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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교사 재량권 침해는 또 다른 교육 폭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4:05
조회
243

황미선/ 인권연대 운영위원


 오늘은 6학년 사회과를 가르치면서 발생한 교사로서의 정체성 문제와 학교의 위계체제,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에게 부여된 권리이자 의무인 학습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몇 자 끄적이고 싶다. 왜냐하면 추석 연휴기간동안 이 생각이 잠자리가 맴을 돌 듯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아직도 그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담임이 아닌 교과를 선택했고 6학년 사회를 주로 가르치게 되었다. 6학년 사회는 1학기 때에는 우리나라 역사를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사에 해당하는 부분을, 2학기 때에는 정치 분야를 지도하게 되어있다. 1주일에 3시간을 배당하여 가르치기에는 그 양이 방대하여 아이들의 수업참여를 보장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치 분야는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표면적으로 볼 때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뜬구름잡기식의 재미없는 수업이 되기 십상이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인기 있는 드라마나 눈에 띄는 CF, 우리 생활주변의 실제적 이야기로 집중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내용 중 시민단체의 종류와 하는 일, 활동에 대한 부분이 나왔다. 그러나 아이들은 시민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며 역할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가에 대하여 낮은 이해도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과 친숙한 매체에서 다뤄지는 소재도 아니었고 주변의 생활과도 친숙한 단체도 아니었기 때문에 기본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여 체험학습을 계획하였고 시민단체인 0000와(과) 6학년 담임교사들의 양해를 구하였다. 그러나 6학년 전교사들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지하철 이용이라는 데에 대한 안전문제가 대두되었다. 그러나 교감선생님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소위 브레이크가 걸렸는데 안전문제는 표면적인 것이었고 진짜 이유는 0000(이)라는 단체가 너무 비판적이고 평소 본인의 언행으로 보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을 키워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어 체험학습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재고를 당부하며 이야기를 종료했지만 추석 연휴동안 교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하였다.


 국가로부터 공인된 자격을 지닌 교사의 학습에 대한 재량권은 어디까지이고 아이들에게 부여할 학습의 내용을 결정하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학습에 적절한 내용인가의 여부를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교사가 아닌, 직접적인 교육활동에서 떠나있는 관리자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 체험학습의 필요 여부와 내용 결정은 관리자의 몫인가? 관리자의 교사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있을 시에 관리자의 시각에 의존하여 학습권을 포기하는 것이 마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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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시민공원에서 체험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이 래프팅 등 수상레포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 뉴시스


 학교는 가르침의 대상자와 수행자, 그를 보조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다양한 역할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각자의 영역과 역할을 규정짓고 수행하면서 생활한다. 한사람의 비뚤어진 시각은 교육의 내용도 재단한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 가르치면서 늘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하여 일상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교육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한순간 한순간의 교육내용이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인간 육성’을 강조하는 교육목표는 공허한 메아리로 느껴진다.


 한 일간지에서 읽은 어떤 교장선생님이 퇴임하면서 읽은 30년 교직생활에 대한 회고문이 생각난다. 일상적 회고문은 자신의 교육자로서의 공적을 나열하기가 일쑤지만 그 글은 교육자로서 잘못된 지시나 지침에 용기 있게 항의하지 못한 죄와 그것을 당당하게 교육한 것을 스스로 양심선언하는 내용이었다. 10여년의 남은 교직생활을 남기고 있는 교감선생님에 대하여 ‘아! 당신은 그런 의식을 지닌 사람이군요~~’ 라며 웃어 넘기기에는 어려운 그 무엇이 있다. ‘10년 후에 어떤 회고문을 읽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의식은 하고 있는 것일까? 교사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재량은 중요하다.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기구와 각종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오는 것도 체험학습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시민단체 방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재량권을 강화시킨 7차 교육과정상으로도 그렇다. 그 필요성과 교육활동의 선택에 대한 권한은 교사에게 있어야 마땅하다. 한 개인의 왜곡된 시각이 깊은 고민과 성찰로 계획한 교육활동이 마음대로 재단되는 것은 폭력이고 난폭함이다.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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