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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내 손으로 내 상처를 꿰매야 하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4:14
조회
233

장윤미/ 국민대 학생


 최근 마이클 무어 의 신작 ‘sicko' 의 첫 장면의 시작은 이렇다. 무릎을 다친 한 미국인이 슈퍼에서 의료 기구를 직접 사와 자신의 무릎을 꿰맨다.


 왜 일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이 비싼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직접 치료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손가락 두 개가 잘린 사람이 치료비가 너무 비싸 한 손가락만 붙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최첨단 의료기구로 인간들의 장밋빛 건강생활을 보장할 듯한 미국이 정작 건강보험료를 받지 못하는 서민이 천만 명이며, 민간업체의 의료시장 잠식으로 건강을 자본과 바꿔치기 하는 어이없는 사건을 고발하고 있다.


 FTA가 체결되면 미국 의료체제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돈 없으면 내 손으로 내 상처를 꿰매야 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 지 걱정이다.


 가난한 사람은 아파도 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마이클 무어가 질책하는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럼 일단, 이것부터 생각해보자.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적이 있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돈이 세상에서 최고야”
 “아니야”
 “돈 있으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세상이야”


 “말도 안돼”
 “아는 친척이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실로 실려 갔는데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응급실 구석 침대에 그냥 내버려 두더란다. 속이 타는 부모가 급하게 3천만 원을 빌려서 의사한테 몰래 쥐어줬더니 대번에 가서 있는 방법 없는 방법 다 동원해 환자를 치료했단다. 이런 세상이야”


 그 이야기에 난 가슴이 메어 울어버렸다.


 이런 세상인가? 대한민국이? 빈곤이 병을 낳고 또 병은 빈곤을 낳는다. 여기에 사회의 냉혹한 인식까지 더해졌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예산 낭비가 심하다며 그들에 대한 본인부담금제가 도입하겠다고 했다. 선택병의원제도 실시했다. 가난하면서 눈치 없이 공짜로 파스도 많이 쓴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8월 27일 보건복지부는 차상위 계층에 제공되던 의료급여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이들을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더 이상 국민의 ‘건강권’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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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무어 감독 최근 영화 sicko(아픈 사람)  / 사진 출처 - 네이버


 위와 같은 처우들이 모두 국가의 ‘재정난’에서 기인한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이제 건강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자본의 변덕에 따라 언제든지 내팽겨질 수 있는 것이 돼 버렸다.


 큰 병이 나도 돈 걱정하지 않는 나라...?


 국가는 해야 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초부터 바로 세우고 정책을 발의하고 집행해야 할 일이다. ‘인권’이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보장 받아야 할 권리조차 자본의 변덕에 제약받는다면 우리들은 왜 기술을 발전시켰는가. 왜 의료기술과 제약기술을 자꾸만 발전시키고 있는가.


 약은 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매 능력이 없는 곳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은 개발되지 않는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말라리아, 결핵 등이 심각하지만 돈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약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게 과연 상식적인 상황인가. 건강을 상품으로 인식하는 것이. 미국과의 FTA 에서 미국의 장밋빛 의료기기와 의약품 기술을 찬양하지만 그것이 그림의 떡이라면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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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영화 sicko 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돈이 부담돼 자기 병명이 뭔지 제대로 검사 한번 못 받던 미국인이 쿠바에서 아무런 부담 없이 검사를 받고, 자기 나라에서는 너무 비싸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했던 약이 쿠바에서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혀 울먹이는 여인의 모습.


 '현실적 제약이 있다. 그런 구조가 못된다.' 라고 핑계대지 말자. 이 지구상에서 분명 돈 걱정하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리고 그 곳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뛰어나지도 않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무상의료로 가는 길은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일까. 우리가 기본적인 선(線)마저 넘어가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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