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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인권현장 이런저런 이야기 - 헌법과 법률을 죽이는 사람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3:09
조회
172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헌법 제11조)


 헌법의 이 규정은 오래전부터 그저 고상한 도덕적 요청으로만 남아 있다. 헌법은 최고 규범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 무엇보다도 법을 지켜야 할 법집행 공무원들이 앞장서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


 김승연씨 사건에서 경찰, 검찰, 법원의 공무원들은 헌법파괴세력이었고, 안보위해세력이었다. 맞고 들어온 아들의 복수를 해준다며, 회사인력을 동원한 것도 모자라 조직폭력배까지 끌어들여 사람들을 납치해 야산에서 폭행을 가한 명백한 범죄도 그들의 눈에는 있을 수 있는 부정(父情)이고,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은 우발적 범행이 된다. 판사는 노자의 도덕경까지 인용해 피고인 김승연을 훈계한다. 처벌을 면하는 대신 듣는 훈계는 너무도 가볍다. 문자 써 가며 하는 훈계는 주권자인 국민을 향한 조롱과 다르지 않다. 인권은 짓밟히고, 특권이 활개치는 세상의 주연은 재벌회장이지만, 경찰관, 검사, 판사는 훌륭한 조연이 되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다지만, 5월 구속이후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겹쳤다며, 절반은 구치소가 아닌 대학병원에서 지냈다.


 밤새 불 켜두는 구치소에 간 사람치고 잠 설치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좁고 더운 감방 대신 쾌적한 대학병원 특급 입원실에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은 특권을 지닌 재벌회장밖에 없다. 검찰이 김승연씨에게 징역 2년형을 구형할 때부터 예상되었던 모습이다. 유독 경찰의 문제점이 불거졌지만, 검찰이나 법원도 더하면 더했지, 덜한 것은 전혀 없었다.


 또 다른 피고인 정몽구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의 돈 수백억원을 횡령했지만, 약속한 사회출연을 진행하고, 무슨 국제대회 유치에 열심하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돈내고 처벌을 면하는 전형적인 유전무죄다.


 법집행 공무원들이 자신이 봉급받고 활동하는 근거인 법의 지배에서 이렇게까지 벗어나도 되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런 일이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것은 물론, 마침내는 설 땅을 없애는 일인데도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모르겠다. 왜 법을 배웠는지, 왜 법에 기대 살려고 하는지, 그들에게 더 나은 사회적 대접과 권력말고 다른 어떤 가치가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도 남을 판단하는 일을 자처한다니, 그들의 판결에 수긍할 범죄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들 판결을 보고 시민들은 조롱한다. “석궁 주문 밀리겠네.” 판사들은 석궁 사건으로 받은 그들의 충격만 생각하지, 그들의 판결과 같잖은 훈계로 상처받은 시민들의 분노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휠체어에 앉아, 깎지 않은 수염과 환자복 차림으로 지치고 피곤한 표정을 연출하는 재벌회장들의 연기도 가소롭다. 창의력도 없는 똑같은 연출에 속기를 바란다면 너무 순진하고, 그저 이 정도 성의라도 보이는 것에 만족해달라면 그건 솔직해 보인다.


 법은 무섭다.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특히 그렇다. 겨우 50만원, 100만원의 벌금을 내지 못해 구치소에 갇혀 하루에 5만원씩 까주는 강제노역을 한 사람이 지난해에만 1만 6천명쯤 된다. 형사합의를 못해 실형을 선고받는 사람까지 수만명의 시민들이 단지 돈이 없어서 가혹한 구금형에 처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죄질이 나쁜데도 형사합의했다고, 나중에 돈으로 사회공헌하라고 빼주는 판결에 몸서리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고, 법의 지배는 고사하고 특권과 차별이 판치게 되면, 나라가 망한다.


 국민의 혈세로 봉급받는 공무원들이 망국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안보 위해(危害) 세력의 암약이 거듭되는데도, 그에 맞는 처방은 법조기득권 세력의 강고한 벽에 막혀 제시조차 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역할이란 것이 고작해야 법복귀족들을 술자리 안주삼는 일밖에 없는 걸까. 아니면 쓸만한 석궁이라도 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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