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월간 인권연대

[97호] 부패척결TFT, 국정원 내부개혁의 실패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3:03
조회
300

곽노현/ 인권연대 운영위원


 국정원이 지난 05년 5월부터 2년 넘게 부패척결TFT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관련정보의 유출배후로 한나라당이 국정원을 지목해 검찰에 고소하고 항의방문을 하는 등 부산한 가운데 국정원이 실토한 내용이다. 나는 지난 10년 내내 내부개혁을 외쳐온 국정원이 공식 조직의 하나로 부패척결TFT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부정부패는 필경 국가안보를 좀먹기 때문에 부패정보 수집 역시 국정원의 소관업무라고 강변하는 국정원과 청와대의 억지에 대해 절망한다.


 부패척결TFT는 명백히 국정원법 위반이다. 국정원법상 국정원은 ‘국내보안정보’, 곧 ‘대공, 대정부전복, 대북, 대테러, 방첩, 국제조직범죄’ 관련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국방안보 부문의 부패척결에 필요한 정보수집을 넘어 사회 각계의 부패척결에 필요한 무제한적 정보수집은 결단코 국정원의 업무가 될 수 없다. 첨단 도청 도촬 장비와 주변 탐색 기법으로 무장한 국정원이 부패척결을 명분으로 국가와 사회의 모든 지도급인사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엿보기와 엿듣기를 시도한다면 그것이 Big Brother의 사회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래서일까? 소속진영을 막론하고 국정원의 부패척결TFT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는 논객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득권층은 자칫 입을 놀리다 국정원의 부패척결TFT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사회운동권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입을 다무는 게 아닌가 싶다. 둘 다 큰 문제다. 하나는 문어발식 국내정보 수집관행을 버리지 못한 국정원에 대해 여전히 공포를 느낀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성 정보를 수집 중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위법적 부패척결TFT 운영사실은 지난 10년간 추진돼 온 국정원 내부개혁이 실패했다는 점을 웅변한다. 그동안 보안감사권과 수사권 축소, 직원의 정치개입 처벌, 국회 정보위원회 신설, 국정원과거사위원회 운영 등 눈에 띄는 제도개혁과 과거청산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밖에서 누구 하나 들여다볼 수 없는 ‘그들만의 내부개혁’ 제스처였기 때문에 늘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정부 국정원의 광범위한 도청사실과 참여정부 국정원의 부패척결TFT 운영사례는 국정원과 같은 비밀권력기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불신과 경계가 불가피함을 일깨워준다.


070905web01.jpg


 향후 국정원 개혁과 관련하여 두 가지만 주문한다. 첫째, 국정원 개혁의 목표를 종전의 정치개입 예방과 근절을 넘어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적, 민주적 통제 확립으로 이동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의 정보수집과 비밀공작은 법치적, 민주적 통제의 실패로 말미암은 병리적 현상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정원 개혁은 정보기관 내부에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원칙이 관철되고 있는지, 법령준수에 필요한 내부감찰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회의 예산통제 및 행정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이나 언론집회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인권을 부당하게 제약할 위험은 없는지를 종합적, 객관적으로 검토할 때만이 비로소 가능하다.


 둘째, 국정원 개혁은 더 이상 내부인사한테 맡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선진국에서 국내공안기관이 부패척결TFT를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면 당장 국회나 총리 밑에 국회정보위 소속 국회의원, 전직 고위판사, 법학교수 등 외부전문가로 독립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을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이삼십년 전부터 공안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중심의제로 설정해서 이런 과정을 거쳤다. 미국의 Church 위원회와 Pike 위원회, 캐나다의 McDonald 위원회와 Arar 위원회, 호주의 Flood 위원회, EU의 Venice 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국정원의 부패척결 TFT 운영사실이 드러난 이상 국회는 하루바삐 국정원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국정원의 업무수행 전반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전면 검토해서 인권보장에 소홀함이 없는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곽노현 위원은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전체 2,17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40
[97호] 인권그림판
hrights | 2017.08.31 | | 조회 185
hrights 2017.08.31 185
439
[97호] 작은문 모임에 함께하여 주십시오.
hrights | 2017.08.31 | | 조회 171
hrights 2017.08.31 171
438
[97호] 함께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 8월)
hrights | 2017.08.31 | | 조회 269
hrights 2017.08.31 269
437
[97호] 인권연대 2007년 8월에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hrights | 2017.08.31 | | 조회 183
hrights 2017.08.31 183
436
[97호] 인권현장 이런저런 이야기 - 헌법과 법률을 죽이는 사람들
hrights | 2017.08.31 | | 조회 171
hrights 2017.08.31 171
435
[97호]《회원 인터뷰》순창 농협장댁 큰아들 양승영 회원
hrights | 2017.08.31 | | 조회 224
hrights 2017.08.31 224
434
[97호] “좋은 변호사 추천해 주세요”
hrights | 2017.08.31 | | 조회 211
hrights 2017.08.31 211
433
[97호] 부패척결TFT, 국정원 내부개혁의 실패
hrights | 2017.08.31 | | 조회 300
hrights 2017.08.31 300
432
[97호] 왜 우리는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hrights | 2017.08.31 | | 조회 222
hrights 2017.08.31 222
431
[96호] 인권그림판
hrights | 2017.08.31 | | 조회 188
hrights 2017.08.31 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