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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유대국가 건설을 반대한 反시온주의자 유대인들의 성명(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8-13 16:28
조회
169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2019년 8월 6일(화) 이스라엘은 점령지인 서안 깊숙한 곳에 2천 3백 4채의 이스라엘 정착촌 주택을 건설하도록 승인하였다. 8월 10일(토), 이스라엘 군에 의해서 포위된 가자와 이스라엘 경계에서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 쪽에 있던 팔레스타인 4명을 사살하고, 사체를 가져갔다. 8월 11일(일) 이슬람희생제 첫 날, 점령지 동예루살렘에서 무슬림들이 알 아크사 모스크로 들어가려는 450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저지하자, 이스라엘 경찰이 알 아크사 모스크 내에서 고무탄과 최루탄을 발사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무슬림 6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서안, 가자, 동예루살렘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의 22%이며, 1967년 6월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영토다.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서안과 가자 지역에서 팔레스타인국가 건설을 원한다.


 1948년 5월 이스라엘국가 건설과 함께 발발한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마을 50% 이상을 파괴했으며, 팔레스타인 아랍인 중 약 75%(72만 6천명)를 축출하면서,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하였다. 이스라엘은 이 78% 영역을 넘어서 나머지 22%, 즉 팔레스타인 전역에 대한 주권과 지배권 확장을 획책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침략 정책은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 국가를 건설할 권리가 있다는 시온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다. 시온주의자들의 핵심적인 주장은 “현대 유대인들은 1세기에 로마에 의해서 팔레스타인 땅으로부터 추방된 사람들의 후손들이며, 독점적인 상속인들이다. 오늘날 조상의 땅으로 귀환하는 것은 유대인들의 천부적인 권리다.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하나의 민족으로 유대민족’은 항상 존재했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온주의자들의 목표는 예루살렘(시온)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땅 전역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대국가 건설 사업은 1차 세계 대전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17년 영국이 내놓은 기획, ‘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 고향 건설’이라는 밸푸어선언은 시온주의를 비현실적인 꿈으로부터 성취될 수 있는 사업으로 변형시켰다. 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총리 재직:1916-1922)는 ‘영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팔레스타인은 영국이 되어야한다고’ 결정하였고, 영국은 시온주의자들을 영제국의 이익 보호를 위한 동맹으로 만들었다. 1920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는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땅의 일부에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국가를 건설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당시 영국의 기획에 반대하는 反시온주의자 유대인들이 있다는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은 1919년 3월 4일 미국 내 反시온주의자 유대인들 300명이 파리평화회의에 제출하기 위해서 작성한 성명을 발췌한 것이다.



예루살렘에서 충돌한 팔레스타인 무슬림들과 이스라엘 경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反시온주의자 유대인들의 성명, 1919년 3월 4일


▶ 미국 시민들인 우리는 미국과 유럽에 있는 시온주의자 단체들이 제안한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 건설에 반대하며, 어떤 나라에서든지 유대인을 민족 단위로 분리하여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 시온주의자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 중 소수, 즉 전체 350만 명의 유대인들 중 단지 15만 명을 대표한다.
▶ 우리는 유대인을 민족 단위로 재조직하려는 시온주의자들의 요구에 맞서 소리 높여 경고하고, 항의한다. 시온주의자들은 현재나 미래에 민족 단위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에서 영토 주권 수립을 약속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 민족 고향 건설’이라는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거부한다.
▶ 시온주의는 러시아와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에게 강요된 견딜 수 없는 환경 결과 발생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 6백 만 명에서 1천 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 국가 유대인들의 고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러시아와 루마니아에서의 유대인 문제는 이 국가들이 유대인에게 완전한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각 국가 내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
▶ 우리는 유대인을 정치 단위(민족 혹은 국민)로 구분하는 것에 반대한다.
▶ 팔레스타인은 종교, 인종, 혈통에 구별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적인 정부 형태로 통치되어야 하며, 그 정부는 어떠한 종류의 억압으로부터도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이나 미래의 어느 때라도 팔레스타인이 유대인 국가로서 조직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反시온주의자 유대인들은 이 성명서를 윌슨 대통령에게 보내면서, 파리평화회의에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 성명은 ‘시온주의자 국가에 맞서 윌슨에게 이의 제기: 유대인 대표들이 윌슨에게 이 성명서를 파리평화회의에 제출 요구’라는 제목으로 1919년 3월 5일자 뉴욕 타임즈에도 실렸다.

 이 성명에 따르면, 당시 시온주의자들은 다수 유대인들의 대표가 아니었으며, 대다수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영토 주권을 가진 민족 단위로 재편하려는 시온주의자들의 기획에 찬성하지 않았다. 이로 미루어 보아, 팔레스타인 땅에서 유대국가 건설 운동은 유럽에서 탄압받던 유대인들의 간절한 열망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전략적인 전초 기지로서 팔레스타인 땅을 확보하고자하는 영국의 기획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윌슨 대통령은 反시온주의자 유대인들의 제안서를 파리평화회의에 제출하지 않았다. 따라서 파리평화회의에서는 영국과 시온주의자들의 기획이 실행되었으며, 2019년 현재에도 이 기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협조로 실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