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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좋은 변호사 추천해 주세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3:06
조회
212

정원/ 인권연대 운영위원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로부터 사건을 의뢰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을 때가 있는데, 사정상 내가 맡아서 처리하기는 곤란한 일들이 종종 있다. 이 때 직접 수임하기 힘든 이유를 설명 드리고 나면 내가 잘 아는 변호사를 추천해 달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변호사를 추천하는 것이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사건의 성격, 경제적 가치, 난이도를 고려하여 의뢰인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변호사를 소개해 드렸다. 그리 어렵지 않은 사건일 경우 굳이 많은 보수를 주고 경력이 화려한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불만을 듣게 되었다. 전부 승소할 줄 알았던 사건에서 일부 패소를 했는데 그 이유가 우리 쪽 변호사는 내가 소개해 준 사법연수원을 이제 막 수료한 변호사였고, 상대방은 최근 법원에서 퇴직한 전관 변호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그 사건은 의뢰인이 일부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었고, 변호사를 추천할 때부터 그 점을 알려드렸는데, 내가 소개해 준 변호사 때문에 일부 패소했다는 원망을 듣게 되니 참으로 억울했다.


 그 후로는 되도록 전관 출신 변호사를 포함해 복수의 후보를 추천한 후 의뢰인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한 다음부터는 특별히 원망을 듣고 있지는 않은데,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찜찜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법원이나 검찰이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관대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법무부는 최근 차관급 이상 고위직 판ㆍ검사가 퇴임하고 변호사 개업을 할 때 퇴임 직전의 법원이나 검찰이 관장하는 사건은 일정 기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변호사법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위헌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이미 전관출신 변호사의 개업지역을 제한하는 내용의 구 변호사법은 198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았다). 아무리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하여도 단지 전관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업지나 수임 업무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070912web03.jpg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러면 어떠한 방안이 좋을까. 의뢰인들로부터 전관 출신 변호사들에 대해 법원이 보다 관대한 판결을 선고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들은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나왔지만 답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법관을 자유롭게 만나서 변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해서인지 법원은 작년 정도부터 법관의 면담에 관한 내규를 제정, 시행함으로써 판사를 집무실에서 만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가 방문하는데, 이를 막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법원 직원이 변호사에게 방문대장에 방문일시와 면담사유를 기재하도록 요구하기도 어렵다. 과거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법정 외에서 변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정 외 변론은 소송상 주장을 법정에서 열리는 변론절차에서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반한다. 일방의 주장이 공개되어야만 상대방 역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법관에게 법정 외에서 소송절차 등에 관한 논의를 할 때에는 반드시 상대방 변호사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부득이 먼저 논의하게 된 경우라면 상대방 변호사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절차적인 공정성이 확보된 후에 비로소 실체적 판단의 공정성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관예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법정 외에서 변호사가 판사를 방문해 소송과 관련된 주장을 할 경우에는 그 내용을 기록하여 소송기록에 첨부하고, 상대방 대리인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부득이하게 판사 집무실에 찾아가 사건에 관하여 설명을 하더라도 떳떳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전관예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정 원 위원은 변호사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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