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오창익의 인권이야기

국정감사, 누구를 위해 왜 하는가?(cbs-r [시사자키] 칼럼, 04.10.1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3:29
조회
222

국정감사, 누구를 위해 왜 하는가?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얼마전 만난 한 원로는 당신에게 세분의 따님이 있다면서, 이제는 다 출가를 했지만, 딸을 시집보내기 전에 적어도 세가지 부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만은 사위로 맞고 싶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검사, 기자, 그리고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분은 검사와 기자들에 대해 멀쩡한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서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잘 보았기 때문이라는 설명했지만,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느새 한국사회를 움직이며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현실적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지경이 되었습니다.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최근 진행중인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왜 그토록 정치인들이 깊은 혐오의 대상이 되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인 정치인들이 노리는 것은 대체로 두가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 하나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국감을 자기 이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지에 불타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매일처럼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기자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언론의 시선을 끌기 위한 퍼포먼스 한두개쯤은 기본입니다.


또 한 부류는 어떻게든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만을 위해 뛰는 경우입니다. 대학교수까지 지냈던 권철현 의원이 멀쩡한, 아니 오히려 보수적이기만 교과서를 두고 친북, 좌경이라고 윽박지르는 대목에서는 할말을 잃을 지경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실도 아니고, 피감기관의 개혁도 아니고, 그저 노무현 정권에 흠집을 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색깔을 문제 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작태는 도대체 왜 국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합니다.


물론 국회의원들 중에서 성실하게 준비하고, 진지하게 국민의 대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분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껏해야 자기 이름이나 알리자고 무분별하며 근거도 없는 껀수 챙기기식의 폭로를 일삼는 모리배들과 당리당략만을 앞세우는 정치꾼들의 큰 목소리는 도대체 진지하고도 성실한 국회의원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국감의 진행방식도 문제입니다. 20일 밖에 안되는 일정에 많은 피감기관을 살펴야되기 때문에 부실해지기 딱 좋은 방식이 지금의 방식입니다. 의원들에게 배당된 질의시간은 겨우 5분에서 7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박 겉 핥기 식의 감사가 반복되고 있고, 피감기관은 오늘 하루만, 아니면 반나절만 참으면 된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식적인 감사가 끝난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국회의원들은 오랜만에 언론에 자기 이름을 내세울 수 있어서 좋겠고, 피감기관은 단 하루동안 잔소리 듣고 고생하는 것으로 면죄부를 발부받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좋고, 언론 역시 오랜만에 집중할만한 기사거리를 찾아서 좋겠지요. 그러나 정작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입니다. 국민들은 한차례 소나기가 내린 다음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햇볕이 쨍쨍할 때, 느끼게 되는 그런 곤혹감을 매년 반복해서 느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상시 국감은 귀기울일만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매년 10월에 약 3주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방식 말고,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국정감사를 진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국정감사가 끝나고 난 다음에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언론은 서로 목적한 바를 잔뜩 챙기지만, 국민들만 빈손이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합니다. 국정감사가 국민을 위해 진행되기 위해서 지금의 제도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고칠 것이 있으면 바로 고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