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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도대체 뭘 하자는 건가!(cbs [시사자키] 칼럼, 04.10.18)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3:30
조회
224

열린우리당, 도대체 뭘 하자는 건가!


어제 열린우리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국가보안법, 과거청산, 언론개혁, 사립학교법 등 4대 개혁과제에 대한 당론을 확정했습니다. 대체로 지난 주에 연달아 발표했던 원안을 그대로 추인하는 수준에서 당론이 채택되었습니다.


한결같이 열린우리당이 공언했던 개혁의 실체를 의심하게 하는 앙꼬빠진 개혁안이었지만,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과거청산을 위한 ‘진실과 화해위원회’ 법률안이었습니다.


이 법률이 제안된 직접적인 계기는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과거청산을 역설한 탓이기도 했지만, 훨씬 더 중요한 계기는 청산되지 않는 과거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여전히 과거의 문제 때문에 고통받는 숱한 인권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시대적 요구와 달리 과거청산 기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였고, 무엇보다도 군의문사 문제는 아예 다룰 수 없도록 빼버렸습니다.


군의문사 문제는 1998년 판문점에서 숨진 김훈중위 의문사 사건을 비롯해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의혹이 제기된 사건만 200건이 넘습니다. 군의문사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유는 오늘 이 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인권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실효성있는 조치가 건국 이래 단 한번도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군의문사가 잇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군에 간 젊은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유독 군의문사 문제만을 과거청산의 과제에서 제외하는 반개혁적 작태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군당국의 반발 때문에 제외한 것 같은데 과거청산작업을 진행할 때, 해당 가해기관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이 반발을 정치적 결단과 법적 권한, 그리고 국민 모두가 원하는 진실의 힘으로 돌파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부여받는 시대적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러한 기대를 여지없이 배신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국민 여론도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국민의 여론이란 것은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당한 결과에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과거청산이 급한 것은 아니니 일단은 경제문제에 집중해달라는 정도가 이들이 내세우는 국민 여론입니다. 불경기가 심각해 먹고살기 힘든 상황과 구체적인 개혁현안을 섞어 버리면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나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 여론을 구체적으로 과거청산을 제대로 하지 말자는 것으로 읽는 것은 그야말로 수구언론의 제논에 물대기 식의 논리입니다.


만약 여론이 개혁에 부정적이라고 하여도 추진해야할 개혁은 과감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인권의 원칙은 수나 양으로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 과거청산, 언론개혁, 사립학교법 등 4가지 쟁점은 아무리 고쳐 생각해보아도 그냥 두고 갈 수 없는 ‘원칙’과 관련된 문제들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거나 갑자기 경기가 좋아져서 먹고살만하게 되는 문제가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칙에 대한 문제는 더 늦기 전에 풀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군의문사처럼 사람 목숨이 관계된 일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로 여기고 지금 당장 풀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과 지도부는 자신들이 왜 거기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뼈를 깎는 성찰을 해야 합니다. 그 자리는 다음에 한번 더 정권을 잡으라고 만들어 준 자리도 아니고, 당신들의 모든 것을 지지해서 만들어준 자리도 아닙니다. 당신들을 그 자리에 있도록 한 국민의 뜻은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개혁을 진행하라는 것입니다. 개혁만이 살길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이런 식의 얼치기 개혁으로 국민을 속이려 들면, 중대한 정치적 패배를 맛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패배는 단순한 지지율의 하락이나 재보선에서 몇석을 잃는데서 멈추지 않고, 당의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것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이 그저 전통적 지지층의 일부를 잃는가 아닌가의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