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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호] 제42차 수요대화모임 지상중계 -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9 11:30
조회
259

정부가 한미 FTA를 맺어야 하는 근거로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올라가기는커녕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또 하나는 우리는 수출이 경제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1조 7천억 달러짜리 미국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논리는 국민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가는 논리다.


전 세계에 200여개의 FTA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높은 수준의 FTA’를 맺겠다고 한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대체로 전 품목을 개방하고 개방의 정도가 90% 이상인 것을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높은 수준의 FTA는 많아야 18-20개 밖에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평균 5-6개, 유럽이 3-4개, 동아시아가 2개다. 중남미 국가는 평균 7개의 FTA를 맺고 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동아시아가 가장 못 살아야 한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중남미보다 훨씬 빠르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즉, FTA와 경제성장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구나 우리는 이미 대외의존도가 70%에 달한다. 아일랜드나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의 작은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대외의존도는 18% 정도이고, 수출지향의 일본도 18-25%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즉 선진국일수록 상당한 내수를 바탕으로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식을 가지고 있는 경제학자라면 내수를 늘려서 내수와 외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외의존도를 높이기 위해서 한미FTA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요즘 청와대 국정브리핑을 보면 ‘조중동’과 섞어 놓으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FTA에 대해서는 이미 ‘대연정’이 이뤄졌다.


미국의 FTA 전략과 음모060710web03.jpg


미국은 다자간 협상을 선호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까지의 목표는 FTAA(전미자유무역협정)를 맺는 것이었다. 즉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바탕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EU처럼 하나로 묶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5년에 중남미 좌파 성향 국가들의 반대로 모두 무산됐고, 또 한축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MAI(다자간투자협정)도 투자자 보호를 너무 많이 요구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도하라운드 역시 칸쿤에서 좌절됐다. 이를 계기로 당시 미무역대표부 대표였던 로버트 죌릭이 ‘경쟁적 자유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해 양자간 FTA를 맺겠다고 선언을 한다. 또 죌릭은 ‘상대국 공기업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지지한다’고 밝힌다.


죌릭의 공기업 민영화와 규제완화 지지 선언은 IMF를 통해 많이 들었던 얘기다. 즉 미국은 IMF와 월스트리트의 합의를 바탕으로 현존하는 FTA 중 가장 강력한 FTA를 맺어서 개방, 민영화, 긴축정책이라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이 내용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다.


 멕시코, ‘마킬라도라 신화’의 거품


 NAFTA를 맺은 지 12년이 지난 멕시코에는 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NAFTA를 맺을 당시의 대통령인 살리나스는 수출과 투자가 늘어 경제성장률이 좋아지고, 양극화가 없어질 것이라는 세 가지 약속을 했다. 실제로 12년 동안 멕시코는 수출이 네 배정도 늘어 약 2천억 달러 정도에 이른다. 한국이 오랜 시간동안 키운 결과가 약 2천 8백억 달러인데 멕시코는 아주 짧은 기간에 도달했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수출과 투자가 늘었으니까 경제가 크게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12년 동안 멕시코 국민소득 증가율은 평균 1.43%로 미미하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는 NAFTA 이후 급성장한, 기계산업단지라는 뜻의 ‘마킬라도라’가 있다. 마킬라도라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섬유의류 3가지 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는 자동차 6대 메이커가 다 들어가 있을 정도다. 전기전자도 세계적 가전제품 기업이 모두 들어가 있다. 여기서 생산된 물건의 90%가 미국으로 수출되면서 수출도 늘었다. 살리나스가 약속한 두 가지는 다 지켜졌다.


 그런데 왜 국민소득은 안 늘어났을까? 마킬라도라에서는 부품의 95%를 미국에서 수입해서 이를 멕시코 노동자들이 조립해 다시 미국으로 수출한다. 결국 수입도 증가했다. 멕시코가 공급하는 부품은 3%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을 산업연관이 끊어졌다고 한다. 수출이 늘어 수출기업은 좋은데, 내수기업은 잘 안되는 것이다. 사실 마킬라도라는 멕시코 경제와 별 관계없이 돌아가고, 이익을 보는 것은 초국적 기업들이다. 멕시코에 남은 것은 고용과 이들이 받은 임금인데, 그 임금도 12시간 노동에 고작 20만-40만원 정도다. 멕시코 노동자들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의 70, 80년대 가리봉동의 벌집보다 훨씬 못한 곳에서 물도 전기도 없이 살고 있다.


 양극화는 오히려 심해졌다. 멕시코로 나오는 마킬라도라의 상품 일부 때문에 멕시코는 내수산업이 무너졌고, 주곡인 옥수수 농업도 붕괴했다. 농업의 붕괴로 극단으로 내몰린 농민들은 ‘사파티스타’ 농민저항군이 되거나,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는 미국으로 국경을 넘다가 총에 맞아 죽고 있다. 게다가 공기업 민영화로 망(네트워크)산업이 독점화돼 전화료가 급상승 하는 등 가난한 사람들은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들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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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로 얻을 것 없다


 정부는 수출이 늘 것이라며 자동차의 예를 든다. 미국의 승용차 관세는 2.5%인데, 이를 5년 내에 줄인다고 한다. 소나타가 2만 달러 정도니까 5년 동안 2.5%를 줄인다면 1년에 10만원 정도다. 그런데 가격이 10만원 떨어진다고 일제 자동차를 한국 자동차로 바꾸겠는가 하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10만원 차이로 A를 B로 바꾸지 않는다. 이 얘기를 했더니 정부는 픽업과 SUV에서의 수출이 늘 것이라고 발표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투산 등은 SUV가 아니라 CUV다. 우리나라는 SUV나 픽업을 생산하지 않는다. 정부는 생산하지도 않는 것에서 수출이 는다고 하고 있다. 그 정도로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전기전자도 반도체는 이미 무관세에 현지생산을 하고 있고, 냉장고도 이미 마킬라도라에서 값싸게 생산하고 있어서 얻을게 없다. 섬유의류도 원사 생산지 규정인 얀포워드(yarn forward)에 의해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외국인 직접 투자도 캐나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부 서비스 시장에는 진출하겠지만 인수합병 방식일 것이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고용도 줄 것이다. 결국 한미FTA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리는 아무 것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4인방 청문회 설 것


 NAFTA 11장은 투자에 관한 조항인데, 이 조항은 투자자가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12년 동안 42건의 제소가 있었고, 그 중 11건이 해결됐다. 11건 중에 5건은 기업이 이겼고 6건은 정부가 이겼다. 기업이 이긴 5건은 전부 미국의 기업이 이긴 것이다. 6건 중에 3건은 미국 정부가, 3건은 멕시코 정부가 이겼다. 기업이 이긴 것은 모두 미국 기업이고,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편파적이라는 것보다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이 제3의 민간기구에서 판단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 나라의 사법부는 그 나라의 경제나 민심이나 사회를 생각하면서 판단을 하는데, 이 기구들은 메탈클레드나 에틸컴퍼니의 사례와 같이 오직 NAFTA의 조항만 가지고 판단을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그 나라의 사법권과 사회민주주의는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된다. 더구나 참여정부의 동북아 구상은 ‘동북아 균형자’였는데,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FTA로 군사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미국에 치우치게 되었다.


 또 원래 이런 것은 한나라당의 정책이었는데 이를 열린우리당이 들고 나왔다. 이것도 대연정이다. 더구나 이런 엄청난 정책은 언제나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던지 대통령과 이른바 4인방은 청문회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한미FTA는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외교안보적으로도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다. 한미FTA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정리=허창영/ 인권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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