모두를 파괴시키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랍인들을 적으로 돌리는 선거 메시지를 통해서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유대인 독점을 주장하는 우파 시온주의 리쿠드당으로 유대인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고 시도했다. 2019년 10월 라디오 방송에서, 이스라엘 공안부장관 길라드 에르단은 “아랍인들은 천성적으로 폭력적이다. 유대인들은 법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아랍인들은 칼을 빼든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反아랍 정서는 이스라엘 주류 정치의 특징이다.



아랍어 사용지역


□ 인종차별적인 유대민족 국가법
 이러한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인종차별적 주장은 앞서 2018년 7월 기본법으로 제정된 ‘유대민족 국가법’에 이미 반영되었다. 우파 시온주의자들이 이 법 제정을 주도하였다. 사실상 헌법으로 작용하는 이 법은 이스라엘의 민주적인 특성과 인종적 소수자들을 무시하면서,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유대인의 독점권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기본법: 유대민족을 위한 민족국가로서의 이스라엘 2018년 7월 19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여러 시간의 논쟁 끝에 다음을 명시한 기본법, ‘유대민족 국가법’을 120명 의원 중 찬성 62표 대 반대 55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1. 세 가지 기본 원칙
1) 이스라엘 땅은 이스라엘 국가가 건설된 유대인들의 역사적 고향이다.
2)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들의 천부적, 문화적, 종교적, 역사적 자결권을 실행한다.
3) 이스라엘 국가 내에서 민족적 자결권을 행사할 권리는 유대인들에게만 있다.
2. 국가의 이름은 이스라엘이다.
3. 통합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다.
4. 이스라엘의 공식 언어는 히브리어다. 아랍어는 이스라엘 국가 내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5. 이스라엘은 유대인 이민과 귀환을 위해 개방될 것이다.
6. 이스라엘은 유대 정착촌 개발을 민족의 가치로 간주하며, 정착촌 건설과 강화를 고무시키고 촉진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 법은 이스라엘 내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평등이나 민주주의를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점령지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과 강화를 규정함으로써, 1967년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동예루살렘, 서안, 가자)과 시리아 지역(골란고원)으로 이스라엘 국가 영역의 확장을 꾀하였다.  이러한 인종차별 정책의 법제화는 특히 군복무를 하는 등 이스라엘 국가에 충성해온 아랍계 소수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아랍계 소수자들은 텔아비브 시내에서 시위를 조직하는 등 유대민족 국가법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2018년 8월 11일, 유대민족 국가법에 반대하여 북부 갈릴리, 남부 네게브 등 전국에서 온 수 만 명의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들이 “우리는 이등 시민이 아니다. 유대민족 국가법은 공식적인 인종차별주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텔아비브 시내에서 행진했다. 이 시위대에게 고등 아랍 감시 위원회의장 무함마드 바라카는 “국가의 목표를, 한 인종 집단의 소유물로 만드는 조항이 있는 헌법은 오늘날 이 세상에 없다. 모든 시민과 거주자들의 평등권 조항을 포함하지 않는 헌법은 세상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 내 아랍계 소수자들은 이스라엘이 모든 시민권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8년 8월 7일, 유대민족 국가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드루즈 공동체의 종교 지도자 셰이크 모아파크 타리프는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없는 우리의 충성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우리를 유대인들과 동등하게 간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유대인들을 대신해서 아랍인들을 공격하는 드루즈
 드루즈들은 동예루살렘이나, 서안 소재 이스라엘 검문소, 가자/이스라엘 경계 등 점령지, 즉 팔레스타인인들과 직접 부딪히는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수호하는 국경 경찰이나 군인들로 3년간 의무 복무를 한다. 즉 상대적으로 위험한 지역에서 유대인들을 대신해서 드루즈 아랍인들이 다른 아랍인들과 맞서 싸운다.
 예를 들면, 드루즈 출신 준장 가산 알리안은 2014년 7월 8일-8월 26일까지 7주 동안 진행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지휘하였다. 이 공격으로 1,400명의 팔레스타인인들과 13명의 이스라엘 군인들이 희생되었으나, 이 희생된 군인들도 대부분 아랍인들이었다. 또 2017년 7월 14일(금),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 입구에서 권총과 사제 총으로 무장한 아랍계 이스라엘인들 3명이 이스라엘 국경 경찰관 2명을 사살했다. 이 3명의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 북부 아랍도시 출신이고, 사살된 2명의 이스라엘 국경 경찰관은 드루즈들이다. 결국 이 사건은 아랍인들이 드루즈 아랍인 이스라엘 군인들을 사살한 사건이었다.
 드루즈들은 1956년 5월 ‘유대인과 드루즈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 군대에 의무병으로 징집된다. 따라서 드루즈를 제외하고, 유대인과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들은 의무 징집 대상이 아니다. ‘유대인과 드루즈 협정’ 체결 당시. 이스라엘 총리 데이비드 벤구리온은 “드루즈들과 유대인들 사이의 협정은 단지 종이 위에 쓰인 글이 아니다. 드루즈 전사들의 피로 이루어진 신성화된 것이다.”라고 찬양했다. 이스라엘 국가에 피를 받친 드루즈들의 충성은 이후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적인 정책과 유대인 독점권을 강화하는데 활용되어 왔다.
 게다가 2018년 7월 드루즈 출신 크네세트 의원 가운데 이스라엘 우파 시온주의당 소속인 아유브 카라(리쿠드)와 하마드 아마르(이스라엘 베이테누)는 유대민족 국가법 제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아유브 카라는 서안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찬성하는 인물이며, 크네세트 부대변인, 총리실 장관, 2017-2019년 통신부 장관을 역임하였다. 2019년 9월 선거에서 재선된 하마드 아마르의 선거 슬로건은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충성 없이 시민권 없음은 드루즈 공동체에게 당연한 것이다’였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유대민족 국가법’ 제정 등 이스라엘의 소수자 차별과 배제 정책은 이스라엘의 필요성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며, 소수자들의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충성도와는 관계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의 정치적 통합 강화
 드루즈 정치인들과 우파 시온주의자들의 적극적인 연대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는 아랍인들 사이의 정치적 통합은 아랍인들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면서 강력한 정치 세력화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아랍계 소수자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와 평등한 국가로 가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크네세트 총 120석은 전국 단일 선거구에서 비공개 단일 정당 명부 비례대표로 선출된다. 유권자들은 선호 정당에 투표를 한다. 각 정당들은 최소 득표율 3.25%를 넘어야한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최소 4석 규모의 정당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서 정당들 사이에서는 의석 확보를 위한 연합이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아랍계 소수자들은 유대 시온주의자들이 결성한 거대 정당에 이름을 올려 크네세트에 진출하기도 하였다.
 전체 인구의 약 21.4%를 차지하는 아랍계 소수자들이 최근 10년간 배출한 크네세트 의석은 각각 11-16석에 이른다. 특히 2015년 선거에서는 주요 4개의 비시온주의 아랍 정당들이 공동명부를 작성해서 통합 세력으로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446,583표(10.54%)를 얻어서 공동명부로 13석(유대인 1석 포함)을 획득하고, 이스라엘 내 3대 정당으로 발전하였다. 이 때 전체 아랍인들은 크네세트 총 의석의 13%인 총 16석을 획득하였다. 이 선거에서 드루즈가 5석(리쿠드 1석, 시온주의자 연합1석, 쿨라누 1석, 이스라엘 베이테누 1석, 아랍 공동명부 1석), 즉 유대인들이 주도하는 시온주의 정당들에서 4석, 비시온주의 아랍정당들 공동명부 1석을 획득하는 선거 돌풍을 일으켰다. 이 때 아랍계 유권자의 투표율은 역대 최고로 63.7%였고, 드루즈 중 81%가 시온주의 정당들에 투표한 반면, 드루즈 이외의 아랍인들 중 19%가 시온주의 정당에 투표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2019년 9월 선거에서 아랍인들은 공동체별로 드루즈 3석(블루앤화이트1석, 이스라엘 베이테누1석, 공동명부 1석), 기독교인 2석, 베두인 1석, 수니무슬림 8석을 획득하였다. 드루즈 2석은 시온주의당 소속이었고, 드루즈 1석, 기독교인 2석, 베두인 1석, 수니무슬림 8석은 모두 공동명부 소속이었다. 그 결과 470,211표(10.60%)를 얻은 공동명부는 13석(유대인 1석 포함)을 획득함으로써 블루앤화이트(33석), 리쿠드(32석)에 이어 3대 정당 자리를 유지하였다. 이 때 드루즈를 제외한 아랍계 투표자들 중 82%가 공동명부에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계 소수자들이 투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가한다면, 공동명부 의석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볼 때,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한 유대화 정책 및 아랍계 소수자 분열 정책과 아랍계 소수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아랍계 소수자들은 크네세트 선거에서 비시온주의 정당들이 연합하여 공동명부를 작성함으로써 통합세력의 힘을 맛보았다. 앞으로 아랍계 소수자들은 ‘유대민족 국가법’ 제정 등 이스라엘의 강력한 인종차별적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통합을 더욱 강화하면서 이스라엘 내에서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