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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호] 박래군을 석방하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9 11:06
조회
212

서정민갑/ 대한민국 백성


 지난 대선 때 나는 노무현을 찍지 않았다. 1997년에도 권영길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던 나는 당연히 권영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던 순간에는 솔직히 권영길 후보의 득표수보다 노무현의 당선여부가 더 궁금했다. 개표 초반 이회창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하던 노무현의 표를 보며 얼마나 조마조마했던가. 만약 이회창이 당선된다면 이민이라도 가버리고 싶었던 나는 내심 노무현을 찍어줬어야 했던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얼핏 스쳐갔다. 그래도 이회창이 되는 것보다는 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오려 했던 그날 저녁 8시 반쯤, 다행히 노무현은 이회창 후보와 확실한 격차를 벌이며 승기를 잡았다. 다행이었다. 나는 이민을 갈 필요가 없어졌고 뭔가 다른 정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번져갔다. 1990년 3당 합당을 온몸으로 반대하고, 패배가 뻔히 보이는 부산에 과감히 몸을 던진 바보 노무현이라면 무언가 확실한 개혁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는 미국이 벌인 이라크 전쟁에 우리의 군대를 보냈고, 새만금에 방조제를 막았다. 평택 대추리의 농민들은 피땀으로 일군 땅을 떠나야 했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 못살겠다고 거리로 나섰던 농민분들 가운데 두 분이 같은 날 집회에서 경찰에 맞아 세상을 떠나야 했으며 스크린쿼터는 반으로 줄어버렸다. 기가 막혔다. 이런 것이 노무현이 말한 개혁이었나, 이런 꼴 보겠다고 노무현 탄핵 당시 날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갔던가 생각하면 정말 그때 손목 발목 모두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게다가 운동 좀 했다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음에도 세상꼴이 갈수록 더 나빠지는 걸 보고 있노라니 도대체 민주화운동이라는 게 뭐하자는 거였나 싶은 자괴감마저 들었다.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같은 나름대로 믿었던 선배들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정말 사람이 싫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노무현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얼마되지 않아 실망은 분노로 탈바꿈했다. 그럼에도 차마 노무현에게 물러나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은 그와 내가 언젠가 한번쯤은 같은 거리에 섰을 수도 있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 나는 노무현에 대한 모든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바로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구속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박래군, 그는 지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사람의 권리를 위해 온몸을 던져온 가장 순정한 사람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싸움마다 언제나 가장 맨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똥물을 맞고, 곤봉으로 두들겨 맞고, 한겨울에 길바닥에서 농성을 하면서도 언제나 선한 웃음과 넉넉한 여유를 잃지 않던 그 참된 사람을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이나 구속해버린 이 정부를 나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인권운동가를 서슴지 않고 구속하는 이 정부는 더 이상 민주정부도 아니고 참여정부도 아니다. 노무현은 자신이 그토록 반대했던 전두환과 노태우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독재자일 뿐이다. 박래군의 구속은 기실 노무현의 반민주 증명 선언,그 결정판이다.


 이제 그는 스스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으니 우리의 대답은 하나다. 박래군을 석방하라. 이것은 한때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으나 이제는 쓰라린 배반감으로 노무현을 끌어내리기 위한 촛불을 찾는 수많은 이들의 최후통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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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박래군씨
사진 출처 -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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