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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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국가인권위원회를 위하여 - 1기 활동 마감에 즈음하여(cbs-r [시사자키] 칼럼, 04.11.22)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3:51
조회
232

열린 국가인권위원회를 위하여 - 1기 활동 마감에 즈음하여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오는 11월 24일로 국가인권위원회 1기 집행부인 김창국 위원장 체제가 공식적으로 마감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제정으로 2001년 11월 25일부터 시작된 공식 임기 3년이 다 되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설립 자체로 커다란 의미를 갖는 국가기구입니다. 크레파스의 ‘살색’을 ‘연주황’으로 바꾸는 등 국민 일반의 인권의식을 드높이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고, 이라크 파병,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테레방지법 등 굵직굵직한 인권현안에 대해 인권의 기준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또한 구금시설을 비롯한 여러 법집행기구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낸 것도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피해자들이 찾아가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고, 법적으로 보장된 조사와 권고 기능을 통해 인권피해 구조의 길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1기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의 시점에서 평가할 때,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피해자들에게 과연 얼마나 믿음직하고 친근한 벗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설립 이래 모두 1만 2천여건의 진정이 제기되었지만, 이중 74%의 각하와 20%의 기각 건수를 제외하면, 그나마 다뤄진 것은 5%가 겨우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1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수사중이거나 재판이 종결되었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마저 거절당한 인권피해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도 다를 바 없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따뜻한 인권적 감수성에 기반하기보다는 법률의 잣구에만 매달리며 자신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모두 11명의 인권위원 중에서 5명의 인권위원이 중도하차한 것도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선거출마, 건강, 내부 운영을 둘러싼 갈등, 부적격 시비로 인한 퇴진 등 그 이유는 모두 달랐지만, 절반 가까운 인사들이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일부 인권단체와의 불편한 관계를 끝내 풀지 않은 것도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설립 자체로, 존재 자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한 중요한 기구가 되었습니다. 오랜 민주화운동의 성과로서, 국제인권규약의 국내적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지렛대로서, 인권피해자들의 벗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대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성실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김창국 위원장, 박경서 상임위원등 1기 집행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새롭게 출범하게 될 2기 집행부가 1기의 장점은 더욱 더 키우고, 단점은 적극적으로 보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피해자들은 물론 국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우리 모두의 인권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1기 집행부의 임기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청와대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인선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습니다. 좋은 분이 집행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차와 과정이 인권친화적이고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위원 인선과정은 유엔이 권고하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인권위원의 자질에 대한 검증도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로써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들이 특정 정파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과 함께 국민만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준헌법기구의 위상을 갖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우리 모두의 국가인권위원회로 키우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